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요즘 내가 느끼는 피로감의 핵심은 이것이다.
우리 사회는 사람이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살아도 괜찮은 구조가 아니다.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일하고, 가능한 만큼만 노력하고, 그 정도의 삶을 받아들이며 사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조금 더 잘해야 하고,
조금 더 인정받아야 하고,
조금 더 앞서야 하고,
조금이라도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조금씩 넘어서기 시작한다.
더 잘나 보이기 위해.
조금 더 좋은 위치에 올라가기 위해.
혹은 최소한 뒤처지지 않기 위해.
그렇게 한번 무리를 하면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유지하려면 또 무리를 해야 하고
또 노력해야 하고
또 버텨야 한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삶이 이런 느낌이 된다.
이게 누구를 위한 싸움이지?
그리고 이 싸움의 종점은 어디지?
이기면 끝나는 게임도 아니고
목표 지점이 있는 마라톤도 아니다.
조금 올라가면 더 높은 기준이 생기고
조금 잘나지면 더 잘난 사람이 나타나고
조금 안정되면 더 불안해질 이유가 생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번아웃을 겪는다.
목표를 이루지 못해서가 아니라
목표가 끝없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나는 목표를 낮추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생긴 대로 대충 살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다만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정말 자기 삶을 살고 있는 걸까,
아니면 경쟁의 구조 안에서 계속 달리고 있는 걸까.
문명의 이기는 분명 좋아졌다.
기술은 발전했고, 정보는 넘쳐나고, 세상은 편리해졌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사람 냄새 나는 세상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예전에는 느리고 불편했을지 몰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기준이 지금처럼 끝없는 비교와 경쟁은 아니었던 것 같다.
요즘은 오히려 더 원시적인 느낌이 든다.
문명은 발전했는데
삶의 방식은 마치 약육강식의 시대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
더 강해야 하고
더 빨라야 하고
더 경쟁력이 있어야 하고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도태될 것 같은 분위기.
그래서 사람들은 서로를 보며 달린다.
누군가는 더 잘나 보이기 위해,
누군가는 뒤처지지 않기 위해,
누군가는 이미 시작된 레이스에서 내려올 방법을 몰라서.
그런데 가끔 이런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우리는 정말 어디까지 가려고 이렇게 사는 걸까.
그리고
우리는 언제 멈춰도 되는 걸까.
어쩌면 앞으로의 시대에 더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더 올라갈까”가 아니라
“어디까지 가면 충분한가”일지도 모른다.
그 기준이 없는 삶은
결국 끝없는 싸움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