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는 나의 기적입니다 4
준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아마 2021년 준이가 5세였던 것 같다. 코로나는 준이가 4세가 되던 해 가장 심했다. 2020년 3월부터 마스크를 쓰고 어린이집 긴급보육으로 다니기 시작했다. 전국의 모든 학교가 제대로 된 수업을 할 수 없었고 준이의 어린이 집 역시 긴급보육 형태로만 아이를 케어해 주었다.
한참 다른 사람의 표정으로 비언어적 메세지를 파악하고 상대방의 말을 듣고 이해하는 언어적 능력을 키워야 할 때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가뜩이나 발달이 더딘 준이에게 이는 치명타였다. 이 순간을 되돌아 보면 사회적 상황이 이렇게 좋지 못할 때 가정에서 보다 아이에게 충실했어야 했는데 그런 환경 또한 만들어주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언어적 폭발기가 되어야 할 30개월부터 42개월까지의 준이의 1년(2020.3~2021.2)이 허무하게 날아가버린 꼴이 된 것이다.
후회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냐만은 돌이켜보면 준이의 상태를 알아차릴 수 있는 순간들은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엄마로서 어렴풋이 눈치채고 불안해하기만 했을뿐 준이의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볼 용기가 없었다. 어떤 후속 조치가 뒤따르게 된다면 엄마인 내가 가장 어렵고 힘들어질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준이가 37개월 되던 때, 어린이집 4세반(한국 나이로)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이 있었다. 퇴근 후 부랴부랴 선생님을 만나뵈러 갔었는데 잘 지낸다는 형식적인 답변 뒤에
1. 소근육이 약하다 : 스티커를 잘 떼지 못하고 손가락 힘이 부족하다. 학습지 완성이 어렵다.
2. 또래에 비해 말이 느리다, 선생님의 전체적인 메세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 하다 : 어머니가 집에서 아이와 많이 상호작용해주고 놀아주라.
이런 조언을 해주셨다. 항상 아이 발달이 빠르다, 야무지다, 잘한다만 들어왔던 첫째를 키워본 터라 이런 상담 결과는 당시에 나에게 무척 충격적이었다. 전부 내 탓인 것만 같아 그저 부끄러워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올해 제가 복직해서 너무 바빠서 준이를 많이 못 챙겼어요. 내년 3월부터 다시 휴직이니 그 때 되면 시간이 나지 않을까 싶어요." 궁색한 변명과 함께 내년에 열심히 아이를 챙기겠다는 다짐을 선생님께 내어놓았다.
그때의 상담 장면이 박제가 되어 머리속에 오래도록 잔상이 남았다. 후회와 안타까움으로 버무려진 순간이었다. 선생님이 아이에 대해 문제점을 얘기한 그 당시 바로 적극적인 개입을 했어야 했는데 사태의 심각성을 간과한 채 나는 단순히 바쁜 일이 끝나면 아이를 제대로 보겠다는 추상적이고 막연한 대답만 했을 뿐이다.
이 때 바로 치료를 시작했다면 준이와 내가 조금 덜 고생하지 않았을까.. 이토록 오랫동안, 지금까지도 -ing인(현재진행중인) 치료를 조금 더 빨리 종결짓지 않았을까.. 오늘도 엄마는 무의미한 가정들을 돌려보며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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