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여행, 그 시작.

가장 행복했던, 브리즈번 1.

by 끌라라

출발일은 12월 18일이었다. 저녁 8시 비행기였다.

여행을 한두 번 다닌 것도 아닌데 나는 잔뜩 긴장해 있었다. 나는 여행에 관한 묘한 자부심이 있었다. 편하고 비싼 것은 잘 모르지만, 싸고 험하고 고생하는 길은 잘 알고 있는, 젊었을 적 나는 배낭여행자였다. 대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나섰던 45일간의 멕시코, 과테말라 배낭여행, 태국, 캄보디아 국경을 넘나들던 한 달이 넘던 배낭여행, 그리고 6개월간 있었던 멕시코의 자원봉사. 심지어 신혼여행지인 이태리도 저렴히 그리고 즐겁게 다녀왔던 나 아닌가.


그런데 이번 여행은 유독 긴장하고 있었다. 몸은 잔뜩 곤두서 있는데 무딘 머리는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자꾸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속이 메스꺼워 침대에 누워 있을 때에서야 비로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날카로워져 있음을 알았다. 아이 둘과 함께 한 달이 넘는 여행을 하기 위해서 수없이 짐을 풀었다 쌌다를 반복하고, 한 달간의 순간순간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은 한편 즐겁지만 한편 힘든 일이었던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브리즈번에 도착한 순간, 짐을 찾고 그다음 어디로 가야 하지? 왼쪽? 오른쪽? 기차, 택시, 버스 등 다양한 옵션이 있고 여러 옵션을 비교 후 성인 4, 아이 2인 우리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결과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이러한 무수한 선택지를 비교하는 것이 지난 3개월간의 여정이었다.


인천공항에서 일찍 만나자고 했는데 내 속은 진정되지 않았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 숨을 고르고 있으니 남편이 내 옆에 누웠다.

"잠깐만 안아줘. 나 속이 너무 울렁거려. 긴장했나 봐."

"뭘 이런 것 갖고 그래. 여행 처음 가?"

말은 그렇게 하면서 남편은 나를 안아 주었다. 힘들 때 남편이 안아주면 마음이 천천히 가라앉는 것이 느껴진다. 팔로 꽉 조이지도 그렇다고 애정 없이 풀어지지도 않은 적당한 포옹은 내 숨이 막히지 않으면서 상대방의 숨결과 심장소리가 느껴진다. 눈을 감고 속이 천천히 진정되니 저 깊은 곳에서 자신감이 치고 올라왔다.

자신감! 너 어디 갔다가 이제야! 돈 쓰러 가는 건데 뭐가 걱정이야!














하지만, 그때의 그 불안감은 조상님의 계시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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