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잠이 선택의 문제가 되었을까?
해 떨어지면 자고, 해 뜨면 일어나던 인간의 습관은 낡은 역사가 되어버린 것 같다. 도시 생활을 하는 우리는 쉽게 잠들지 못한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은 00:22분. 나는 자꾸만 내려오는 묵직한 눈꺼풀의 무게를 무시하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
나는 요즘 건강 관련 유튜브를 본다.
40대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잘못 살아왔다고 항의라도 하듯 몸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만 원짜리 구두 신고 무릎 나가는 줄도 모르고 싸돌아다닌 20대, 애 키우고 살림하고 직장 생활도 죄다 잘 해내려고 애쓰던 30대의 시간들이 나에게 보복하는 것 같았다. '-염'이라고 진단되는 온갖 병에 돌아가면서 걸렸다. 역류성식도염, 비염, 결막염, 갑상선염, 성대염, 후두염, 위염, 장염, 방광염, 관절염, 족저근막염.... 껍데기는 멀쩡한 사람 같은데, 속은 다 썩어버린 것 같았다.
다시 태어나자고 마음먹고 건강 관련 정보를 뒤졌다. 그랬더니 권위 있는 의사 선생님들 말씀이 잠을 잘 자야 한단다. 운동보다, 건강한 식단보다도 일단 쿨쿨 잘 자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하루에 7-8시간 숙면을 취하면 피부도 좋아지고, 스트레스도 풀리고, 아픈 것도 회복되고 심지어 살도 빠진단다. 늦게까지 유튜브 보지 말고, 밤에 뭐 먹지 말고, 밖에 나가 놀지 말고, 얼른 누워 자라는 거였다.
그러나 우리는 쉽게 잠들지 못한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해는 이미 졌고, 밥 차려먹고 사부작거리면 금방 8, 9시가 되는데 사람도 만나고 텔레비전도 보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밤 12시이다. 자려고 누워서 알람만 확인하려다가 그만 쇼츠에 걸려들면 금방 2시, 3시가 되어 버리고 말이다. 인스타는 정말 보지 말았어야 했다.
쓰러질 만큼 피곤해도 잠들 수가 없다. 지친 나에게 '시간'이라는 보상을 주고 싶기 때문이다. 낮에는 내가 좋아하는 일 말고 해야 할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씻고 아침식사 준비하고 출근해서 눈치 보며 일하고 굳은 어깨로 돌아와 다시 밥 차리고 나의 손길을 기다리는 식구들 수발을 들고나면 나에게 남은 것은 오직 '밤' 뿐이다. 모두가 잠든 밤, 비록 온몸에는 염증이 퍼져 있고 피부는 푸석하지만 나는 잠을 자는 대신 글을 쓴다.
너무 자고 싶지만 자신의 마음과 생각에 달라붙어 떠나지 않는 숱한 걱정거리들, 후회들, 미련들 때문에 잠들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생각한다고 달라지는 게 없지만, 그래도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만약 제대로 잠을 자려고 한다면 새해에 다이어트 결심하듯, 남은 담배 갖다 버리며 금연을 결심하듯, 아주 비장한 각오로 잘 자보겠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고, 낮에 쌓인 스트레스도 풀고 싶고, 인생의 묵은 숙제들도 풀고 싶은 밤. 그러나 우리가 밤늦도록 붙들고 있는 모든 유희들이 사실은 다음날 맞는 아침을 힘겹게 만들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빼앗아 결국 또 밤에 깨어있게 만들고 있는지 모른다. 이 글의 마지막 문장을 쓰고 나서 나는 곧바로 노트북을 끄고 자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