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0시간은 잔 것 같다. 아침이 가뿐했다. 숙소를 hostel catedral로 옮겼다. 조금 헤매긴 했지만 괜찮은 곳으로 옮기니 기분이 좋았다. 여기서 한국 사람 몇 명을 만났다. Teotihuakan을 간다고 하니 여러 가지를 설명해주었다.
전철을 타고 버스를 나고 해서 가는 길이 설레었다.
멕시코에 와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고 낯선 곳을 찾아가는 긴장감이 기분 좋게 온 몸을 타고 흘렀다. 싱글벙글 웃음이 나왔다. 전철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의자 배치가 신기했고 전철이 하도 급정거, 급출발을 해대서 손잡이를 잡고 있지 않으면 떼굴떼굴 굴러버릴 정도였다.
Teotihuakan은 근사하고 거대했다. 거대한 두 개의 피라미드와 그 주변의 유적들이 굉장히 넓게 펼쳐져 있었다. 그보다 더 굉장한 것은 태양볕이었다. 깜빡하고 선크림을 바르지 않아 엄청 타버렸다. 아무리 눈이 즐거워도 몸이 힘드니 흥이 나지 않았다. 몇 시간을 뙤약볕 아래서 걸으니 내 체력은 금방 바닥났고 오전의 설레던 기분은 어느샌가 사라져 버렸다. 다리가 아파오고 얼굴이 화끈거리고 강한 볕 때문에 눈이 많아 피곤했다.
사실, 난 그 거대한 피라미드보다는 그 뒷길이 더 좋았다. 마른 갈색 잎들이 무성하고,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는 선인장과 알로에(같이 생긴 거). 그곳은 관광객 발길도 뜸해서 조용하고 내가 한 발짝 뗄 때마다 부스럭거리며 날아가고 도망가는 것들이 있어서 재밌었다. 오소리하고 다람쥐 사촌쯤 되는 것처럼 생긴 것도 언뜻 봤는데 하도 빨리 도망가버려서 자세히는 보지 못했다. 왜인지 오는 길은 갈 때보다 조금 더 헤맸다.
숙소에 돌아와서 인터넷을 하려고 한 시간 티켓을 끊었다. 그런데 한글이 입력되지 않고 뜨지도 않아서 한글을 깔아보려 노력하는데만 한 시간을 보냈지만, 결국 실패했다. 돈이 가깝고 아쉽다. 하루 종일 컴 앞에 앉아 있던 애가 눈앞에 컴퓨터를 두고도 하지 못하니 이만저만 답답한 게 아니다.
그런데 이 방, 아침에 왔을 땐 두 명이 자고 있었는데 그들도 나갔는지 나 혼자다. 친구 한 번 만나보려고 했는데 잘 안되네.
오늘은 샤워하고 푸욱 자야겠다.
지금의 소감.
스마트 폰이 없던 시절이었다. 가이드북 Lonely planet을 보고 대중교통을 알아보고 숙소를 찾아보던 시절이었다. 인터넷을 하기 위해 한 시간 티켓을 끊었다는 대목에서 웃음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