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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란 Nov 09. 2022

식품제조가공업 등록을 시작하다

식품제조가공업은 아직 시작할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제조 시설과 관련해서 많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최대한 작은 공간에서 시작해서 비용을 줄인다고 해도 제조업까지 선뜻 손대기엔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잠깐만 뒤로 미뤄뒀던 일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식품제조가공업, 정확히 말하자면 즉석판매 제조가공업 영업신고를 하게 됐다. (식품제조가공업보다 즉석판매 제조가공업 등록 요건이 훨씬 덜 까다롭다.)

 

사건의 발단은 공유 주방에서 시작됐다. 크라우드 펀딩 판매를 위해 경기도에서 지원해주는 공유 주방 입점을 신청했었다. 입점 당시에 크라우드 펀딩 판매를 위한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는 관계자의 답변을 들었다. 그래서 크라우드 펀딩 절차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와디즈 스토리 제작이 거의 끝나고, 와디즈 오픈 승인심사를 위해서 필수서류를 제출할 단계였다.


자체 제작이 아닌 공유 주방 시설을 위탁해서 생산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공유 주방 측에 관련 서류를 요청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지원해줄 수 없다는 게 아닌가! 아니 이게 웬 날벼락같은 일인가. 이 공유 주방 시설만 믿고 펀딩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규정상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처음부터 말해줬으면 다른 곳을 알아봤을 텐데 시간 낭비한 셈이었다. 아무리 남 탓, 상황 탓을 해봐도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할 때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하는 크라우드 펀딩이었기 때문에 정해진 일정에 맞춰야 했다. 여유시간이 많지 않았다. 다른 공유 주방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공유 주방은 즉석판매 제조가공업 사업자등록이 가능하다. 원래는 사업자등록이 불가능했지만, 법규가 변경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하나의 제조시설을 여러 사업자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유 주방에 사업자 등록해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었다. 사설 공유 주방 업체 몇 군데에 전화해서 상담을 받았다. 그렇지만 나와 조건이 맞지 않거나 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쌌다.

 

한참 고민하다가 지난번에 문의했을  최소한  서달은 대기해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던 ‘위쿡이라는 곳이 생각났다. 위쿡은 공유 주방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의 파트너사이기도 하다.  같은 푸드 스타트업들이 제품을 개발하고, 시제품 테스트 생산을 많이 하는 곳이다. 가격도 다른 사설 공유 주방에 비해 저렴하다.


또 일반 공유 주방들은 동네 배달에 특화되어있거나 푸드코트처럼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곳 위쿡은 온라인 판매, 택배 배송 등에 특화되어 있다. 또 B2B(ex. 일반 마트, 식당 등 사업체에 납품하는 것) 판매도 서울에 한정해서 가능하다.

 


그땐 너무 오래 기다린다고 생각해서 포기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물불 가릴 때가 아니었다. 또 그 답변을 들은 지 벌써 세 달은 지났다. 지금은 자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바로 전화를 해서 문의했다.


“여보세요! 지금 제가 쫌 많이 급합니다. 지금 신청하면 언제쯤 시설을 이용할 수 있나요?”

“죄송합니다. 일단 먼저 이곳에 오셔서 투어부터 하셔야 해요. 매주 수요일에 투어 진행 중입니다. 다음 주에 오시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정해진 기간 내에 어떻게든 잘 마무리 짓겠다는 목표 하나에만 집중했다. 비록 계획은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어그러졌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오히려 더 잘된 일이다. 더 이상 제품 생산 때문에 골머리 썩고 싶지 않다. 제조업 등록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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