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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끌라라 Mar 04. 2020

2003.12.30. 멕시코 시티 첫날.

너무 피곤해서 일찍 들어왔다. 시차 적응도 안 됐고 몸도 안 좋고 길도 몰라서 엄청 헤맸다. 오늘 많이 걸었다. 게다가 시끌벅적 사람 많은 곳만 다녀서 정신도 없고 기가 쭈욱 빠져버렸다. 오늘 멕시코시티 버스 투어 100페소. 그만큼의 가치는 없는 것 같지만 내가 피곤하고 겁나서 중간에 내려서 보지 않았다. 버스가 언제 다시 올지도 모르고 다리도 아팠다.


따꼬와 음료수 33페소. 입맛이 없어서 오후 세 시가 되어서야 먹었는데 잘 먹히지도 않았다. 너무 커서 조금 남겼다. 방은 욕실 없는 곳으로 80페소로 옮겼다.


멕시코는 알 수 없는 나라다. 멕시코시티만 해도 고원인데 수도였고 엄청난 문명이 있던 곳이다. 고원에 어떤 점이 유리해서 도시를 건설했을까? 아무것도 모르고 왔다는 생각이 든다.


멕시코 사람들도 낯설다. 태평한 것처럼 보이는데 길에서는 경적 소리가 멈추질 않는다. 그린 것에 개의치 않는다고 들었는데 자동차는 얘기가 다른가보다. 빨리 조용한 밤이 되었으면 좋겠다. 방을 바꾸니 경적 소리가 너무 거슬린다. 하루 종일 들었기 때문일까.


이 사람들은 오전에 별로 활동적이지 않다. 대부분의 상점은 9시, 10시에 열고 그보다 늦게 여는 곳도 많다. 3시 이후의 저녁시간이 가장 시끌벅적한 것 같다.


그렇다고 밤이 번쩍번쩍 시끌시끌하냐, 그것도 아니다. 치안이 좋지 않아서 그런지 밤에는 별로 돌아다니지 않는다. 또 특이한 점은 제복 입은 사람들, 경찰인지 경비원인지 군인인지가 많다는 것이다. 그중에 몇은 진짜 총을 들고 서 있었다. 그 사람들에게는 무서워서 길도 못 물어보겠다.


오늘 많이 지친 이유 중 하나가 너무 긴장했기 때문이다. 뒤에 오는 사람, 앞에 가는 사람 인상을 살피고, 길을 물어보려 해도 한참 망설였다가 조금이라도 착해 보이는 여자에게 물어보고, 혹시라도 가방 열렸나 계속 지퍼 확인하고. 유적지가 아닌 길 한가운데에서는 가이드 책도 펴지 않았다. 카메라도 다른 관관객 있는 곳에서만 꺼내고.


이러니 진이 빠지지. 우리 나라가 좋다. 치안도 잘 되어 있고 인터넷도 빠르고.

그나저나 남은 시간 뭐하나.

이 방은 티비도 없는데.






지금의 감상


잔뜩 긴장했던 아무것도 모르는 첫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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