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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핌 Apr 12. 2022

18. 방문객과 함께하는 제주의 일상

10년간의 제주 이주의 여정, 정착

에어비엔비


우리의 새로운 터전은 조천의 중산간 마을에 위치한 타운하우스였다.

2층 집 방 3칸 화장실 3개, 수영장과 넓은 마당까지 있어 두 사람이 살기에는 조금 큰 집이었다.

우리는 안방 하나에 개인 짐을 모두 밀어 넣고 여름 한철 집을 빌려주기로 하였다.


두 개의 방을 손님방으로 꾸미고 주방 집기와 마당의 바비큐 그릴도 세팅을 했다.

별다른 광고 없이 손님들이 올까 반신반의하며 에어비엔비에 올려놓기가 무섭게 여름의 예약이 꽉 차 버렸다. 그해 여름 제주도의 아름다운 바다를 즐길새 없이 2층 집을 오르내리며 청소를 했다.


여름이 지나고 겨울을 맞이하며 우리는 한 번 더 고민에 빠졌다.

겨울에는 비수기 가격 할인도 해 줘야 하고, 난방비도 올라가기 때문에 수익성이 없는 데다가, 예쁜 집에서 편하게 살자며 이사를 했는데, 그 예쁜 집을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주느라 정작 우리는 누리지 못하고 있으니 생각이 많아졌던 것이다. 여러 날 상의와 고민 끝에 얼마 되지 않는 수익을 위해 우리의 편의를 포기하지 말자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고 에어비엔비를 종료하면서 다시 온전히 우리만의 집이 되었다.



찾아오는 지인들


아름다운 마당이 있는 그림 같은 이층 집은 서울의 지인들에게는 환상적인 공간이었다.

그들의 서울 집 전세금이면 이런 집은 두 채라도 살 수 있겠지만 서울을 떠날 수 없기에 건물 속 좁은 공간에 만족하며 살던 이들은 우리 집에 놀러 오기만 하면 감탄을 터트렸다.


제주를 찾는 지인들은 우리 집에 묵으며 밤새 이야기를 나누며 제주의 밤을 즐겼다.


부모님이 다녀가시고 언니들이 가족과 함께 여행을 오고 친구들도 여럿, 계절을 번갈아 찾아왔다.

내 친구들, 신랑 친구들 가족 지인들이 한 번씩 다녀가니 두어 달에 한 번꼴은 손님을 치르는 샘이었다.


제주도에 살고 있는 이주민들이 한 번씩 겪는 고민이 육지에서 찾아오는 지인들로 인한 것이다.

찾아오는 사람은 어쩌다 한 번이지만, 제주도에 사는 사람은 여러 곳에서 오다 보니 자주 손님 치례를 해야 되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불편함을 호소하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서울에서는 온 가족을 데리고 다른 친구 집에 방문하여 하룻밤을 묵게 해달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실례라고 여길 텐데, 제주도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당연스럽게 숙식을 제공받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긴 하다.


다행히 우리는 아이들도 없을뿐더러, 방도 화장실도 여러 개에 넓은 마당이 있어 부담 없이 친구들을 맞이할 수 있었고, 친구들 또한 상식적인 방문으로 함께 있으면서 더 많은 즐거움을 안겨 주었기 때문에 언제나 환영이었다.


여행을 오는 사람들 중 간혹 우리에게 좋은 곳을 추천해 달라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서울에 산다고 서울의 모든 곳을 알고 있지 않듯이, 제주도에 산다고 해도 모든 곳을 다 알 순 없기 때문에, 여행지 추천이나 맛집 추천을 위해서는 우리도 검색을 해야만 했다. 때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놀러 오는 친구들이 제주도의 여행지와 맛집에 대해서 더 바삭하게 정보를 알고 오는 경우도 많았다.

친구들이 찾아낸 새로운 곳으로 관광을 가고, 둘이서는 가지 않았을 줄을 선다는 맛집에도 방문하며 친구들과 함께 우리도 관광객이 된 듯 여행을 즐겼다.


여름에는 바닷가에 텐트를 치고, 마당에서 바비큐를 굽고, 수영장에 물을 받아 땀을 식혔다.

어느 겨울 폭설로 인해 고립된 날에는 냉장고를 털어 집에 있는 재료를 총동원하여 갖가지 안주를 만들어 술 한잔 기울이며 그 순간을 즐겼다.

연말이면 어설픈 요리 솜씨지만 인터넷 레시피를 뒤져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친구를 초대하여 파티도 열었다.


좋아하는 음악이 흐르고, 맛있는 음식이 가득하고, 쓰디쓴 술잔이 달콤해지는 제주의 푸른 밤이 깊어가며, 일상과 여행이 넘나드는 제주도에서 새로운 추억들을 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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