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본업을 미친 듯이 잘하는 사람과 사람들에게 매력 있는 사람,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밸런스 게임이 있다면 어떤 인간이 되는 것이 나을까. 현실에서는 대부분 “둘 다 해야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삶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에너지와 시간은 한정돼 있고, 사람은 결국 어느 쪽에 더 많이 투자하며 살게 된다. 어떤 사람은 일에 깊게 몰입하고, 어떤 사람은 사람과 관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
본업을 잘하는 사람은 보통 자기 일에 깊이 파고드는 타입이다. 효율을 고민하고 결과를 만들어낸다. 이들은 대체로 묵묵하고, 여유가 없어 보이고, 때로는 재미없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대신 그들은 결과로 말한다. 반대로 매력 있는 사람들은 사람을 편하게 한다. 같이 있으면 분위기가 좋아지고, 말도 재밌고,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는다. 인간 사회는 결국 사람으로 돌아간다고 믿는 이들이 보통 이쪽을 선택한다.
흥미로운 건 이 선택이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와 가치관의 문제라는 점이다. 어떤 사람들은 실력을 선택한다. 사람의 마음은 변하지만 실력은 축적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내가 잘하면 어디서든 살아남는다”는 세계관이다.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매력을 선택한다. 기회도, 정보도, 도움도 결국 사람을 통해 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장기적인 자산보다 단기적인 인정과 관계를 더 쉽게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질문이 회사라는 공간을 넘어 삶 전체로 확장되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회사에서는 실력이 중요하지만, 가정에서는 전혀 다른 기준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좋은 부모는 보통 “능력 있는 부모”가 아니라 “정서적으로 안전한 부모”다. 나와 놀아주는 사람인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인지, 나에게 따뜻한 사람인지, 내가 실수해도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인지.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이런 것들이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이 어느 순간 비슷한 질문 앞에 서게 된다. 회사에서는 유능해야 인정받고, 가정에서는 따뜻해야 사랑받는다. 그런데 이 두 능력은 쓰는 에너지가 다르다. 유능함은 집중과 경쟁과 성과를 요구하고, 따뜻함은 여유와 공감과 시간을 요구한다. 그래서 부모가 되면 사람은 처음으로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나는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할까.
여기서 또 하나의 현실적인 질문이 생긴다. 따뜻한 부모가 되고 싶지만 돈이 없고 성공하지 못하면 그 따뜻함도 결국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이 걱정은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경제적 불안은 사람을 예민하게 만들고 여유를 빼앗는다. 생활이 불안정하면 작은 일에도 화가 나고, 아이에게 짜증이 나기 쉬워진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경제적 안정은 정서적 안정과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동시에 돈이 많다고 따뜻함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세상에는 돈도 성공도 있지만 늘 바쁘고 예민해서 아이와 정서적으로 멀어진 부모들도 많다. 결국 돈은 따뜻함의 조건이 될 수는 있어도 따뜻함의 원인은 아니다. 사람들이 나중에 삶을 돌아보며 후회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반복되는 말이 하나 있다. 더 많은 돈을 벌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아이와 시간을 더 보내지 못한 것이다. 돈은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지만 아이의 어떤 시기는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 시절의 몇 년은 부모의 존재감이 아이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시간이다.
그래서 결국 삶의 균형은 이런 식으로 정리되는 것 같다. 경제적으로 무너지지 않을 정도의 안정은 확보하고, 남는 에너지는 관계에 쓰는 것. 아이에게 필요한 부모는 사회적으로 대단한 부모라기보다 안정된 부모이기 때문이다. 늘 완벽하지 않아도 되고, 항상 성공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아이가 돌아볼 때 “내 편이었던 사람”으로 기억되는 부모면 충분하다.
어쩌면 이 모든 고민의 중심에는 결국 하나의 질문이 남는다. 나는 어디에 에너지를 써야 후회가 적을까. 그리고 그 질문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어느 정도 답에 가까이 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좋은 부모를 고민하는 사람은 대개 이미 아이에게 꽤 좋은 부모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