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만 버티지 않아도 되는 삶으로

에필로그

by 랭크작가

나는 가끔 내가 너무 냉정한 사람인 것처럼 느껴진다.
분명 사랑받는 건 알고, 사랑이 뭔지도 아는데
막상 내가 먼저 주는 건 잘 안 된다.

그래서 스스로를 의심한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인가.
따뜻하지 못한 사람인가.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조금 다른 결론에 닿는다.

나는 냉정한 사람이 아니라
지쳐 있는 사람이었다.

마음이 약해서 더 쉽게 흔들리고,
그래서 더 빨리 닳아버리고,
그걸 막기 위해 스스로를 닫아버린다.


그 결과가
겉으로 보이는 ‘냉정함’이다.

사랑을 주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힘이 든다.
누군가를 이해하고, 감정을 받아주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상처까지 감당해야 한다.

나는 그걸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쉽게 시작하지 못한다.

이미 감당하기 벅찰 것 같으니까.


그래서 나는 혼자 버티는 쪽을 선택한다.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도 없고,
주지 않으면 닳아버릴 일도 없으니까.

그렇게 점점
‘혼자서도 괜찮은 사람’이 되어간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알게 된다.

혼자서 버티는 건
괜찮은 게 아니라
그저 익숙해진 것뿐이라는 걸.


나는 사실
혼자서 잘 버티고 싶은 게 아니라
혼자서만 버티지 않아도 되는 삶을 원했다.

누군가에게 기대도 되고,
조금은 무너져도 괜찮고,
굳이 강해지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 있는 삶.

하지만 그런 삶은
그저 주어지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삶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먼저 나를 지탱할 힘이 필요하다.

완전히 무너지지 않을 정도의 마음,
지치더라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여유,
그리고 조금씩 내 마음을 열어도 괜찮다는 확신.


그래서 나는
한 번에 달라지려고 하지 않기로 했다.

모든 걸 다 주는 사람이 아니라
조금은 나누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전부를 기대하는 대신
조금은 기대해보고,

완벽하게 이해받으려 하기보다
한 부분이라도 나눠보는 것.

그렇게 아주 작은 방식으로
‘혼자가 아닌 상태’를 연습해보려 한다.


아마 나는 여전히
가끔은 닫히고,
가끔은 버티고,
또 가끔은 지칠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이제는 안다.

나는 냉정한 사람이 아니라
그저 오래 혼자 버텨온 사람이라는 걸.

그리고 이제는
조금씩이라도

혼자서만 버티지 않아도 되는 삶 쪽으로
걸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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