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이던 벚꽃이 모두 지고 파릇파릇 녹색 새순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부쩍 더워진 날씨에 봄이 빨리 가버릴까 꽃샘추위가 봄의 옷자락을 붙잡는 계절
아직 찬 기운이 가시지 않은 한라산의 중턱으로 꽃놀이를 나섰다.
봄철이면 어디든 꽃밭이라, 입장료를 내는 수목원은 잘 가지 않는 편이지만, 다른 패키지에 묶여 무료 입장권이 생겼기 때문에 일부러 서귀포의 '상효원 수목원'으로 방문을 하였다.
상효원으로 입장을 하니, 출발 지점에 작은 기차 한 대가 서 있었다.
색색의 작은 기차가 귀여운 모습을 뽐내며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기차를 지나쳐 관람로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관람로에는 예전 에버랜드에서나 봤던 튤립이 가득 핀 산책로가 이어져 있었다.
튤립길 한쪽 전망대에 올라 내려다보니 겹벚꽃이 가득 핀 산책로와 호수 꽃밭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요즘은 겹벚꽃이 대세라며 새로운 인스타그램 아이템으로 떠오르던데, 상효원이야말로 겹벚꽃 맛집이었다.
겹벚꽃으로 이루어진 꽃나무터널을 지나 걷다 보니 숲 속에 벤치가 있어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비자나무 쉼터라고 이름 붙여진 숲 속 벤치에 앉아 있으니 살랑살랑 바람에 숲의 향이 더해져 저절로 힐링이 되었다.
다시 산책로를 따라 한참을 걷다가 넓은 들판 커다란 소나무 아래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나무 위 지어진 오두막 전망대에 올라 숨을 고르고 휴식을 취했다.
길을 따라 조금 더 내려가니 가파른 숲길이 나왔다. 패스할까 잠시 망설이다가 아래로 내려가 보니 멋진 정원이 펼쳐져 있었다. 돌탑 옆으로 야자나무가 자라고 그 위로 철쭉으로 된 꽃 터널이 동굴이 되어 이어져 있었다. 뭔가 신비롭고 아름다운 '신들의 정원'으로 우리는 빨려 들어갔다.
사실, 신들의 정원은 우리의 오해였고, 안내 리플릿을 보니 '산돌위 정원'이었다.
그래도, 신들의 정원으로 불러도 어울릴 만한 아름다운 곳이었다.
정원을 빠져나와 다시 관람로로 합류하니 거대한 왕겹벚나무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우와' 감탄이 절로 나는 연분홍과 진분홍의 두 그루의 왕겹벚나무에는 넓게 뻗은 가지마다 풍성한 꽃잎이 가득 달려 있었다. 아름다운 모습에 우리도 오랜만에 열심히 사진을 찍어댔다.
상효원은 비교적 넓은 곳으로 모든 곳을 꼼꼼히 둘러보려면 두 시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생각된다.
많이 걸어야 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걷기보다는 중간중간 숲 속에서 휴식을 취하며 여유 있게 다니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는 몇 군데는 건너뛰었고 벤치에서 쉬며 천천히 돌았는데 한 시간 반이 걸렸다.
서귀포 중산간의 잘 꾸며진 아름다운 정원에서 한가로이 걸으며 계절별로 바뀌는 꽃구경을 하기에 좋은 곳이다.
상효원 수목원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산록남로 2847-37(상효동)
TEL : 064-733-2200
운영시간 09:00~19:00(입장 마감 18:00)/연중무휴
입장료 : 성인 9,000원 (제주도민 30% 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