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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덩어리

챗지피티에서 나란 인간을 검색해 보면.

by ondo


남편이 내가 다니는 회사 뒤에 내 이름을 붙여 챗지피티에 물어봤다고 한다. 회사 동료들이 해보기에 재미로 해봤다고. 그는 챗지피티의 대답을 캡처해서 내게 카톡으로 보내주었다.


챗지피티는 내가 하는 업무와 사무실 전화번호, 회사 주소 그리고 이메일 등 나와 연결할 수 있는 여러 정보를 몇 문단으로 정리해 휴대폰 창에 띄웠다.


내가 하는 일은 대부분의 선진국에 있지만 매우 희소한 일이므로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직업 소개를 해야 하거나 몇 년에 겨우 한두 차례 만나는 대학 동창에게 쉽고도 신중하게 설명해야 하지만 매번 그런 시도에 실패해서 점점 대답이 궁색해지는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챗지피티는 매우 명료하게도 내가 하는 업무가 무엇인지 설명해 주었다. 나를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나의 목소리를 당장 들으려면 전화번호 몇 번을 눌러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공적 영역에 있는 나의 정보는 이다지 노골적으로 전 세계에 공개되어 있다.


나는 회사원인 나의 캐릭터가 부디 부캐여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본캐로서의 내가 어디든 검색될 수 있다면 나는 벌거벗고 다니는 것 같은 기분이 되어 흑백의 공간으로 숨어버리고 싶기 때문이다. 내 친한 친구가 관종인 건 즐거운 일이지만 나는 천성이 관종은 못 되는 인간이다. 브런치에서도 구독자가 많은 작가들을 보면 여러모로 대단하다고 느낀다. 사람들의 관심을 기쁘게 받거나 이겨내는 사람들일 테니까.


내 직업을 설명할 때, 듣는 이에게 질문이 따라붙지 않게 말하기란 매우 어렵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래서 나는 챗지피티의 분명하고도 단언컨대 말하는 어투가 매우 부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틀린 정보가 하나도 없어서 헛웃음이 났다.


나도 요즘 세상을 살아가며 밥벌이를 하고 수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살아가는 젊은이인지라 이런 일이 지금은 당연히 그럴 법하다고 느끼면서도 ‘지금’ 벌써 이러면 미래의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당혹스럽기도 하다.


나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에어, 에어팟과 애플워치를 연동해 쓰면서도 좀 더 아날로그적인, 언플러그드적인 삶을 자유의지로 선택하고 싶은 모순 덩어리의 인간인데 인공지능을 막 활용한다면 나의 개별성이 희미해지고 사적인 공간이 공공연히 침범당하는 것은 아닌지 해보나 마나 한 걱정을 하게 된다.


에이아이는 어디까지 갈까.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 활용할까 고민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인공적인 아이템을 멀리하며 종이책과 명상, 자연과 가까이하며 남은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나는 이미 틀린 것인가.


탱자탱자 놀면서 부자로 살고 싶으면서도 인생에서 가장 마지막에 남는 알맹이란 무얼까 진짜란 무얼까 고민하는 나.


모순적인 나의 인생은 지금도 흐른다.

그것은 진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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