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 동네 금수저 유아독존이라는 별명으로 통해요
나는 동네의 '나우 커피' 집을 자주 간다.
현존한다는 느낌이라 이름도 좋다 커피맛도 좋다. 나는 위가 안 좋아서 그런가 시큼한 과일 맛보다 강배전의 탄맛과 초콜릿 맛을 좋아한다. 코로나 2.5단계라 앉아서 여유를 즐길 수 없지만 스페셜티 커피를 정성껏 내리는 곳으로 어렵게 찾은 곳이다. 빵집도 같이 운영하면서 아침마다 조깅을 다녀온 나의 식욕과 부족한 카페인을 주유시켜준다.
나우 커피 사장님은 베토벤 머리에 넉살 좋고 인격만큼이나 통통한 체구를 가졌다. 나는 조깅을 하고 나서 집에 들어가는 길에 방앗간에 들렀다. "안녕하세요. 일찍 문 여셨네요?" 최대한 활기차게 인사를 한다. "네~"라는 대답과 동시에 자각하고 당황했는지 헐래 벌떡 마스크를 쓰는 주인장이다. 코로나 19 시대 이후 참 귀찮지만 익숙한 풍경이다. 내 공간에서 마음대로 숨을 쉴 수 없고 마스크를 항상 염두에 두다니...
여자 고객이 커피를 주유하러 들어오다 우리와 눈이 마주치고 허억! 하는 외 마디하고 입을 가리키며, 돌아간다. 마스크를 놓고 온 것이다. 자신을 갈아 넣으며 일을 하는 질병관리본부장님과 치료진, 정부 융합 국민의 노고 덕이다. 이 시대의 흔한 풍경이다.
나는 습관적으로 손 소독을 하고 땀과 마스크가 뒤엉켜 스킨십을 하고 있을 때 앉아서 숨을 돌리고 주문을 한다.
"게이샤 아이스 드립과 새로 들어왔다는 인도네시아산 커피 아이스를 캐리어에 담아주세요." 그는 알겠다고 경쾌하게 대답한다. "맛이 어떤지 알려주세요. 한동안 게이샤는 못 볶을 거 같아요.ㅎㅎ"
" 알겠습니다. 맛이 좋겠죠. ㅋ 믿고 마시는 향과 맛.."
그런데 바로 그때 문제의 인물이 입장한다. 마스크를 안 쓰고 들어오다 눈이 마주친다. 성격이 꽤나 급한지 들어오지 않고 마스크를 쓰지 않고 문 앞에서 주문한다. "아저씨~ 저 운동 갑니다. 아이스 아메 2잔, 얼음 가득이요~ 시간이 별로 없어요. 빨리해 줘요!"
사장은 알겠다고 초조하게 대답한다. 이제 사장의 은근과 정성, 시간과 혼합된 드립 커피의 가치와 빨리빨리 커피의 가치가 부딪히는 지점이 왔다. 나는 그의 행동이 평범한 듯하지만 좀 특이해서 다시 돌아보지 않고 있지만 그를 의식하며 레이더를 세우고 그의 기척을 느껴본다. 거친 숨, 무게감이 느껴지는 바닥소리, 안절부절못하는 움직임, 경계를 지키는 듯하지만 답답해서 마스크를 쓰기 싫어하는 조급함을 등으로 느끼고 있다. 일하지 않는 시간에 전원 스위치를 켠 것이다. 나는 심리학자로 20년 차 심리치료자이다. 과학적 훈련과 직관의 훈련의 균형과 정점에 있는 나이라 이런 스캐닝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실 치료가 어려워서 그렇지..... 심리치료 수련은 끝이 없다.
내 커피의 한 땀 한 땀 정성을 기울일 때, 갈 것처럼 재촉한다.
"아저씨 저 가야 하는데.. 빨리 지나가려다 들른 거란 말입니닷."
사장님은 불편한 기색이 돈다. 얼굴이 붉어졌고 동작이 빨라졌다. 사장의 멀티 플레이가 안쓰러워 나는 그부터 먼저 해줘도 좋다며 무심하게 손도끼만 한 스마트폰을 들고 유튜브를 본다. 그리고 그를 등으로 느끼고 있다. 판단하지 않으려 했지만 속으로 욕을 하고 있다. "조급하고 이기적이고 무례한 인간일 높은 가능성!!"
내가 치료하기, 모든 치료자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유형에 속한다. B클러스터에 나르시시즘과 안티 소셜, 보더라인 성격장애류의 착취적이고 이기적이고 충동적인 사람들.. 모두가 100점 극단이라는 가상의 장애에 스펙트럼에 걸쳐 있지만 90점 가까이 연속선 상에 스트레스 없어도 일관되게 행동이 설명되는 심각한 사람들을 자주 본다.
나우 사장님은 나를 보며 말한다. "커피 물 내리던 관성으로 계속 내려야 해요. 하다 말면 안 됩니다."라고 말하고 커피 원두가루가 바닥을 드러내기 전에 그 치에 얼음을 테잌아웃 잔에 넣고 다시 돌아와 마저 물을 붓는다. 한 땀 한 땀.. 장인 정신이다. 고맙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다. 저 풍채를 까다로운 커피를 주문해서 댓바람부터 분주하게 만들기도 했다.
드디어 그가 가까이 온다. 저벅저벅 경박스럽다. 온기가 지나간다. 운동을 많이 하는지 땀냄새 덜 마른 옷 냄새가 그대로다. 아저씨에게 계산해달라고 재촉한다. 사장은 기계로 내린 원액을 그 사람의 주문 컵에 붓는다. 아름다운 광택, 따듯한 물이 얼음을 타고 나갈 때 보드라움과 광택은 맛있고 멋진 풍경이다.
환자에 지친 내게 이 휴일에 소소한 풍경과 향은 치유를 준다. 그러나 방해가 들어왔다.
"아저씨! 얼음 더 올려주세요! 탑으로 가득.", "아니 아니 난 얼음이 중요해!"
아저씨는 웃으며 커피가 넘친다 뚜껑이 안 닫히니 요정도 해주겠다 말한다. 그러고는 다시 내 커피를 마무리한다. 그는 그런 꾸물거림과 자기 뜻대로 안 되는 게 답답했는지, 마스크 없이 계산대를 지나 주방 커피 조리대 옆으로 가서 자기 커피를 들고 게걸스럽게 마신다. 마스크도 안 쓰고 숭고한 주방 영역에 들어가 놀랍고 놀랍다. 그의 무례함, 경계 없음 스펙트럼 100점 만점일 것이다. 나는 벌떡 일어섰다. 한 마디를 하려 했다. 그런데 사장은 나와 눈이 마주치고 난처해하며 제지하는 눈빛을 보낸다. '거기 그냥 있어도 됩니다. 괜찮아요.'라는 듯하다.
그의 입맛대로 커피를 마저 마시고 빈자리 얼음을 눌러 탑으로 채우고 계산하고 유유히 사라진다. 그리고 외제차가 지나간다. 나는 심호흡을 한다. 그도 심호흡을 한다.
"맛있게 다 됐습니다. 손님 기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나는 생각이 지나간다. 아무나 고객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구나.
"아구 한마디 하려 했네요. 경계 없고 저렇게 무례하죠?"
사장은 말한다. 허허허 그런 사람이에요. 이 지역에서는 <금수저 유아독존>으로 통해요. 땅과 재산을 많이 받아서 자기밖에 몰라요라고 말한다.
"유산으로 매너와 인간성은 받지 못했나 보군요?"라고 말하고 눈인사를 한다.
고요한 아침을 망치고 싶지 않았지만 불쾌감이 올라왔다. 금수저고 나무젓가락이고 기본이 좀 되면 좋지. 어찌 저렇단 말인가? 이 분노 감정이 어디서 오는가를 살펴본다. 실제 일어난 일보다 더 붙는 2차 화살, 3차 화살의 부정적 생각과 기억이 나를 더 화나게 했다.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구나 하면서... 마음챙김을 해야겠다 싶었다. 저런 친구들은 누구보다 상담이 필요한데, 평생 오지 않는다. 엄청난 충격으로 일시적 우울이 오거나 하지 않는다면.... 자비로움으로 나를 보고 그를 위해 평화를 빌었다.
한 달 후 2020. 06. 30
오늘 오전 상담 스케줄을 마치고 데이트를 간다는 비서를 서둘러 내보내고, 창문을 닫고 있다. 레지던트 때 없는 창문에 병원은 참 답답했다. 새삼 감사한 일이다. 이렇게 무심한 내게 다육이는 최고의 식물이다. 선인장들에게 애착이 많다. 레지던트 시절 호수공원을 산책하다가 조성된 열대 수목원에 들어가며 척박한 땅에서 꽃을 피우는 선인장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을 움츠려 수분 손실을 막고 자신을 보호하려 날이 서 있는 선인장. 거기서 꽃을 피운다. 물동전을 솎아 주고 이런저런 회상에 젖어 있을 때.... 그가 들어왔다.
"저기요. 지금 상담받을 수 있나요?" 마스크를 쓰지 않은 190 가량의 무슨 선수 같은 남자가 서 있다. 눈이 퀭~하고 치아가 검고 수염이 덥수룩했다. 개인위생.. 상태가 안 좋은데....라는 생각이 지나가고, 센터 앞에서 서성이면서 줄 담배를 태웠는지 맵고 타는 냄새가 났다.
한 걸음 다가가며 "저희 상담예약을 하지 않으면.....??? 아.. 어서 와요!"
자세히 얼굴을 보니 그 남자 금수저였다.
By raphael 그와 나는 어색하게 마주 보고 앉아 있다. 마주 앉고 싶지 않았지만 그가 이 의자 위치를 선호하는 듯 앉았다.
"마스크를 써주실까요? 아무래도 코로나.." 나는 다시 일어나 문을 열고 창문을 열었다.
그는 귀찮다는 듯이 마스크를 다시 썼다. 다시 보니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그동안 그가 겪은 고초와 사건들, 화살들을 확률들을 줄여본다. 뭔가 있구나. 그 시기가 왔구나.
"네 반갑습니다. 원래 예약을 통해서만 상담이 진행되는데... 오늘은..."
"제가요. 정신줄이 나갔어요. 씨알.. 이러다 죽겠어요. 잠도 못 자겠고 이러나 내가 죽거나 누구 하나 죽지 싶어요"라고 내 말을 끊고 말한다. 하나도 안 변했다. 정말 캐릭터였구나 당신...
"네 고통스러우신가 봐요. 많이 힘들었군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그는 언어 압박 수준으로 일어난 일을 배려 없이 마구 쏟아냈다. 찰진 욕도 섞어서.. 이 금수저 왕자는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편견 없이 사전 감정 없이 들으려고 애썼다. 그를 다른 기관에 리퍼할 생각이 지나가기도 하다가 측은지심으로 이 타이밍이 무슨 의미인가 생각이 지나갔다. 이건 주님이 보내신 건가? 생각이 지나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어요. 말 끝을 흐린다.", 그리고 "아니 내가 왜 싫어졌냐고? 어찌 나를 떠날 수가 있죠? 지가 부족한 게 뭐라고.. 죽을 만큼 내가 싫다는 뜻인 거냐고?"
그는 중년으로 여유롭게 여행 다니고 즐기며 지내다가 10살 아래 연인을 만났다. 옥천에서 태어난 향수라는 이름의 여자는 자신을 보고 술을 마시다 울더라고 말했다. 자꾸 들이대는 금수저에게 경직되게 반응했지만 계속 만나주더라고 했다. 그러고는 데이트 때마다 우는데, 이유를 물으면 당신을 만나면 눈물이 난다. 당신이 안타깝다.
"당신을 만나면 내가 마음이 많이 아플 거 같다. 후회할 거 같은데..."
그는 그녀가 그냥 겁이 많고 시골에서 자라 부담스러운 자신의 조건 때문에 그런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연애 한 달만에 결혼을 했다. 40 넘어 결혼이라 남들처럼 사는 삶을 생각지도 않았지만 그녀를 닮은 아이가 있으면 좋겠고 내 유산도 물려줄 아이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철(?)이 드는 그였다고 했다.
그녀는 많이 맞춰주는 사람으로 가끔 울기는 했지만, 자신을 보며 많이 웃기도 하고, 기대기도 했다고 한다. 처가가 돈이 부족해 집도 지어주고 처남에게 차도 사주고 직장도 구해주고 해서 가족들은 투박한 그를 복덩이라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나는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기분이요. 짜증 나요. 옛날 얘기하니까 더러운데.. 자꾸 어떠냐고 물어보는데 이거 뭐 기술 뭐 그런 건가요?"
그는 아이를 가지려고 시도했지만 계속 유산이 되었다고 했다. 그게 부담이 되었는지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해했다고 했고 어느 날부터는 잠자리를 기피했다고 했다. 3번째 유산을 경험하고 그녀는 병원 문 앞에서 창피하게 꺼이꺼이 울었다고 말했다. 그는 욕을 하며 쪽팔리게 여기서 왜 그러냐고 하고 먼저 차를 타고 집에 왔다고 했다. 그러고는 그녀는 일주일 후 이혼소장을 내밀었다고 했다. 그가 죽어도 안 된다. 같이 죽자라고 했더니 그다음 날 자기 외제차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했다. 나는 소름이 돋았다. 그녀의 고통과 탈출, 그의 고통과 그의 덤덤함과 공감 부족에 놀랐다. 트라우마 때문에 더 무망감, 무감동, 무감각(numbness), 감정표현 불능증일지도 모른다. 그러고는 그는 마스크를 다시 벗어던졌다.
"아 신발, 마스크! 나 공황인가 뭔가부터 빨리 고쳐줘 봐요. 난 마스크를 쓰면 죽을 거 같고 미쳐버리겠어"
"힘들었겠네요. 그게 답답했다면.. 그럼에도 노력해주었군요. 한편으로는 00님이 죽고 싶다고 했지만 누구보다 잘 살고 싶다는 것이 느껴지네요. 시원하게 답답하지 않게 살고 싶군요?"
그는 충혈된 눈을 타고 한 방울 눈물이 뚝 떨어졌다. "아 신발 그러니까 나 좀 살려줘요. 기억이 좀 안 났으면 좋겠다고요!"
그가 안타까웠다. 날 선 선인장 사이로 그 살결로 가시를 눕혀 안아주고 싶었다. 갈등이 많이 되었다.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나의 역전이는 괜찮을까.. 그런데 전문성을 보일 시기였다. 그는 자살 성공률이 높은 여러 가지 요인을 다 가졌다. 폭력성, 중독 취약성, 우울, 자살자의 유가족이면서 트라우마 생존자...
20회기에 걸쳐 씨름을 했다. 씨름하지 않으려고 수용 전념 치료를 적용하려 분투했다. 공감을 많이 해주려고 애썼다. 그러자 틈이 생기고 그는 온순해졌다. 그에게는 진심으로 소통해줄 친구가 없었던 것이다. 돈만 보고 붙는 친구들에 지쳐 있었고 투자 손실로 무기력감도 컸다. 부모는 비행기 사고로 죽고, 유일한 가족인 와이프도 자살했으니 남겨진 그가 겪는 고통은 전쟁 중인 고통 이상이었다. 마음챙김 호흡을 상담 중간중간 연습하면서 가장 먼저 공황증이 좋아졌다. 약물치료도 권했지만 술을 겁나 마시면서 약물은 의존하기 싫다는 고집쟁이다(융합된 생각임을 안다).
그 후 그는 가슴을 부여잡고 마스크 형체가 망가질 정도로 몇 번을 오열했다. 몇 달 후 상담이 종결되었다. 종결되는 날 그는 나를 격하게 안았다. 비서 말에 의하면 그는 울먹이며 나가더니 다시 돌아와 내가 마실 커피 빵과 얼음 가득한 아이스커피를 놓고 사라졌다고 한다.
그의 소식을 오랫동안 듣지 못했다. 주말 상담으로 지친 어느 날 나우 커피에 들렸다. 코로나가 1단계 주의로 경감되었지만 여전히 손님이 없었다. 사장의 특별 배려로 커피를 마시며 이 얘기 저 얘기 나눔이 있었다. 나우 커피 사장의 말로 얼핏 금수저님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그의 안부는 잘 지내는 듯했다. 아직도 아침에 가끔 오는데 금수저님의 행동이 조금 바뀌었다고 했다. 농장을 사서 수행 고행하듯이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가축 똥 냄새도 나는 거 보니 말이나 소를 키우는 것 같다고 했다. 고아원 하나와 연계돼서 후원하기 시작했는데 아이들보다 더 아이처럼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웃으며 요즘은 마스크를 잘 쓰고 다니고, 여기저기에 마스크와 손소독제, 당근과 마늘을 나눠준다고 말했다.
*novellìstica
이 소설은 여러분이 아는 그분이 아니며 동의해준 지인의 이야기의 각색, 상상 스토리를 바탕으로 작업되었습니다. 치유와 관련된 허구의 삶의 이야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을 밝혀둡니다.
By Rapha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