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주방 투어를 하는 날.
2,3주 내에 즉석판매 제조가공업 영업신고를 해야한다는 굳은 다짐을 하고 길을 나섰다.
위쿡이라는 공유주방은 경복궁 역 근처에 있다.
나처럼 자본금 없이 온라인 식품 창업을 하는 사업가들에게 초기 제품생산을 하는 데 있어서 도움을 주는 곳이다. 무엇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즉석판매 제조가공업 사업자등록이 가능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한 층은 공유주방이었으며, 한 층은 월 임대료를 내고 독립적으로 사용하는 개별주방들이 있다. 또 한 층에는 쿠킹 스튜디오와 회의실이 있어서 쿠킹 클래스나 시식회 등을 진행하거나 팀원들과 회의를 할 수 있다. 옥상에는 루프트탑처럼 탁 트여진 공간이 있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멤버십 가입비와 보증금(멤버십 해지시 돌려준다)을 납입 후, 크레딧을 충전해서 공유주방을 사용할 수 있다. 크레딧은 3개월 단위로 1시간, 30시간, 60시간, 180시간, 300시간제 충전 가능하다. 이외에도 냉장, 냉동, 실온창고가 있어서 원부재료나 기물 등을 보관할 수 있다.
투어 후에 담당 매니저님께 현재 시간여유가 많지 않음을 설명했다. 와디즈 펀딩 서류심사를 위해 즉석판매 제조가공업 영업신고를 해야 하는데, 그 영업신고를 하려면 공유주방 측과의 계약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빠르게 답변을 해주셔서 위쿡 공유주방 멤버십 가입까지 진행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위쿡 공유주방과 계약을 체결하려면 4가지 서류를 작성해야했다. 뿐만아니라 보건소와 세무서에 제출해야하는 행정서류들도 엄청나게 많았다.
가장 먼저 집근처 보건소에 가서 건강진단을 받았다. 결과가 나오려면 5일 정도 걸리기 때문에 미리 받아두었다. 식품 관련 종사자들은 모두 주기적으로 건강진단을 받아야 한다. 발빠르게 건강진단결과서부터 수령했다.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식품 위생교육도 받아야하는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내가 위생교육을 받으려고 하는 그 달부터 더이상 온라인 위생교육도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오프라인 집합교육을 받아야했다. 눈앞이 캄캄했다. 가장 빠른 일정이 바로 다음주에 있었다. 그것도 대구에서였다. 한숨이 나오고 우울했다.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왜 갑자기 온라인 교육은 안되는지 원망스러웠다. 그렇지만 이런다고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수강 가능한 인원이 2,3 자리 밖에 없었기 때문에 당장 예약부터 했다. 이어서 KTX 기차표까지 예약했다. 간만에 기차여행 한 번 해보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애썼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서울역에서 기차를 탔다. 위생교육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되기 때문에 일찍 출발해야 했다. 장장 8시간 동안 식품 위생과 관련된 교육을 들었다. 위생교육수료증은 교육이 끝난 뒤에 현장에서 바로 수령할 수 있다. 이 수료증 한 장을 받기 위해서 대구까지 당일치기 장거리 출장을 다녀온 것이다. 신규 식품 관련 종사자들은 오프라인 위생교육만 가능하기 때문에 미리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위생교육을 신청해야 한다. 처음 한 번만 오프라인으로 교육받고, 이후에는 온라인 교육이 가능하다고 한다. 어찌됐든 이 위생교육 수료증도 위쿡 공유주방에 제출해야할 서류로 준비해두었다. 이제 위쿡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작성해야하는 행정서류 4가지를 준비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