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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앤글 Jan 15. 2024

이쁘게 나이 들고 싶다

"가인아~ 엄마 여기 봐봐. 엄마 흰머리 나온다. 보이지? 잘 뽑아봐~"

"엄마, 너무 짧아서 뽑기가 힘들어요~"

"아니, 그래도 좀 뽑아봐... 엄마 흰머리 나서 할머니 되면 좋아?"

"엄마! 나이가 들면 흰머리가 나는 건 당연한 거예요"


띠용! 이제 새 싹처럼 돋아난 흰머리를 뽑으려다 아홉 살 딸아이에게서 인생을 배운다.

내 나이 이제 마흔일곱. 유전적으로 흰머리가 별로 없는 편이라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친구들은 40대가 되고부터 흰머리에 대한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고 어느덧 주기적으로 염색을 한다는 친구들도 많이 생겼다.

외할머니는 90세에 돌아가실 때도 흰머리보다 검은 머리가 더 많았고 77세인 엄마도 또래들에 비하면 흰머리가 현저히 없는 편이다. 외가의 유전을 물려받아서 얼마나 고맙고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요즘 머리를 들추면 "까궁" 하고 새싹처럼 돋아나는 한 가닥 두 가닥 흰머리가 신경 쓰인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흰머리가 늘어나는 건 자연의 이치다. 어디 늘어나는 것이 흰머리뿐이랴. 눈치채지 못하고 살았을 뿐 눈 밑 잔주름은 자글자글 하고 기미와 주근깨는 언제 이렇게 하얗던 내 얼굴을 뒤덮었는지 모르겠다.

어느 날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늙는 건 서글픈 거야"라고 말씀하시던 엄마의 쓸쓸한 뒷모습이 생각난다.

거울을 마주하고 있자니 늙어가는 내 모습이 서글퍼진다. 40대에 이런 마음이 드는데 50대 60대 70대... 나이 들 수록 그 쓸쓸함은 얼마나 더 깊어질까.


아이들이 쑥쑥 크는 건 대견하고 칭찬받아 마땅한 일인데 어른은 쑥쑥 큰다는 말도 없을뿐더러 나이 들어 늙어갈 뿐이다.

인체의 노화 시기는 기관마다 상이하지만 인간의 수정체의 노화는 40대 중반부터 시작되어 노안이 찾아오고 60세 이상부터는 청각이 떨어져 난청에 시달릴 수도 있다. 청년층도 마냥 안심할 수 없는 게 피부의 기능 저하는 30대부터 겉으로 드러난다고 한다.

한 살 한 살 먹어갈수록 내 신체는 속절없이 늙어가는 것이다.






"여보, 나 얼굴 봐. 언제 이렇게 주름이 늘어났지? 이 기미는 다 어쩔 거야! 당신도 알지? 나 처녀 때 얼굴 하얀 거 알아줬잖아. 피부과 가 볼까? 미백하고 주름 관리하면 돈 으로는 어림도 없겠지? 돈 천 드는 거 아냐?"

아내의 하소연에도 만 원 한 장 대 줄리 없는 남편은 묵묵부답이다. 그러고 보니 남편도 어느덧 나보다 더 많은 흰머리가 나 있고 주름도 많이 생겼다. 본인만 동안이라고 우기고 있을 뿐. 자꾸 어디 가서 자기 동안 소리 듣는다고 자랑하는데, 아마도 그 사람들이 노안이 심하게 온 게 분명하다. 쯧쯧. 나만 늙어가는 게 아니라니 조금 위안이 된다.


이럴 때는 도움 안 되는 남편보다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요즘 미백 주름 관리하는데 얼마나 드니?"

"나 지난번에 상담하러 갔다가 가격 듣고 그냥 나왔잖아. 장난 아냐"

"나는 이번에 기계 하나 샀어. 그냥 집에서 꾸준히라도 관리하려고"

역시 주름과 미백관리는 어마어마한 돈이 든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흠, 역시 세월을 거슬러 이뻐지는데도 돈이 필요하군. 왜 나는 돈이 없는 것인가 따위의 심오한 문제는 지나가는 개나 줘 버리자. 고민해도 하늘에서 돈이 뚝 떨어질 리 만무하고, 사지 않는 로또가 당첨될 일 또한 없기 때문이다. 돈 없음을 탓하는 시간에도 나는 늙어가고 있고, 나는 늙고 싶지 않다는 것이 중요한 사실일 뿐이다.

나도 친구가 추천한 집에서 관리하는 기계를 사 볼까? 아니다. 피부 진피층까지 화장품을 쏙쏙 넣어 준다는 한 손에 들어오는 기계가 화장대 아래서 잠을 자고 있다. 새 기계를 사느니 나를 써 보는 게 어떻겠냐고 나를 째려보는 거 같아서 마음을 접는다. 저 고물단지는 언제 적 기계인지, 언제부터 화장대 아래서 잠을 자고 있는지 도통 모르겠다. 예전에도 나의 관심사는 피부미용에 있었나 보다.


돈은 없다. 그러나 나는 늙고 싶지 않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나의 노화를 늦추고 내 나이보다 젊게 살고 싶다. 갱년기 따위에게 KO패 당하기 싫다. 아, 나 아직 승부욕은 늙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돈 안 들이고 노화를 늦추는 방법을 찾아보자. 내가 살 길을 그것뿐이다. 역시 사람은 살고자 하면 머리가 돌아가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수단과 방법을 찾아내고야 만다.


내 머리도 굴려보고 요즘시대에 유행하는 Chat GPT에게 방법을 한번 물어보자







질문 : 40대 갱년기 여성이 피부노화를 늦출 수 있는 10가지 방법을 찾아줘


ChatGPT

40대 갱년기 여성이 피부노화를 늦출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아래는 그중에서 10가지를 소개합니다.  


1. 일상적인 적절한 보습 : 피부를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적절한 보습이 필요합니다. 풍부한 보습제를 사용하고, 특히 건조한 계절에는 보습 크림을 꾸준히 사용하세요.


2. 자외선 차단제 사용 : 자외선은 피부 노화의 가속화 요인 중 하나입니다. SPF 30 이상의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여 햇볕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세요.


3. 규칙적인 스킨케어 루틴 : 부드럽고 저자극성의 스킨케어 제품을 사용하여 규칙적인 스킨케어 루틴을 유지하세요. 세안, 토너, 보습제 등을 포함하여 피부에 필요한 영양을 제공하세요.


4. 항산화제 섭취 : 식품이나 보충제를 통해 항산화제를 섭취하여 자유 라디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세요. 비타민 C, 비타민 E, 아연 등이 피부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5. 적절한 수분 섭취 : 충분한 물을 마셔 피부를 내부에서 촉촉하게 유지하세요. 디퓨젼이나 허브 차도 수분 보충에 도움이 됩니다.


6. 건강한 식습관 유지 : 식이가 피부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식이섬유, 식물성 유지, 적절한 단백질을 섭취하여 피부 건강을 유지하세요.


7. 스트레스 관리 : 스트레스는 피부 노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습니다. 명상, 요가, 산책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세요.


8. 피부 피부관리 전문가와 상담 : 피부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피부 타입에 맞는 제품과 스킨케어 루틴을 찾아보세요.


9. 금연 : 흡연은 피부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흡연을 피하거나 줄이는 노력을 통해 피부 노화를 늦추세요.


10. 적절한 수면 양과 질 유지 :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피부의 회복을 돕기 위해 규칙적인 수면을 챙기세요. 이는 피부 재생에 도움이 됩니다.   


이러한 습관들을 조합하여 적극적으로 실천하면 피부 노화를 늦출 수 있을 것입니다.





역시 ChatGPT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을 대단한 방법인 것처럼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그렇다. 문제는 ChatGPT가 아니라 실행을 하지 않는 나 아니겠는가?

역시 문제는 나!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 세상에 늙지 않는 수만 가지 방법이 있다한들 하나도 실행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아마도 ChatGPT는 100가지 방법을 알려 달라고 해도 답을 찾아올 것이다.


2024년 새 해가 밝았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발전을 위해 수많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고 있다. 나 역시 새 해가 되고 실천해야 할 수많은 목록을 작성했다. 수많은 계획을 세운들 실천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실천하지 않는 계획은 1년 뒤 나를 실망감에 빠트릴 뿐이다.


늙어가는 피부와 신체 노화를 늦추기 위해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일들부터 시작해야겠다. 자꾸만 미루던 운동도 보이는 美를 위해서가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 실행해야겠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다 보면 외적인 美는 덩달아 얻을 수 있는 보너스 아니겠는가. 더 이상 거울 속의 나를 미워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내 몸이나 내 피부나 결국은 나 하기에 달렸다.

늙지 않을 방도는 없다. 그러나 숫자에 지배당하지 않도록, 세월에 굴복하지 않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은 다 해야 나 자신을 더 사랑하고 아낄 수 있지 않을까?

결국 나를 늙게 하는 것은 실천하지 않는 나의 게으름이니 말이다.

늙지 말자! 아니 이쁘게 나이 들자! 열심히 나를 가꿔 이쁜 꽃중년이 되어보리라!



그래도 자꾸 홈쇼핑 미백기구에 눈길이 가는 나를 어쩌면 좋지? 누가 나 좀 말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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