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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핌 Apr 04. 2022

제주 사라봉 정상에서, 야생 토끼와의 만남

JEJU TRIP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봄날, 제주시내를 다녀오다가 핑크빛 오름이 눈에 들어왔다.

오름 절반이 벚꽃으로 뒤덮여 멀리서도 어서 오라 사람을 부르고 있었다.


제주시내에 위치한 사라봉은 평소에도 도민들이 자주 찾는 공원으로 정상까지 10여분이면 올라갈 수 있는 야트막한 오름이다.

사라봉은 차량의 출입이 통제되어있고 가까이에는 주차장이 별도로 없어 주변에 주차를 하고 올라가야 하는데, 국립제주박물관, 체육센터, 우당도서관이 위치한 큰길과, 모충사 입구를 지나는 좁은 길 사이에 주차를 하면 된다.

박물관 길은 먼나무의 붉은 열매와 동백의 꽃길을 감상할 수 있고, 모충사 입구를 지나는 길은 좁지만 벚나무가 아름답게 피어있었다.


주차를 한 후 도보로 사라봉 입구에 도착하면 배드민턴장이 있는 오른쪽과 왼쪽의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쪽은 앞오름을 통해 별도봉으로 갈 수 있고, 왼쪽은 사라봉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우리는 왼쪽 사라봉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을 선택하였다.


사라봉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구불구불 가파른 산길이지만 보도블록을 잘 깔아놓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었다. 저질 체력인 나에게는 숨이 턱까지 차는 힘든 구간이지만, 아이들은 뛰어서도 오르고, 20대 청춘들은 풀메이크업에 구두를 신고도 잘만 오르는 곳이다.


산을 오르는 길에는 벚꽃이 터널을 만들어 꽃비를 내려주고 있었다.

정상에 도착하니 멀리 비행기가 날아가고, 제주항을 떠나는 크루즈가 눈에 들어왔다.

전망대에 오르니 탁 트인 시야에 멀리 제주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반대방향으로는 한라산까지 선명하게 보이는 맑은 날이었다.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벚나무는 올려다볼 때와는 또 다른 운치를 풍기고 있었다.

인생 샷을 건지려는 연인들과, 토끼를 찾아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뒤엉켜 한바탕 소란스러움이 이어졌다.

사라봉에 토끼들이 많이 산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먹이를 주는 아이들 주변으로 야생 토끼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었다.

멀찌감치 귀여운 토끼들을 보다가 한가한 숲 속 벤치로 자리를 옮겨 평화로이 숲의 기운을 느끼며 휴식을 취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내려다보니 아주 작은 까만 토끼 한 마리가 시선이 닿는 곳에서 열심히 풀을 뜯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서너 마리가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오물거리며 열심히 뭔가를 먹고 있었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야생 토끼와의 만남은 처음이라 한참을 들여다보며 토끼와 눈을 맞췄다.

바라만 볼 뿐인데도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는 귀여운 토끼들을 뒤로하고 산을 내려왔다.



내려올 때는 올라온 길과는 다른 반대 길로 내려왔는데, 대피소를 지나 돌계단으로 이어진 길이 었다. 돌길 위로 벚꽃이 피어 환하게 피어있고 꽃길 옆으로는 '진지동굴'과 '충혼각'도 볼 수 있었다.


길의 끝은 모충사로 통하는 도로와 연결된 쪽으로, 주차한 곳까지 벚꽃을 감상하며 한참을 더 걸어갔다.


사라봉은 평소에도 도민들이 많이 찾는 도심 속 공원으로 아름다운 낙조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벚꽃이 아니더라도 사라봉 정상에 올라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보는 것을 추천해 본다.


사라봉

위치 : 제주시 건입동 387-1
주차 : 공영주차장 또는 (우당도서관 앞길 / 모충사 앞길)
입구 : 배드민턴장 왼쪽 출발 사라봉 정상 - 계단길 아래 충혼각 도착 공영주차장
시간 : 정상까지 10~15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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