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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존재 자체로 충분히 사랑스러워

자존감의 문제였다.

  

 여자들이 모이면 종종 하는 말이 있다. “00 씨는 날씬해서 좋겠다. 00 씨는 어쩜 이렇게 성격이 여성스러워” 그럴 때마다 내가 하는 말이 있다. “저건 내가 갖지 못한 부분 중에 하나야 아마 엄마 뱃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나와도 안 될걸?” 각자 개성이 있을 뿐 비교하고 부러워할 게 아니라는 것이다.      


 어린 시절 외모 콤플렉스가 있었다. 중학교 때 남녀공학 합반이었다. 남자, 여자아이가 같이 짝을 했다. 남자아이들 중 이상한 아이도 있었고 멋진 남학생들도 있었다. 여기서 멋진 남학생이란 매너 좋고 공부도 좀 하는 잘생긴 남자 사람이다. 그런 남학생들은 예쁘고 여성스러운 여자아이들을 좋아했다. 그 아이들은 날씬하고 성격도 활발했다.      


 나는 날씬해 본 적이 없다. 학창 시절 몸무게는 58킬로그램을 오갔다. 난 통통했다. 이게 외모 콤플렉스로 작용했다. 내성적이고 소극적이었다. 남자아이들과 서슴없이 잘 어울려 노는 여자아이들을 보면 부러웠다. 대학 진학 후 성격이 활발해지기는 했지만 외모 콤플렉스는 여전했다. 

     

 그러다 최근 예전 사진들을 보니 내가 그리 밉지도 뚱뚱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지금보다 훨씬 날씬했다. 당시키와 몸무게를 비교해보면 나와 막내딸이 비슷하다. 막내는 예쁘다. 귀엽고 사랑스럽다. 이걸 이제 알다니. 외모 콤플렉스가 아니라 낮은 자존감의 문제였다. 내가 나를 좀 더 사랑하는 방법을 알았으면 내 인생이 좀 더 활기차고 편안했을 텐데.     


  사춘기 어린 시절 '너는 예뻐. 넌 네 존재 자체로도 너무 사랑스러워'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예전 부모들은 그저 먹고사는 게 바빠서 아이들의 감정과 정서를 돌볼 여유가 없었다.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공부만 잘 시키면 된다고 생각했다. 난 내가 가진 콤플렉스, 마음속 이야기를 할 상대가 없었다. 

     

어린 시절 갖는 콤플렉스는 성격 형성과 자존감에 영향을 미친다. 누군가 사춘기 시절 내 속마음을 들여다봤다면 난 달라졌을 것이다. 넌 그리 뚱뚱하지 않다고, 내가 가진 외모 콤플렉스는 사실과 다르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줬다면 난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으로 성장했을 것이다.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어야 했다. 외모로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 되고 존재 자체로 사랑하는 법을 알았어야 했다. 어린 시절 그녀들은 외모가 아니라 서슴없는 행동과 밝은 성격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를 깨닫고 그들의 장점을 배우려 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성장했을 것이다.     


 사람은 타고난 성품과 기질, 체질이 있다. 나를 잘 들여다보고 그걸 어떻게 잘 활용해서 사느냐가 중요하다. 다이어트는 외모가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 하는 것이고 자존감은 남이 올려주는 게 아니라 내가 나를 사랑했을 때 오는 것이다. 이런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사는 사람을 보면 빛이 난다. 지금의 나는 빛이 난다.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난 나긋나긋하지도 날씬하지도 않지만 어디 내놔도 살아갈 수 있는 생활력과 불의에도 굽히지 않는 당당함, 건강한 자존감을 가졌다. 난 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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