집주인의 선물 4 (원망)

by 그럼에도

주중엔 부산, 주말엔 경기도를 오고 가는 삼 년의 시간은 나의 체력을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어떻게 해서든 부산에 정을 붙이고자 무던히 노력하기는 했지만 외로움과 쓸쓸함, 가끔은 무기력함이 찾아왔다.


순환 근무라서 지방 근무는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상황이 낯선 것이 아니었다. 다만 나의 인사이동은 조직 개편 시기가 아니었다. 그저 한 여직원이 '육아 휴직'을 떠난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내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나의 발령 시기와 회사는 언밸런스, 전혀 달랐고, 이번 계약 건처럼 임대차계약을 채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겉으로는 순환 보직을 운운했지만 사실 다른 이유였다. 매니저에게 타깃이 되어 찍혀 있었고, 일을 해도 욕먹고, 뭔가 틀리면 '사표'를 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 외에도 가야 할 사람들은 더 있었지만 딱 찍어서 '나'였다.


겉으로는 전임자가 승진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알짜라고 했던 그곳에 와보니, 변두리 지역에 '악성(?)'이라고 소문난 일들이 널려있는 그런 곳이었다.


부산행이라는 마음의 충격과 놀람도 사치였다. 눈앞에 있는 어떤 일들로 밤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한 달을 전전긍긍하다가 '소신대로, 소신 있게' 행동하기로 했다.


나답게 행동하는 대가는 '인사 고과의 불이익, 최악의 인센티브, 새로운 매니저에게 새롭게 찍히기'라는 나쁠 수 있는 모든 나쁨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넘을 수 없는 강을 넘기로 했다. 순두부멘털로 태어나서 순두부로 이리저리 치이고 살다가, 처음으로 나답게 행동한 2019년 가을이었다. 거기다 건강 문제까지 생겨서 한 달을 휴직하고 다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재밌는 아이디어로 근무 한 달 만에 '큰 건'을 만들었다. 온라인이지만 성과를 자랑하는 발표를 했다. 나를 비웃고, 비난하던 사람들이 무안하도록. 소문에는 '일 못하는 직원은 지방에 가고, 일 잘하는 직원만 서울에 남는 거라는 소문이 퍼졌다'고 한다.


일 못하는 직원이 제대로 근무한 지 한 달만에 지역 토박이들도 못하는 일을 만들었다. 그것이 '일 못해서 지방 내려간 직원'의 한 방이었다.


그때 나의 모습은 넘어져서 비틀거리다가 간신히 일어서서 한 방을 날린 권투 선수 같았다. 그런 우여곡절의 부산행의 끝은 악마 집주인이었다. 집 문제로 '샤넬 백'가격을 날리는 중이었다.


평온하게 월급 받고 사는 직원들이 대부분인데, 나는 월급 받아서 지방에 사는 경비, 임대차와 이사 문제로 돈을 날리고 보니, 회사까지 미워졌다.


도데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지? 내가 뭘 얼마나 잘못한거지?


이직도 어려운 스펙과 넘치는 나이는 회사를 박차고 나갈 가능성도 없었다. 무력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비극의 주인공처럼.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고도 느꼈다.


원망과 분노는 힘이 세서, 어떤 날은 잠잠했다가, 어떤 순간에 활활 타오른다. 나는 절벽으로 추락한 주인공이 될까? 추락하는 중간에 나뭇가지를 붙잡고 다시 올라가는 기적의 아이콘이 될까?


부산에 있는 시기에 심리학책에 빠져들고, 심리학 인강에 결제를 하는 그 마음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간절한 마음이었다.


스스로를 달래기 위해서, 원망을 잠재우기 위해서, 그리고 벼랑 끝 나를 구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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