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이야기 13
한 잔의 술이 알려준 효용의 법칙
요즘 젊은 세대는 와인보다 위스키를 더 즐겨 찾는다고 한다. 굳이 여럿이 모이지 않아도 혼자 한 잔을 기울이기 좋고, 한 번 따도 오래 보관이 가능하며 와인보다 숙취가 덜하다는 실용적인 이유도 있다.나 또한 그 세대의 끝자락쯤에서 술 한 잔의 가치를 다시 배우는 중이다. 퇴근 후의 짧은 휴식, 명절 저녁의 잔잔한 대화, 그 사이사이에 스며드는 위스키 향은 단순한 음료를 넘어선 ‘생활의 리듬’ 같다.
‘몰트’라 불리는 보리의 변신이 만들어내는 이 술은 시간이 쌓일수록 깊어진다. 증류기 속을 지나며 원액이 농축되고, 오크통에서 숙성되는 동안 나무결의 향이 배어든다. 그래서일까, 위스키는 마실수록 인생의 농도와 닮아 있다.나는 처음엔 부담 없는 탄산수와 함께 섞어 가볍게 입문했다. 얼음을 채운 잔에 황금빛 원액을 붓고
토닉워터를 두 배쯤 더한 뒤 레몬즙을 몇 방울 떨어뜨리면 하루의 피로가 스르르 녹는다.
그리고 두 번째 잔부터는 얼음 위에 그 자체로만 담아 향을 음미한다. 그 순간, 바쁜 하루가 잠시 멈추는 기분이 든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위스키는 꽤 합리적인 술이다. 보관이 오래되고, 개봉 후에도 품질이 크게 변하지 않으며, 소비 속도가 느리다. 한 병을 사도 여러 날에 걸쳐 즐길 수 있으니 소비가 아닌 ‘투자’의 성격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혼자 있는 시간의 가치를 높여주는 음료이니 그 효능은 단순히 알코올의 작용을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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