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물 올리는 여자, 숨겨진 새벽루틴

얼굴 44반, 몸 66반. 그녀는?

by 라니


나는 새벽 파다.

오전 5시에서 6시 사이, 눈을 뜨면 세상이 고요하다. 이 평온함을 사랑한다.

그리고 정말 좋아하는 것은
이 시간에 고요히 음식을 먹는 일이다.



물론 새벽 기상이라는 것이 일찍 자야 가능한 일이지만, 인생이 그렇게 완벽하게 돌아가던가. 그래도 가끔, 아주 가끔 밤 11시 전에 눈을 붙이는 날이 있다. 그럴 땐 이불속에서 다짐한다.


'내일 아침엔 꼭 라면 먹어야지.'

다이어트 중인 내게 면 요리는 낮에 먹으면 죄책감이

밀려오고, 저녁엔 더더욱 안 된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 새벽 라면은? 이상하게도 괜찮은 것 같았다. 일종의 보상 같은 거랄까.



기상 후, 따뜻한 차 한 잔으로 온몸을 깨우고 나면 본격적으로 라면 끓이기에 돌입한다. 김장김치까지 꺼내는 순간, 이 새벽을 이렇게 맞이할 수 있다는 게 축복처럼 느껴진다.

대신 저녁 7시 이후엔 입을 닫는다. 약속도 최대한 자제한다. 나쁘지 않았다. 충분히 가능했다.

이것은 내 몸과의 협상이었다. '이 정도 선까지는 괜찮지 않니?'



그러다 어느 날, 화가 났다. 두 가지에.


첫째, 인증 강박.
"물 2L, 운동 1시간, 닭 가슴살, 과일 덜먹기 , 소스 금지 등등 …" 이런 식의 빡빡한 데드라인과 인증샷에 질렸다. 굳이? 내가 알아서 하고 싶어졌다.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도대체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합리화가 스멀스멀 시작된 것이다.


둘째, 날씬한 사람들.
길 가다 마른 사람만 보면 이상하게 짜증이 밀려왔다. '아니, 왜 저렇게 말랐어?' 부럽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했다.'태생이 저런 것이지 않을까? 아무리 그래도 저건

아니다. 너무 마른 것보다는 내가 나을 수 있어'


아, 이거 전형적인 '나도 못 가졌으니 너도 가지지 마' 심보였다. 찌질의 끝판왕이 따로 없네.



그런데 가장 최근인 어느 날, 체중계에 올라가 봤다.

57.5 kg.

헉! 이게 뭐지? 미친 듯이 노력한 것도 아닌데, 중간중간 라면 먹으면서도 57kg를 유지하고 있었다. '나 뭐 잘한 거 있어?' 갑자기 61~62kg였던 내가 주구장창 57kg대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떠오른 책이 있었다.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하야마 아마리)

뚱뚱하고 자신을 '여분의 삶'이라 여기던 여자가 1년간 죽기 살기로 살아본 이야기. 세 번을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울컥하며 응원하게 되는 소설이다. 그녀가 1년 후 손에 쥔 건 고작 500엔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쌓아 올린 경험과 재능은 천상의 것이었다. 완벽하게 멋진 결말.


그런데 나의 57kg를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누군가에겐 이 57이 너무 무거울 수도 있지만,
나에겐 이 57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이목구비는 타고나는 거지만,
살은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것.
의지의 문제이고,
환경 설정만 잘하면 되는 일 아닐까!

다시 피어오르는 희망의 불씨!

최근 위고비로 15kg 이상 감량한 친구 두 명을 만났다. 부작용 제로에 정말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며 엄청 좋아했다. 부럽긴 했다. 그들은 다시 생기를 찾았고, 정말 젊어 보였다.


유튜브는 요란하다. '단 3일!', '일주일이면 달라진다!‘

급찐급빠를 외치는 광고들이 나를 유혹한다.

클릭만 하면 인생이 바뀔 것처럼.


그래도 나는 내 소신대로 가야지. 마냥 즐거울 순 없지만, 천천히. 새벽 라면 먹으며 (정도껏의 자제를 해가며)

그러다 만난 책 한 권. 『스위치온 다이어트』

"평생 다이어트는 이제 그만.
단 3주만 대사를 바꿔라."


대사를 바꾸라고?


대사?


..읽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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