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여 사라져라 나 춤추러 가게
나는 춤을 좋아한다. 흥이 많아서인지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 몸이 들썩인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가끔 나이트를 가면 부킹은 하지 않고 신나게 춤만 추고 나왔다. 유연성 제로에 몸치지만 신나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TV에 살사댄스가 나오면 살사가, 스포츠 댄스가 나오면 스포츠댄스가 배우고 싶어진다. 장르 가리지 않고 춤에 대한 열망이 내겐 항상 있다.
원주로 이사 왔더니 자치센터에 야간반으로 ‘벨리 댄스’ 수업이 있었다. 그동안 워킹맘이라 자치센터 문화강좌를 들을 수 없었는데 야간반이라니 옳다구나 싶었다. 그렇게 나의 벨리 생활이 시작되었다. 앞에서 선생님이 춤을 추면 회원들이 따라 한다. 뒤에서 실룩실룩 열심히 한다. 다음날 안 쓰던 근육을 써서 온몸이 다 쑤신다. 한 달 정도 하니 어느 정도 흉내는 낸다. 안무를 외우느라 바쁘다.
5월부터 ‘댄싱 카니발’을 준비한다고 한다. 엄마야! 이제 두 달 했는데 카니발에 나가란다. ‘다이내믹 댄싱 카니발’은 원주의 큰 축제다. 추석 전 주말 4일 동안 대대적으로 열린다. 각 읍, 면, 동 지역별로 주민 센터와 전국 각지 댄스팀, 동남아에서도 참석한다. 총상금이 1억이 된다. 우리는 성인 벨리, 어린이 벨리, 스포츠댄스 세 팀이 조인하여 100여 명이 참석했다. 같은 노래 3곡에 팀별로 각기 다른 안무를 한다. 다른 팀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농악, 포크댄스 등 다양한 춤으로 참가한다.
선생님이 안무를 만들고 가르쳐주면서 본격 연습에 들어간다. 주 3회 하던 수업을 공연 두 달 전부터는 매일 한다. 대회가 다가오자 동네 인라인스케이트장에서 연습한다. 매일 하면 힘들기도 하지만 서로 똘똘 뭉쳐서 의기투합하는 게 재미있다. 성인 벨리 댄스부 회원들의 나이는 40대부터 60대까지다. 젊지도 날씬하지도 않다. 여기저기 몸도 아프다. 춤을 추고 “아이고 허리야!” 한다. 하지만 그런 건 우리가 춤을 추는데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열심히 해서 상을 받겠다는 의지만이 하늘을 찌른다.
대회 당일이다. 문화의 거리에서 퍼레이드를 하고 따뚜공연장으로 이동한다. 생전 처음으로 긴 속눈썹을 붙이고 무대화장을 했다. 어색하다. 원래 화장도 안 하는데 무대화장을 하니 내가 도깨비 같다. 다이어트에 실패해서 뱃살이 비집고 나온다. 배꼽을 내놓고 화려한 치마를 입었다. 혼자였으면 절대 입지 못했을 옷. 여럿이 함께 있으니 부끄러움도 참을 만하다. 그렇게 도로에서 춤을 춘다. 양옆으로 관객들이 보인다. 실수만 하지 말자 다짐한다. 환호성과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린다. 가슴이 터질 것 같다. 5분 안에 3곡을 춘다. 찰나의 시간 같은데 길게 느껴진다. 그렇게 첫 번째 공연이 끝나고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이동하며 서로 잘했다고 격려한다.
따뚜공연장을 구경만 할 때는 그리 큰지 몰랐다. 리허설할 때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길이 150M 폭 15M의 무대가 너무 크다. 스포트라이트에 눈이 부시다. 이승철, 장윤정 등 유명한 가수들이 오면 공연하는 곳이다. 그곳에 관객이 꽉 차고 무대 양옆으로도 어마어마한 관객이 있다. 살짝 기가 죽는다. 무대를 입장하는데 왕언니가 소리친다. “기죽지 마! 연습한 대로만 해. 금방 끝나. 웃자! 방긋방긋. 퇴장할 때 무대 다 벗어날 때까지 손 흔들고!” 군인 장병들의 함성으로 본 무대가 시작되었다. 무대에 서니 객석의 사람들이 다 보인다. 함성과 환호에 짜릿해진다. 이 맛에 무대에 서나 보다. 공연이 끝나고 나니 다들 한 마디씩 한다. '본선 올라서 내일 또 하고 싶다.' ' 내일 다시 하면 더 잘할 것 같은데' 시원함 반 아쉬움 반의 무대가 끝났다. 그렇게 3년 동안 무대에 섰다. 두 번의 동상과 한 번의 장려상을 받았다.
작년은 코로나 때문에 축제를 못 했다. 축제는커녕 자치센터의 강좌도 없어졌다. 축제를 준비하면서 스트레스도 받지만 재미있다. 공연하고 나면 준비할 동안의 스트레스가 가신다. 또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올해는 다른 방식으로 ‘다이내믹 댄싱 카니발’이 개최된다고 한다. 코로나가 안정되면 다시 하고 싶다. 춤을 추면 나의 생기가 느껴진다. 다시 그 기분을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