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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랭보 Sep 07. 2021

별 노력 없이 촉촉해지는 방법

9월의 플레이리스트

나이가 들수록 별 감정 없이 내가 해야 하는 일, 해결해야 하는 일 위주로만 생각하고 살게 된다. 솔직히 어떤 일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주관적인 판단이다), 당장 눈앞에 떨어진 과제를 보면 이걸 어떻게 끝내지 하고 생각하게 된다. 생각(Thinking)이 언제나 감정(Feeling) 보다 앞선다. 그러다 보니 문제해결력은 날이 갈수록 늘어간다. 누가 보면 저런 거에 굳이 '문제해결력'이란 단어를 붙이나 싶을지도 모르지만.


직관적으로 판단하고 최대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는 삶에 익숙해졌다는 건 한편 다행이다. 내면이 들끓는 청춘의 삶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는 증거일지 모른다. 10대에 사춘기를 겪지 않아 덕분에 스무 살 무렵부터 지독하게 사춘기를 앓았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20대의 나는 중학교 2학년 남학생 같지 않았었나. 돌부처 같은 겉모습(?) 때문인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데 능하긴 했는데, 가까운 사람들은 다 알았다. 미친 X 널 뛰듯 뛰는 그런 감정이 30대 중반을 넘기다 보니 잠잠해졌다. 이게 정말 성숙 해진 건가 내심 혼자 좋아하고 있었는데 확실히 요즘 재미는 덜하다.


감성적인 것과 감정적인 것은 엄연히 다르다. 감정적인 내가 너무 싫어 모든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외부 자극을 막고, 자제하고 살다 보니 건조하다 못해 빳빳해진 사포가 되어버렸다. 손대기만 해도 살갗이 벗겨질 거 같은 사람이 된 것이다.


"언니는 어디서, 뭐하면서 감성을 충족해요?"

지난 주말 오랜만에 친한 학교 후배를 만났다. 현실의  복판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고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그녀다. 나보다 어쩌면 감성 충족이 어려운 직업환경에서도 빵을 구워 커피를 마실 생각에 설레고, 소설을 보면서 힐링하고, 결혼 한지 5년은 된듯한데 아직도 남편이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단다. 그녀는 그렇게 촉촉한 일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듣고 보니 감성을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잘하지 못하는 것만큼이나 노력하지 않는 걸 싫어하는 사람으로서 그래서 결정했다. 지금 처한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죽은 감성을 살릴 수 있는 노오력이란 걸 하자고. 죽은 식빵도 살린다는 발뮤다 토스터기는 1인 가구인 내게 사치일 지라도, 나에게는 유튜브 뮤직이 있다. 집착적으로 매일 새로운 음악을 들어야겠다고 20대 어느 무렵 음악 감상에 심취된 적이 있었다. 플레이리스트를 셀렉하고 파일을 다운로드하여 목록화해서 가사를 음미하던 감정적인 20대 시절을 떠올리며 그렇게 10곡을 선정했다. 올해 남은 3개월 간 플레이리스트 100곡 만들기가 과제다. 써놓고 보니 감성보단 역시 사고(Thinking)가 앞서는 INTJ 다.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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