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식 간에 서로 독립이 필요한 이유

데일리 일기 #4

by 라온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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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머릿속을 들여다보면, 부모님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이 10% 이상을 차지한다.

예전에도 부모님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들은 끊이질 않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좀 다른 방면에서다.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 독립은 일찌감치 했지만, 정신적 독립은 도대체 언제 되는지 궁금했다.

20대 초반부터 정신적 독립을 꿈꿨다. 몇 년이 지나면 독립되겠지, 30대가 되기 전에는 되겠지,

이런 생각들을 가지고 살다가 문득 알게 되었다.

정신적 독립에 정해진 나이는 없다는 것을.

나이가 50이 되어도 60이 되어도 부모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나에게 왜 부모님으로부터의 정신적 독립이 필요한가, 정신적 독립이란 무엇인가 스스로 물었다.

내가 생각하는 정신적 독립이란, '부모님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감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자라면서 점점 부모님과 함께 있는 시간보다 그 외의 타인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늘어간다.

그러면서 부모님으로부터 받았던 가치관과 생각, 습관들 외에도 다른 세상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타인에게 영향을 받던 시기를 지나 어느 순간이 오면 스스로의 생각과 가치관으로 자아가 단단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판단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내가 받고 싶은 영향과 그렇지 않은 영향을.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지금 부모님으로부터 어떤 영향도 받고 싶지 않다.

하지만 계속해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다.

그래서 물리적인 거리를 두고 있는데, 최선의 선택이 아님을 알지만 내 인생 경험치에서 이 선택이 최선이라는 것도 안다. 물리적 거리를 둔다 해서 머릿속으로 칼같이 그분들을 생각하지 않게 된 건 아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부모님으로부터 영향받았던 것들이 떠올라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다.

문제는 그 생각들이 많은 부분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나는 더 이상 나 포함 누군가로부터 부정적 영향을 받고 싶지 않은데, 타인이라면 연을 끊는 방법을 택해서라도 나에게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할 텐데 부모 자식의 관계라 그게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그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해 그냥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자식들 입장에서는 부모님으로부터 온전한 독립을 하고 싶지만, 부모님 입장에서도 자식으로부터 독립을 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자식에게 소유욕을 가지고, 감정적으로 많은 걸 기대어 바라보는 부모님들이 상당히 많으실 거다. 개인 스스로의 진정한 자유를 위해 우리 모두는 서로의 독립이 필요하다.

서로 기대하지 않고, 너무 의존하지 않고, 상처 주지 않고, 존중하면서 지내기가 그렇게 어려울까.

결국 개인이 행복하고 여유로워야 그와 연결된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자유로워질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조금 더 마음에 안정을 찾고 평화로워졌으면 좋겠다.

특히 우리 부모님, 과거로부터의 상처를 치유하고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셨으면 좋겠다.


지금 내 생각은 또 언젠가는 변할 수도 있다. '변한다'라는 말 빼고 모든 게 변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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