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 알바생 폭행 사건을 보고 느낀 점
개인적으로 이번 편의점 알바 폭행사건을 보면서 많은 감정이 들었다.. 나도 편의점 알바를 비롯해서 다양한 알바를 해보면서 진상들을 정말 많이 상대해보고 느껴봐서 더 공감이 잘되는 것 같다
난 모든 아르바이트 중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극강의 난이도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물론 돈 버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편의점 아르바이트에서 만난 진상들을 보면서 난 정말 많은 생각을 했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가장 어려웠던 건 담배 이름을 모조리 외우고 빨리빨리 드리는 게 힘들었고 그다음 힘든 점은 동전과 지폐를 정확하게 드리는 게 힘들었다. 반복된 작업이지만 처음은 힘들었다. 다행히 내가 처음 한 아르바이트는 골목에 딱 하나 있는 편의점인데 알고 보니 나의 절친한 친구가 일하고 있던 편의점이였다. 열심히 배웠다. 그리고 주인형님도 좋으셔서 시간이 지난 삼각김밥을 주시면서 배고프면 먹으라며 주시고 대학생들의 생활을 이해하려고 노력을 많이 해주셨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정말 어이는 없는데 , 첫 번째가. 공부 열심히 공부 열심히 안 하면 저런 일 해.라는 이야기였다. 그날은 비가 엄청 쏟아지는 날이었다.손님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어른들은 막걸리와 맥주를 사러 오셨는데 아주머니와 아이가 가방을 들고 들어오면서 "아 덥다" 하시면서 아이에게 먹을 것을 고르라고 하셨다. 난 반가운 마음에 "왔니?"라고 하며 인사를 하는데 아주머니는 난색을 표하셨다. 큰 실수를 저지른 것 같아 "죄송합니다"라고 말을 했는데 아이가 뭔가를 고르는데 들으라고 말을 한 것 같다. 아니 들으라고 한 거다. "저기 봐 , 공부 못하면 서서 돈 계산하는 사람밖에 안 되는 거야"라고 아이에게 이야기를 하며 "먹고 학원가자"라고 아이를 다그치는 아주머니를 봤다. 난 속으로 어이가 없어서 '아니거든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손님은 손님 어쩔 수 없이 끝까지 웃으며 "감사합니다" 하며 잔돈을 내어 드린 적이 있다. 나중에 교대하는 파트너에게 "정말 개념 없네"라고 이야기했더니 "모르셨어요? 저런 사람 되게 많아요" 하며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는데 정말 많았다.
뿐만 아니라 어떤 분은 술을 과하게 드셨다. 휘청거리시며 몸을 도저히 가눌 수 없을 것 같은데 우리에게 용돈이라며 "자 여기 천 원 , 내가 내 딸 같아서 그러는데 공부 좀 해, 여기서 이러지들 말고" 하며 침을 탁 뱉으며 가셨다. 다음으로 편의점 알바생들이 힘든 손님은 편의점인데 왜 물건이 없어라고 소리치시는 분들이다. 편의점이라고 모든 걸 다 구비하진 않는다. 그런데 급하게 왔는데 물건이 없으면 그냥 가시는 분도 계시지만 소리를 치시는 분들이 있다. "그럼 왜 편의점인 건데?" 하시며 나에게 따지둣이 물으면 "죄송합니다, 저희 편의점은 없습니다"라고 말을 한다. 그럼 다시 똑같은 질문을 하신다. 정말 이럴 때는 답이 없어서 나도 바쁜 척을 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람들의 시선에서 난 많은 걸 봤다. 타인에 대한 시선은 자기 기준에서는 어쩌면 쉬운 일에 포함될 수 있고 아니면 어려운 일에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그걸 다 떠나서 난 기본적으로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을 키웠다. 그리고 내가 편의점을 그만두면 이런 점들이 어려우니 난 이렇게 행동해야지, 라는 생각을 했다.
나도 편의점을 이용한다. 가끔 행사상품에 1+1이라는 음료가 있으면 난 사서 일하시는 분에게 "같이 드시죠" 하면서 건넨다. 사실 별것 아닌데 "감사합니다"라고 받아주신다. 내가 하나 더 먹는다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지금 집 근처에서 편의점을 하시는 분들이 딱 내 나이 또래의 분들이 하시는 것 같아 그 옛날 내가 하던 그 시절이 떠올라 가끔 마음 좋으신 분이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주셨는데 그렇게 좋았다. 그래서 그 잊지 못할 기억에 만약 내가 편의점을 이용하는 사람이 된다면 나도 베푸는 마음으로 살아야지, 라는 생각을 했다. 베푼다고 큰 것이 될 필요는 없겠지만 작은 것을 나누면 기쁨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작은 것부터 실천하고 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난 사람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고 정말 인격이라는 것은 스스로 쌓아지는 것이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사람들은 쉽게 아르바이트 뭐 없나, 하며 편의점을 생각한다. 하지만 편의점 쉽지 않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일하는 공간이고 아주 좁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스토리가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더 철저하게 더 민첩하게 움직여야 하는 멀티로 해야 하는 곳이다. 나는 첫 알바인 그곳에서 어떻게 어른이 되어야 하는지 조금은 배운 것 같다.
나는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생각한다 . 노동은 숭고하고 존경받아야 한다. 어떤 일을 한다는 것은 한 사회에서 그 사람이 쓰임받는 다는 것이고, 그 쓰임은 그 사회에서 필요하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일을 하는 사람이 없다면 그 일은 '정지'되고, 대체할 사람이 구해지기 전까지 다시 시작될 수 없다. 알바도 마찬가지다. 편의점 알바가 없다면 우리는 새벽에 야식을 먹을 수 없고, 카페에 알바생이 없다면 우리는 스틱 커피를 구입해 종이컵에 직접 뜨거운 물을 담아 휘휘 저어서 마셔야 할 것이다. 그런데, 왜 알바를 무시하는가?
이번 사건은 반말한 편의점 알바생도 물론 잘못의 과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70대 노인이 더 잘못한것 같다. 물론 기성세대들도 나와 같은 젊은 시절을 겪었기에 어른이 되었지만 어른이고 매장에 온 손님이어도 먼저 자기가 예의를 차린다면 어딜가든 대우를 받는 것은 사실이다. 나도 여러 알바를 해본 경험에서 나온 해답은 인사해도 안받고 말 짧게 하는 사람 싫어한다. 반대로 내가 손님입장으로 가는 곳에선 인사하고 존대하면 대우를 받는다. 내 말의 취지는 어른도 자기보다 어린사람에게 대우하면 똑같이 대우 받는다는 말이다.
이번에도 주저리주저리 내 생각을 써봤는데...항상 끝은 글을 쓰면서도 내 자신이 엉성하고 성숙해져야되겠다고 느낀다. 흔히들 20대와 30대와 40대 이상의 방황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고들 한다. 그래서 가능한 빠르게 실컷 방황해보고 길도 잃어보면서 나중에 후회할 일을 최소한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다고. 그래서 더 열심히 눈에 보이는 것들 하나하나 두드려가며 걸어왔던 것 같다. 당연히 대부분이 큰 의미를 남기지 못했지만 그 중 정말 일부에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찾아 여기까지 이르렀다고 생각했는데, 요즘같이 크고 작은 잦은 실패 앞에서는 믿었던 것들과 의심해왔던 것들에 대한 신뢰가 바닥이 난다. '조급해하지 말라'고 하지만 당장 코 앞에 닥친 숙제들을 보고 하나씩 건들여보고 있노라면 그마저도 아껴두고 있던 평정심과 여유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 문제인 듯 하다.
현재에 최선을 다하며 방황해하는 것. 단지 시간의 흐름에 맡기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충분한 고민의 시간이 있어야 어떠한 결과에도 빠르게 승복하고 인정하여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불안함과 힘듦은 20대에 너무도 당연한 과정이 아닐까. 이미 너무 안정적인 극소수를 제외하고, 20대에 하루하루 살아냄이 단조롭고 편안하다면 그것은 '젊음'이라는 패를 너무 쉽게 남은 미래에 배팅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기에 오늘도 달려왔지만 막막한 우리는 잘 살아내고 있다. 나와 같은 대한민국의 20대애벌래들이여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