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감나무 아래 핑크빛 꽃이 보였다. 저게 원래 저기 있었나? 어렴풋 작년에 봤던 기억이 있다. 누가 심었는지 어떤 연유에서 저기 자리를 잡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감나무 아래 해도 많이 안 드는 그곳에, 아마도 돌아가신 실장님이 작은 구근을 심어서 그게 자라 작년부터 꽃이 핀 것 같다.
작년에도 그냥 이쁘다 생각만 하고 넘겼는데 이름이 궁금해졌다. "상사화" 꽃말이 이룰 수 없는 사랑,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란다. 너무 슬픈 꽃말을 가진 어여쁜 핑크색 꽃이 피는 수선과 식물이다. 안예은이 부른 드라마 역적의 ost가 생각난다. 매우 슬펐던 그 드라마, ost 제목이 왜 상사화였는지 이해가 간다.
올여름 딸아이가 전화를 해서 한 말이 떠오른다.
딸 : 엄마! 00 이가 첫사랑이 아니었던 거 같아
나 : 그럼 누구 같아 지금 사귀는 애가 니 첫사랑 같아?
딸 : 응
나 : 그래? 근데 또 바뀔 거야! 남자는 처음 사랑한 여자가 첫사랑이고 여자는 마지막 사랑이 첫사랑 이래!
딸 : 그으래~?
20대 때 나도 저런 생각을 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시절 소개팅으로 만나 반년 정도 사귀다 헤어진 남자 친구가 있었다. 그때는 헤어지고 너무너무 가슴이 아팠다. 나중에는 가슴 아픔을 즐겼다. 그러다 대학을 가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주변에 사람이 많아지니 내가 그 아이를 좋아하기는 했나 싶었다. 짬깐씩 스치듯 사귀었던 다른 남자들 이름은 기억이 안 나고 그 아이의 이름은 기억나는 것 보면 좋아하긴 한 것 같다. 첫 키스의 상대라서 이름이 생각나는 것 같기 하고.
어린 시절 짝사랑도 많이 했다. 짝사랑을 할 때 슬픈 노래만 찾아 듣던 기억이 있다. 오늘 듣는 안예은의 상사화가 애잔하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건 왜 일까?
상사화(相思花). 꽃이 필 때 잎은 없고 잎이 자랄 때는 꽃이 피지 않으므로 서로 볼 수 없다 하여 상사화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알뿌리를 가진 여러해살이풀이다. 알뿌리를 둘러싸고 있는 껍질은 어두운 갈색이고 밑바닥에 많은 뿌리가 나 있다. 난초 잎과 비슷한 연한 잎이 뭉쳐 자라는데 잎 끝은 둥그스름하다.
여름철에 접어들면서 잎이 말라버린 후에 60cm 정도의 높이를 가진 꽃대가 자라난다. 꽃대의 끝에 4~8송이의 꽃이 뭉쳐 피는데 완전히 핀 꽃은 모두 옆을 향한다. 지름 7cm 안팎의 꽃은 6장의 피침 모양의 꽃잎으로 이루어져 있다. 꽃이 뭉친 상태는 우산 형태이다. 꽃의 빛깔은 약간의 보랏빛 기운이 감도는 연한 분홍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