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자서 인지 아직 깜깜한데 눈이 떠졌다. 더 이상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일어나 시간을 보니 새벽 6시 아! 일찍 일어난 게 아니고 해가 늦게 뜨는 거구나. 난 딱히 새벽형 인간은 아니고 초저녁 잠이 많다 보니 일찍 잠이 들어서 일찍 일어나는 편이다. 여름에는 4시 반이면 훤해지기 시작하니 새벽 5시 무렵이면 눈이 떠지곤 했다. 동절기로 가면서는 저절로 수면시간이 조절돼서 저녁에 더 늦게 잠들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게 된다. 자연에 순응하는 나의 몸이 신기하다. 꼭 7시간은 자려고 노력한다.
오랜만에 새벽에 글을 쓴다. 6월부터 화훼장식 산업기사 자격증을 따겠다고 성남으로 왕복 3시간의 학원을 다닌 지 4개월째다. 20년의 회사생활을 접고 나이 마흔다섯에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겠다고 회사를 나와 공부를 하고 있다. 처음 두어 달은 마냥 좋았다. 매일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꽃을 볼 수 있고 만지고 느끼며 그동안 나의 힘들었던 삶에 안식년이 되어준다 느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플로리스트의 일을 배우며 호락호락하지 않은 일 임을 느낀다. 점점 많은 정보를 접 할수록 두려워진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포기해야 할까? 다시 회사로 돌아가서 하던 걸 해야 하나? 하는 걱정에 추석 연휴 내내 우울했다. 우울해지니 위염이 왔다. 다시 한번 내 몸의 정직함을 느낀다.
플로리스트의 일 생화로 꽃다발과 꽃바구니를 만들어서 팔면 되는 줄 알았다. 비누꽃, 드라이플라워, 프리져브드 같은 재료로 예쁘게 액자, 시계 등의 인테리어적 장식품도 만든다. 현재 현업에서 이 어려운 코로나 시기에 매출이 원활한 꽃집 사장님들께 수업을 듣고 있다. 와 내가 저걸 다 할 수 있을까? 창업을 너무 쉽게 생각했나? 걱정이 앞선다 내가 장사를 시작했을 때 저 정도 손님이 올까?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일 것이었다.
올 추석에 직접 만들어서 부모님께 선물한 플라워용돈박스
내가 나는 글을 못써 라고 평생을 생각하고 살다가 지금 글을 쓰는 것처럼 공예, 만들기도 난 손재주가 없어 라고 생각하며 여자들이면 보통 다 하는 뜨개질이며 십자수 같은 그런 손으로 하는 것은 시도를 할 생각도 안 했었다. 불현듯 어린 시절 휴지로 장미를 만들어서 꽃 철사에 꽃 테이프를 감아 남자 친구에게 밸런타인데이 선물을 했던 생각이 났다. 한지로 장미꽃을 만들기도 하고 핑크색, 노란색 휴지로 장미꽃을 만들어서 유리 화병에 거의 50송이 가까이 만들어 선물했었다. 그동안 안 했을 뿐이지 나에게 공예의 피가 없는 게 아니구나 새삼 자각했다.
근본적인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미래를 두려워해서 마음이 쪼그라들게 아니라 두려움을 극복해보자. 궁금한 것 창업하기 전에 다 만들어보자. 직접 다 만들지 못하면 간접체험이라도 하자 요즘 세상이 좋아 온라인 동영상으로 다 접해 볼 수 있으니 정보를 더 수집하자. 창업은 나중 문제고 지금 현재를 즐기자 이렇게 마음먹으니 한결 두려움이 가셨다.
내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꽃을 만지고 배우는 지금이 지나고 보면 내 인생 통틀어 제일 행복한 순간일 수도 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가진 생각 가성비, 최대 효율 따위 생각하지 말자. 계획했던걸 못했다고 죄책감 가질 필요 없다. 오늘 못했으면 내일 하면 되고 내일 못했으면 모래 하면 되고 상황에 맞추어하면 된다. 다만 내가 가야 할 최종 목표가 어디인지 방향성만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