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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핌 Mar 29. 2022

다음 메인에 걸리고, 댓글을 막았다.

WRITING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건 2022년 2월 초, 아직 두 달도 채 되지 않았다.


첫 글에 밝혔다시피 글쓰기의 시작은 문득 떠오른 기억들 때문이었다.

2012년 처음 제주도에 발을 들여놓은 지 올해로 딱 10년, 제주 이주 10주년을 기념하고 추억하기 위한 기록을 남겨보기로 한 것이다.


이미 1부 10개의 글을 발행하고, 2부 10개의 글 중 3개를 발행하였다.

일부러 많은 독자를 끌어들일 생각도 없었고, 브런치 작가로 이름을 널리 알릴 욕심도 없었다. 

그저 소소하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고, 공감하는 몇몇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브런치 알람이 요란스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알람의 출처를 찾아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글의 데이터를 추적해 보니, Daum메인에 걸렸던 모양이다.

하루 만에 조회수 6만을 돌파하면서 수많은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이후 또 한 번의 메인 등극으로 조회수 9만을 돌파하더니 한 번 더 무지 막지 한 댓글에 시달려야 했다.


03. 제주도 이주민들의 텃세

13. 험난했던 집짓기




나는 두 개의 글을 보면서 Daum의 메인 선정 기준이 매우 궁금해졌다.


10년간의 제주 정착기를 쓰다 보니 힘들었던 일 좋았던 일, 고생했던 일 행복했던 일 등이 혼재되어있었다.

결론은 '이러저러한 고난을 거쳐 10년간 제주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이고 주변에 공기처럼 존재하는 행복보다는 힘들었던 일들의 에피소드가 글을 쓰는 소재가 되다 보니, 기록하는 나 조차도 '당시 참 별일 많았네'하면서 글을 써 내려갔다.


문제는 전체 스토리가 아닌 다음 메인에 걸린 한 가지 에피소드만을 읽고(그것도 제목만 읽은 것 같다.) 댓글을 달아대는 사람들이었다. 분명 '10년 전 일입니다.'로 시작된 글에 시대에 맞지 않는 조언을 달거나, 무조건 제주도 욕을 써 놓은 사람들, 사고의 원인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로부터 찾으려는 시각까지 나에게는 모두 불편한 댓글들이었다. ('타이틀이 자극적이다'라는 비판에 있어서는 수용하고 변경을 하였다. 타이틀을 뽑아내는 것에 마케터의 습성이 작용한 듯하다. '제주도 목수를 믿지 마세요.'는 '험난했던 집짓기'로 변경이 되었다.)


정말 대댓글을 달며 싸우고 싶었지만 나의 선택은 삭제! 댓글 쓰기 OFF! 였다.


Daum은 왜! 아름다운 글 대신 나의 고달팠던 사건의 기록을 메인에 올린 것일까?

조회수를 염두에 두고 메인을 선정을 할 터인데, 사람들은 아름다운 이야기보다는 부정적 이야기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것일까? 

어디에나 나오는 아름다운 제주도의 환상에 지쳐 조금이라도 흠이 될 만한 이야깃거리를 찾고 있는 것일까?


공감과 응원의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댓글 창의 문구가 무색하게 사람들은 응원보다는 비난의 글을 쓰는 것에 훨씬 적극적이며 부지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회수가 얼마 나오지 않더라도, 간간히 달리는 라이킷이 훨씬 기분이 좋으며 날 미소 짓게 한다. 많은 분들이 읽어 주는 건 기분 좋은 일이지만, 전문가도 아닌 개인의 스토리를 공인의 잣대로 왈가왈부하지는 말았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럴 거면 쓰지 말라는 부정적 의견은 '반사!'


아름다운 추억이 더 이상 바래지기 전에, 나의 글을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마음을 다잡고 또다시 다음 이야기를 끄적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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