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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에도 Nov 11. 2023

미움이라는 바이러스

 미움으로 탑을 쌓고, 성을 쌓아가고 있었다. 


미움은 바이러스처럼 미움을 스스로 자가 복제한다. 그리고 바이러스의 숙주인 내 몸을 여기저기 망가뜨리고 있었다. 일주일 내내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하고, 눈물이 났다가, 머리가 아프기를 반복했다.


 미움은 형사처럼 지나갔던 작은 일까지 찾아내서 아픔의 흔적을 찾아냈다. 그렇게 미움이 커지고 작아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어쩌다 분노의 아이콘이 되었을까?


화가 났던 일 외에도 사소한 일상, 동생의 거슬리는 말에도 평소보다도 더 화가 났다. 지금 나는 고장 난 브레이크를 겸비한 급발진하는 자동차처럼 분노의 질주를 하고 있었다.


 일기를 써야 하는데 이틀을 넘기지 못했다. 마음을 적어 내린다는 것은 스스로를 달래는 일이었다. 그래서 며칠이 지나서 이젠 여기에 담아 놓기로 했다. 


 정말 이번에 있던 어떤 일만으로 이렇게 화가 난 것일까? 다른 일에서 미처 해소되지 못한 감정까지 더해져서 한 번에 폭발한 걸까? 아니면 해야 할 일들이 쌓인 꽉 막힌 상황에서 답답한 일이 겹쳐지니 분노로 눈길을 돌리는 걸까? 


 배려라는 이름으로 참고 참았던 일들이 순식간에 터져 버리니 스스로도 마음의 화를 걷잡을 수가 없었다.


 결국 분노의 원인을 찾지 못한 채 한 주가 지났다.


 처음엔 두 개의 감정이 대립하고 있었다. 화가 난 당사자를 하루빨리 만나서 일을 마무리 짓고 싶다가도, 이렇게 불타오르는 마음으로는 누구도 만나서는 안될 것 같은 양극단의 마음이었다. 감정과 이성은 그렇게 줄다리기를 했다.


 감정이 극에 닿은 지금, 오히려 일을 그르치지 않을까? 결국 화가 난 지 일주일이 되는 날에 문제의 당사자를 만나기로 했다.


 물론 이렇게 결정한 후에도 수시로 마음이 오락가락 바뀌었다. 그래도 어제보다는 오늘의 마음이 덜해진 상태였다.  일주일 전 나의 선택은 현명했다. 시간이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지만 마음을 진정시키는 힘은 있었다.


 다들 별 일없이 사는 것 같은데 나 혼자서 왜 이리 시끄럽게 사는 건가 싶다가도 이런 게 나의 운명이라면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그저 그런 결론을 내렸다. 


 유퀴즈에 나왔던 박은빈의 문장은 '어쩌겠어. 해내야지!'였다. 나 역시 어쩔 도리 없이 이번 일도 다음 일도 해내야 하니까, 스트레스에 몸을 떨면서도 해결할 수밖에.


 몸도 피곤했고, 잠도 부족했고, 온몸은 굳어가서 내 마음이 더 차갑고 작아진 건 아닌지. 소심한 마음이 더 작아져서 에너지를 '용량 초과', '한도 초과'해버린 것 같다는 나의 작은 결론. 미움은 미움을 낳았고, 미울 때는 같은 말도 더 밉게, 더 아프게 하는 나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런 시기에 사람을 만나서는 안될 것 같았다. 괜찮은 어른이 되겠다는 꿈은 멀리하고, 그저 그런 괜찮은 하루를 보내는 것을 목표로 토요일을 시작했다.


 그냥 그런 소심한 사람의 분노의 일주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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