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할까

by 랭크작가

어릴 때 나는 기준 속에서 자랐다. 무엇이 옳은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는 늘 분명했다. 엄마는 말로는 많은 가치를 이야기했지만, 삶으로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래서 나는 잘하려고 애썼지만, 잘하고 있다는 안도감이나 사랑받고 있다는 따뜻함은 쉽게 느끼지 못했다.


조건은 있었지만 온기는 부족했던 시간이었다.

그렇다고 엄마를 단순히 원망할 수만도 없다. 만약 엄마가 일을 하지 않고 항상 집에 있었다면, 또 다른 방식으로 숨이 막혔을 것 같다는 걸 이제는 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이 항상 따뜻한 존재가 되는 건 아니니까. 누군가의 헌신이 반드시 아이에게 안정이 되는 것도 아니라는 걸, 어른이 되고 나서야 조금 이해하게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마음 한쪽에는 남아 있다. 집에 돌아오면 늘 기다려주는 엄마, 아무 이유 없이 편안한 분위기,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느껴지는 공기. 그런 친구들의 집을 보며 느꼈던 부러움과 동경.

그래서 지금 나는 혼란스럽다. 내 딸에게 나는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할까.


따뜻해야 할까. 단단해야 할까. 곁에 있어야 할까. 아니면 스스로 서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까.

아마 정답은 하나가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가 부러워했던 건 ‘집에 있는 엄마’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서 느껴졌던 안정감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힘들었던 기억 역시 ‘일하는 엄마’여서가 아니라, 마음이 닿지 않는 거리감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완벽한 형태의 엄마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사랑인지 모른다. 잘해도 사랑받고, 못해도 여전히 괜찮다는 신호. 엄마가 어떤 선택을 하든 관계없이, 관계 자체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확신.

우리는 종종 과거를 보며 반대로 살려고 한다. 나는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나는 다르게 해야지. 하지만 그렇게 시작된 다짐은 쉽게 또 다른 부담이 된다. 완벽하게 보완하려 할수록, 또 다른 결핍을 만들까 두려워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중요한 건 무엇을 해주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함께 있느냐일지도 모른다. 항상 곁에 있지 못해도 괜찮고, 늘 따뜻하지 못한 날이 있어도 괜찮다. 아이는 완벽한 엄마보다,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고 있는 엄마를 더 오래 기억할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도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조금 알 것 같다. 내가 어린 시절 가장 원했던 건, 기준이 아니라 안심이었다는 것.


그래서 오늘은 다짐을 조금만 단순하게 해본다.
완벽한 엄마가 되려고 애쓰기보다,
내 딸이 나와 함께 있을 때
조금은 편안하다고 느끼게 해주는 사람.

어쩌면 그것이면, 이미 충분히 다른 시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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