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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만, 무너지진 않는다.

회복은 완성이 아니라, 함께 살아내는 감각이었다.

by 라온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또 무너졌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 회복이 가짜였던 것만 같았다.


어느 정도 단단해졌다고 믿었던 마음이
작은 말 한마디에 다시 움츠러들고.
다 잊었다고 생각한 감정이
밤이 되면 다시 되살아날 때.
‘왜 아직도 이럴까’
그 질문이 나를 다시 지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때가 와도,

나는 빠르게 돌아왔다.


잠시 흔들릴지언정,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일 따위

일어나지 않았다.


회복은 완성되는 상태가 아니라,
흔들림과 함께 살아내는 감각이니까.


어떤 날은

별일 없이 지나가고,

어떤 날은

평범한 말에도 상처받는다.

기분이

붕 뜬 것 마냥

매우 좋은날도 있고,

기분이

저 깊은 지하까지

곤두박질 치는날도 있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면서,
나는 알게 된거다.


감정이라는 건
조절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머물다

보내줘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그래서
감정을 조용히 옆에 두는

연습을 번복했다.
기분이 좋을 때는 잠깐 머물고,
나쁠 땐 조용히

지나가도록 기다린다.


예전처럼

급하게 끌어안지도 않고,
억지로 떼어내려 하지도 않는다.

그저 잠시 옆에 두고,

그 감정이 나를 지나가도록

허락하는 일.


그러다 보면 어느샌가
나는 여전히 나로 남아 있다.


그게 내가 배운 회복이었다.


넘어지지 않는 내가 아니라,
넘어져도
금방 다시 나에게 돌아올 수 있는

내가 되는 것.

그리고 그걸 반복하다 보니
조금씩 내가,
예전의 나보다
덜 두려운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흔들리고 있는
누군가에게 말해주고 싶다.


지금 이 감정은

당신을 망치러 온 게 아니라,
그저 머물다 갈 손님일 뿐이라고.


그러니 부디
그 감정 안에 머무르되,
당신 자신까지

무너뜨리지는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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