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

나를 사랑하고 싶어 떠난 여행

by 라온제나





나를 사랑하고 싶어 떠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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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08월 03일
[지난날]





우울의 늪에 빠져 지내 있을 때 스스로의 힘으로 나오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계속해서 빠져들어가는 늪 속에서 스스로 나오려면 꽤 큰 용기와 의지 결단력이 필요하다.

그건 자신이 그만큼 대단하고 건강하다는 증거이지만 당시에는 절대 인식하지 못한다.


‘나만큼 힘든 사람이 있을까.
모두 다 힘들다는데 도대체 어떻게 다들 살아가는 거지.’

우울증이나 그런 건 티비나 신문에서 보던 그런 거 같은데 나는 그 속에 속해있다고 생각도 못했다.
겉으로는 여전히 밝고 여전히 건강해 보이는 나였으니까 말이다.
매일 밤 눈물로 베갯잇을 적시던 나를 떠올리며 안아주고 싶어 졌다.

나와야겠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

하는 생각이 떠오르고 여러 방법들을 강구해보려 발버둥 치면서 누군가들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나에게 내민 손길들을 통해 나는 숨통을 막던 우울의 늪에서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스스로 선택한 행동 덕이었다.

세계여행을 하며 많은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풍경을 보고 다양한 상황에 내던져진다.

초반 몇 개월은 여전히 그 속에서 있다.
여전히 몇 밤은 눈물에 잠들고 한숨을 쉬는 일상들이 존재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편하게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나도 모르게 나는 녹고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 가두었던 얼음장 같은 우리에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집어넣었던 스스로에게 잔인했던 지난날.
항상 남과 비교하고 과거의 나와 비교하며 이상적인 나와 비교하며 스스로를 가두고 옭아맸던 지난날.
많이 자유로워진 지금 나는 전보다는 더 편하게 웃고 있다.
마음과 몸이 평안해지니 상대방의 마음에게도 안부를 묻게 된다.

한국에서의 생활은 반복적이고 별거 없어 보였지만 매일매일 나의 마음을 긴장상태로 만들기에 더없이 좋은 구조였다.
마음이 평안한 지 살펴볼 틈도 없이 반복적인 일을 해야만 했고 사방이 폭풍우 치는 바다와도 같았다.
끊임없이 머리 위로 부서지는 파도는 자주 물을 먹게 했고 그 차가운 물 밑에서 다시 숨을 쉬어보려 발버둥 치는 내가 있었다.
일렁이던 파도가 잠잠해지고 깊은숨을 내쉬며 뒤를 돌아보았다.

폭풍우가 사라졌다. 물은 잔잔해졌고 나는 어느새 물이 무섭지 않아 즐기고 있다는 걸 알았다.

잔잔해진 지금 나는 열심히 근육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다음에 다시 큰 파도가 와도 나는 서핑을 하며 잘 헤엄쳐 나갈 것이다. 장담은 못하지만 그래도 난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시는 이 물이 얼려지지 못하도록 내 마음의 파도가 부서져 내리지 못하도록 잘 살펴봐주고 잘 토닥여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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