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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앤글 Jan 22. 2024

24시간이 모자란 갱년기 아줌마의 하루

가수 선미가 부릅니다. "24시간이 모자라"


분명 브런치 작가가 되기 전까지는 시간은 많았다. 시간이 많아서 오히려 뭘 하면 좋을지 몰라 고민을 할 정도였다. 갱년기 증상으로 몸에 열이 확 피어오르고 땀이 날 때마저도 무료하게 출퇴근만 반복하는 그저 그런 날을 사는 무기력한 아줌마였다.

그러나 난 지금 세상에서 가장 바쁜 갱년기 아줌마임에 틀림없다. 가수 선미가 24시간이 모자라다고 섹시한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는데 섹시한 춤만 따라 추지 못할 뿐이지 나야말로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다고 노래를 부르며 살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바쁜 갱년기 아줌마를 자처하는 나의 하루를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안 그래도 너무 많은 일을 벌여 놓아서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아이들은 방학을 맞이했는데 K직장인은 방학도 없다. 아침 일찍 일어나 첫째 아이의 점심 반찬을 위해 돈가스/치킨너겟/너비아니/계란프라이 중 하나를 골라 간단한 조리를 하고 다른 반찬과 함께 반찬그릇에 소분해 놓는다. 둘째를 깨워 아침을 먹이고 아이가 씻는 동안 돌봄 교실에 가져갈 물을 담고 재빠르게 출근 준비를 마친다.

늘 바쁜 아침은 지하철역까지 내 발걸음을 경보선수 저리 가라 빠르게 만든다. 결혼 전에는 언제나 출근시간 30분 전쯤 여유롭게 사무실에 들어가서 업무를 준비했다. 더군다나 화장까지 풀세팅 되어서 말이다. 지금은 9시 5분 전 겨우 자리에 앉는 쌩얼의 철면피 아줌마가 되었다. 자리에 안자마자 빠르게 쿠션팩트로 얼굴을 두드리고 입술을 칠하기까지 1분이 채 걸리지 않는 스피드를 보유했다.


9시부터 휘몰아치게 업무를 하다 보면 어느덧 직장생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우리가 일을 하러 왔던가, 점심을 먹으러 왔던가 식사 메이트들과 수다를 떨며 한 끼를 때운다. 바쁜 오후시간은 정신없이 흘러가고 그 와중에 여러 군데 속해 있는 단톡방의 대화들도 수시로 체크를 한다. 다행히 멀티태스킹이 가능하여 일하는 중간중간 단톡방의 주요 잇슈를 케치하고 질문을 답을 달기도 한다. 집중력 있게 일을 하다 보면 어느덧 6시 퇴근시간이 다 되고 만원 지하철에 몸을 싣고 집에 도착하면 7시가 된다.


아침에 헤어진 둘째와 만나 부비부비 뽀뽀세례를 퍼붓고 바로 저녁을 차려준다. 아이가 밥을 먹는 동안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고 짬시간에 독서를 하면 첫째가 태권도학원에서 돌아올 시간이다. 다시 한번 저녁을 차리고 이번에는 둘째를 씻기고 빨래가 있는 날은 세탁기와 건조기도 돌린다. 저녁설거지와 어질러진 집안을 정리하면 어느덧 9시~10시. 둘째의 긴 머리를 드라이로 말려주고 가끔 책 한 권도 읽어주고 다시 나의 책을 읽는다. 글감이 떠오르거나 연재브런치북을 쓰기 위해 노트북을 켜면 금세 12시가 되고 피곤에 쩌든 몸은 나를 침대로 이끈다.






워킹맘으로 바쁜 생활가운데서도 나를 위한 일이 없던 무료한 일상에서 글쓰기가 주는 활력이 나를 꽃처럼 피어나게 만들었다.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고 글을 쓰면서 독자를 늘리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원래 운영하던 인스타그램이 있었기 때문에 그곳을 브런치작가인 나를 홍보하고, 글을 올려서 브런치스토리로 유입을 하도록 홍보의 장으로 이용해야겠다 싶었다. 다행히 여러 인친들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브런치스토리로 유입이 됐고 나의 독자가 되어주었다. 여기까지가 아름다운 일정이었고 소화하기에도 무리가 없었다.


인스타그램에서 브런치 글을 올리고 내 글을 읽어줄 사람들을 찾아 팔로우를 하다 보니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즉, 책을 가까이하고 책에 관한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사람들을 찾아야 했다. 그들이 바로 도서리뷰를 하고 북큐레이션등을 하는 일명 <북스타그램>을 운영하는 사람들이었다. 나 또한 글쓰기를 하기 전부터 독서를 즐겨하던 사람이었고 그들과의 소통을 위해 북스타그램의 세계의 발을 들이게 되었다.


처음 브런치스토리에서 신세계를 보았듯이 북스타그램이라는 세상에서 또 한 번 신세계를 발견하고 말았다. 책을 무료로 읽어보고자 신청했던 서평단에 너무 많이 당첨되어 리뷰해야 할 책이 쌓이고 책을 숙제하듯이 해치워 읽어 나갔다. 그다음은 읽은 책을 사람들이 보기 좋게 콘텐츠를 만들어서 올려야 하는 일이 주어진다. 릴스나 카드뉴스를 제작하고 피드에 쓸 리뷰를 작성하면 끝이냐, 그건 아니고 이제 시작이다. 내가 올린 피드를 와서 봐 주길 바라는 만큼 나도 인친들의 인스타그램에 가서 게시물을 보고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아야 한다.


취침 전까지 정해져 있는 하루의 시간에서 인스타그램에 할애하는 시간이 늘어나자 글쓰기가 소홀해지고 원하는 책을 읽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인스타그램에서 리뷰만 올리고 소통하고 끝날 것인가 하면 그게 또 끝이 아니다. 요즘은 인스타그램을 그냥 하면 바보라는 소리가 있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나 또한 서평단을 뛰어넘어 서평단진행, 출판사 협업광고, 더 나아가 클래스강의까지 준비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는 일 벌이기 선수임에 틀림이 없다.


브런치를 홍보하고자 발을 들인 인스타그램에서 직장생활이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어릴 때부터 독서를 좋아했고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회사에서 교육팀장으로 일을 하던 내가 인생 하반기 인스타그램에서 좋아하는 걸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잡고야 만 것이다.


브런치스토리 작가라는 명함을 달았기 때문에 꾸준히 글을 써야 하는 과제도 있고, 북스타그램을 탄탄하게 키워서 수익화를 해야겠다는 꿈으로 인해 여러 가지 강의를 듣고 공부를 하며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퇴근하고 집안일을 마치고 조금만 작업에 몰두하다 보면 금세 12시가 넘어 버리고 만다. 지친 몸은 눈꺼풀을 잡아당기고 새벽형 인간이 되어 보자는 호기로운 다짐으로 잠을 청하지만 아직 한 번도 새벽에 일어나지를 못했다.


어느 순간에는 내가 지금 무엇을 위해 이렇게 나를 혹사시키고 있나 현타가 오기도 했지만 무기력하게 지냈던 지난날보다는 바쁘게 사는 현재가 나은 거 아닌가? 하고 나를 달래 보기도 한다.


나는 브런치작가로 꾸준히 글을 쓸 것이다. 먼 훗날 출판사가 나를 찾아오든지 내가 출판사의 문을 두드리든지 내 책을 내 보겠다는 꿈은 현재 진행형이다. 또한 2024년 봄부터는 출판사와의 협업으로 책 광고 게시물을 작성할 것이고 하반기에는 인스타그램 강의를 진행할 것이다. 탄탄한 자료와 유익한 강의를 위해 부단히도 나를 채찍질하며 달리고 있다.






여러 가지 갱년기 증상을 겪으며 연재 브런치북을 시작했다. 한 가지 감사한 건 너무 바쁘게 살다 보니 갱년기 불면증이 싹 사라졌다는 것이다. 잠을 설칠 겨를이 없다. 바쁜 하루의 시간을 쪼개어 쓰다 보니 침대에 몸을 누이면 잠에 빠져들고 중간에 몇 번 깨기는 하지만 확실히 예전보다는 잠을 잘 수가 있다.


요즘 나는 세상에서 제일 바쁜 갱년기 아줌마가 아닐까 싶다. 너무 열심히 달려 쓰러지지 않도록 약간의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분별하게 신청하던 서평단도 멈추고 이제 다시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며 북스타그램을 운영할 것이다.

좋아하면서 잘하는 일로 돈을 벌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게 또 있을까? 지금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글쓰기와 인스타그램 운영에 매달리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시간을 쪼개서 아껴 쓰는 수밖에 없다.


바쁜 갱년기 아줌마! 그게 바로 나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이 많이 생겼고 그 어느 때보다 바쁘고 활기차게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갱년기 따위가 두렵지 않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나만의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계획의 시작은 브런치스토리였으니 아무래도 나는 브런치작가가 되길 잘한 거 같다.


그나저나 오늘은 몇 번의 퇴고를 해도 하루 일과를 나열한 일기에 가깝다.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이라는 책을 읽어봐야겠다.

이렇게 읽을 책이 1 추가되었습니다로 오늘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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