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가훈이 없었다

by 랭크작가

나는 자라면서 우리 집에 가훈이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어떤 기준도, 어떤 철학도, 어떤 방향도 들은 기억이 없다.
착하게 살아라, 열심히 살아라 같은 말들은 있었겠지만 그것은 삶의 기준이라기보다 그때그때의 잔소리에 가까웠다.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
우리는 이런 사람이라는 정체성 같은 것.

그런 이야기를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는 살았다.


남들이 보기에는 나름 성실하게, 문제 없이 살아온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내 안에서는 늘 방향을 잃은 느낌이 있었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 때마다 기준이 없었다.
무엇이 옳은지보다 무엇이 덜 손해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보다 남들이 어떻게 보는지가 더 크게 느껴졌다.

누군가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들.
“우리 집은 이런 사람이야.”
“우리는 이런 식으로 살지 않아.”
“이게 맞는 길이야.”

나는 그런 문장을 단 한 번도 듣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내 모습이 초라하고 처량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열심히 살았는데도 중심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가지고 있는 어떤 뿌리를 나는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아서.


사람은 생각보다 기준이 필요하다.
삶이 복잡해질수록, 세상이 혼란스러울수록 더 그렇다.

돈이 많다고 흔들리지 않는 것도 아니고
능력이 있다고 길을 잃지 않는 것도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붙잡고 있을 수 있는
아주 단순한 문장 하나.

그게 사람을 버티게 한다.

그래서 나는 요즘 가훈을 생각한다.

거창할 필요는 없다. 그저 우리 가족이 공유하는 하나의 기준이면 된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사람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든
우리는 이렇게 살자는 약속 같은 것.


나는 내 아이에게
나처럼 좌충우돌하며 기준 없이 부딪히게 하고 싶지 않다.

어떤 선택 앞에서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 있는 사람.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적어도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

그런 기준 하나는 물려주고 싶다.


나는 어릴 때 그런 말을 듣지 못했지만
내 아이는 듣고 자라면 좋겠다.

“우리는 이런 사람이야.”

그 한 문장이
아이에게는 뿌리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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