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몸무게를 만난다는 것의 의미

by 라니

3주차 마지막 공복기 과정 중, 출근 전 새벽 06:20분에 헬스클럽에 득달같이 달려갔다.

인바디 55kg
체중계 54.5kg


애당초 목표 54kg에는 살짝 못 미치지만 이 정도면

완전 선방이다.



55kg.



딱 내가 10년 전 살을 빼야겠다고 굳게 다짐했던 체중이었다. 50kg를 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인데 55가 되었다는 좌절감에 친구들과 "빨리 운동하자!"를 외쳤던 시기. 하지만 그 뒤 점점 불어났고, 점점 걷잡을 수 없이 58kg가 금방 되었다. 어느 날 61kg까지 되었을 땐 이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여겼다.



2026년이 되는 45세를 찬란한 마음으로 만나고 싶었다. 25년 말까지 하려던 나의 다짐은 무너지고 말았지만, 갑자기 챌린지로 이 동기부여의 불씨를 일으켰고 주변 지인들을 하나둘 불러 모았다.


5인 체제의 3주의 시간 은 작은 상상을 뛰어넘는 시간이었다.

진정으로 공을 들였다.

책 출간했을 때처럼 초집중했다.
이 생에 이거 하나는 마침표를 찍고 죽자는 심정으로 임했던 책 출간의 마음을 머금었다.
난생처음 단독 모임을 기획하고, 계획하고, 추진했다. 맞춤형은 아니지만 한 명 한 명의 마음을 모았다.
하루 삼시세끼보다 더한 하루 사시네끼를 공유했고, 각자만의 운동과 날것의 몸도 공유했다. (이건 나만)
3주 데드라인 약속한 끝의 시간동안 마치 고3 수험생처럼 임했다.





3주 스위치온 다이어트는 단순히 살만 빼는 게 아니었다.

우리의 3주는 동기부여였고
우리의 3주는 새로운 세계였고
우리의 3주는 다시 태어난 기분이었다.


함께의 에너지는 시너지 대마왕을 이뤄냈다.

그리고 나는 요리에 취미를 붙이게 되었고, 헬스장에 가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평생 생라면을 즐겨하던

요알못인 내가! 헬스장에 기부한 돈만 500만원이던 내가! 말이다.

누가 시켜서가 아닌, 내가 자진해서 하는 즐거움이 솟구쳤다. 퇴근이 늦어 야근을 해도 헬스장에 가는 건 '그냥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때 문득, 내가 좋아하는 일본 책이 생각났다.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 하야마 아마리.

뚱뚱하고 자존감 없이 의존적인 삶을 살던 전형적인 아웃사이더,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아마리가 죽기로 마음먹은 날. 우연히 본 TV에서 화려한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를 보고, "아, 죽기 전에 나도 저기 한번은 갔다 오고 나서 죽고 싶다"란 생각을 한다. 그 동기부여가 그녀에게 1년 동안 죽기 살기로 돈을 모으는 계획을 하게 만든다. 그 계획 속에 여러 경험들을 우당탕 거치면서 사회생활 만렙으로 거듭난다. 마지막, 최고의 모습으로 카지노 게임을 하고 뭇 남성에게 대시도 받는다. 그렇게 매력적인 모습으로 변모한 그녀.

밤새 게임한 카지노에서 모든 돈을 잃고 호텔방에 돌아온 그녀. 주머니를 뒤지니 딱 500엔만 남아있었다.

모든 걸 잃은 것 같은 순간에 발견한 고작 500엔.


그 작은 돈이 완전한 절망이 아닌, 또 다른 가능성, 작은 희망의 여지를 남겨두었다. 죽기로 결심한 사람이 역설적으로 그 500엔을 발견하면서 느끼는 감정. 그게 단순히 돈의 가치가 아니라, '아직 뭔가 할 수 있다',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라는 의미로 다가왔던 부분.


이상하게도 난 나의 55kg에서 그 책 여주인공이 생각났다.

난 뭐 절망까진 아니었지만, 3주를 초집중해서 수험생의 마음으로 몰입했던 시간. 회사에 도시락 꼬박 싸 가고 사람들 만나서도 도시락 꺼내 들던 그 주마등 같은 3주.


10년전 몸무게를 만난 나에게 이 3주는 체중 감량뿐

아니라 완전한 새 마음을 주었다.

"아! 45살이 되어도 새로운 건
계속 있는 거구나! 너무 재밌는걸!"

그것도 단 3주만에!


내가 만약 100살까지 산다 해도 앞으로 55년이나 남아있다. 그렇게 여기니 과거엔 대수롭지 않던 하루하루 임하는 마음이 또 다르게 다가왔다. 나는 데드라인을 좋아한다.

그냥 할 게가 아니라, '몇 시까지! 언제까지!'를 정하면 실컷 놀다가도 그 시간에 맞춰 끝내는 쾌감을 좋아한다. 그래서 요즘은 타이머도 끼고 있다. 나의 게으름을 깨워줄 귀여운 타이머!


그렇게 10년 전 몸무게를 다시 만난 일은 무언가 또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나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를 내 스스로 증명했다.


작심 3일이 작심 3주가 된 나는 우리 내나클럽
사람들과 축하 파티 준비를 계획한다.

나를 위주로 만난 우리 내나클럽 분들이 드디어

오프 만남을 갖기 2주 전, 카운트다운이 펼쳐졌다.

이전 16화체지방 3%? 애기하나가 빠졌네 빠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