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는~ 우리가 아직도 중학생 달걀 피부인 줄 아니? 주름도 있고 기미도 있고 해야 인간미가 있지"
초, 중, 고등학교를 같이 나온 동네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마흔 중반의 두 여인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세월을 실감했다. 깐 달걀 같던 하얗고 매끄러운 피부는 어느덧 수분이 빠져 주름이 생기고 여기저기 얼룩덜룩한 기미와 주근깨가 포진해 있었다.
낙엽만 굴러도 깔깔거리고 웃던 10대 소녀들은 이제는 한 남자의 아내로, 아이들의 엄마로 정신없이 세월을 살아가고 있었다.
40대. 20~30대에게는 나이 많은 꼰대 취급을 받기 십상이고 50~60대에게는 아직 좋을 때라는 어린애 취급을 받는다. 40대야말로 젊지도 늙지도 않은 낀세대가 아닐까 싶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서 고된 육아의 늪에서 헤어 나올 때쯤 다시 사회로 진출을 하고자 하는 것도 40대 여성들이다. 그러나 집에서 살림과 육아만 하던 엄마들에게 사회는 그리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기껏해야 동네에서 아르바이트를 찾고 운이 좋으면 고정급을 받는 사무실 출근이 가능하다.
나 역시 마흔네 살 딱 40대 중반에 다시 사회에 발을 내딛었다. 남편의 외벌이로는 네 식구 생활이 점점 힘들어졌고 아직은 젊은 40대인데 나를 위해서도 사회생활이 필요했다. 식당 알바를 거쳐 운 좋게 고정급을 받는 사무실 근무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다시 일할 수 있다는 설렘에 회사를 다니는 것도 큰 기쁨이었지만 역시 익숙해지면 지루해진다고 나 역시 여느 K직장인과 다름없이 눈 뜨면 회사 가고 퇴근하면 집으로 출근하는 무료한 일상을 반복할 뿐이었다.
나는 몇 살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남편은 몇 살까지 월급을 가지고 올 수 있을까? 요즘에는 정년퇴직도 빨라진다는데 우리가 50대에도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60이 넘어서도 아이들 뒷바라지를 계속해야 할 텐데 우리 노후 준비는 어떡하면 좋지?
인생 후반기를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답답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안갯속을 정처 없이 떠 도는 것만 같아 불안하기만 했다.
그러던 중 서점에서 [김미경의 마흔 수업]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읽기 시작했다.
요즘 들어 나 보다 먼저 앞서 살아간 인생 선배들의 책을 통해 위로를 받고 있었다. 40대의 고민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미래를 걱정하는 나이라고 잘 살아왔노라고 잘 살아가고 있노라고 위로를 해 주고 있었다.
김미경 강사님은 TV에서 보던 것처럼 책에서도 시원시원하게 가려운 곳을 긁어주었고 40대에는 무언가를 다 이루어 놓은 나이가 아니라 새롭게 인생 후반기를 설계하고 실천하기 좋은 나이라고 용기를 주었다.
그래! 40대 결코 늦은 나이가 아니다. 아이고아이고 하며 노인 흉내를 낼 필요가 전혀 없는 나이다. 아직도 아이들을 키워내야 하고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나를 위해서라도 무언가를 시작해야 할 나이인 것이다.
거기까지는 좋았으나 무얼 할지 도통 떠오르지가 않았다. 갑자기 대학원을 진학하자니 학자금 문제나 전공을 살려야 할지 새로운 분야를 공부해야 할지, 공부를 마치면 또 무엇을 해야 할지가 막막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잊은 채 치열한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이은경 작가님이 진행하시는 글쓰기 프로젝트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고 생각지도 못하게 갑자기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글쓰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무언가를 이루어 내겠다고 시작한 일이 아니었는데 막상 작가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니 잠자고 있던 내 삶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밑창 닳은 운동화를 질질 끌던 내가 어느덧 이쁜 구두를 갈아 신고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기 시작한 것이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이제 막 두 달이 되었다. 몸이 갱년기 증상을 겪을지언정 내 영혼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차고 생동감이 넘친다. 일단 그냥 써 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몇 편의 글은 DAUM 포털에 노출이 되어 조회수 증가의 즐거움도 선사했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소통을 가져왔다.
글쓰기 프로젝트를 함께 참여했던 동기 작가님들과는 서로의 발전을 위한 더욱 끈끈한 커뮤니티가 형성이 됐고 글을 쓰면서 우리는 각자의 미래를 설계하고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고 공유하며 성장하고 있었다. 어제(2024년 1월 6일 토요일)는 동료 작가 두 명과 함께 김미경의 마흔 수업 20만 부 기념 강연에 다녀왔다. 마침 얼마 전에 확장판 도서를 리뷰이벤트로 당첨이 되어 읽었던 터라 더더욱 강사님의 강연을 듣고 싶었다.
이른 시간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강연장을 찾았고 2시간 30분의 시간 동안 강사님은 열정을 다해 40대를 위한 강의를 진행해 주셨다.
내 인생을 바꾸는 최고의 데일리 루틴 법칙 BOD
Being(철학자) - 존재에 대한 대화의 시간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 해야 할 것을 찾는다. Organizing(기획자) - 찾아낸 것을 어떻게 시간과 노력을 배분할지 기획한다. Doing(집행자) - 시간에 배분된 태스크를 집행한다.
김미경의 마흔 수업 확장판
뭘 해야 할지 모르던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고 꾸준하게 글을 써서 내 책을 발간해야겠다는 꿈을 키웠다. 더 나아가 인스타그램에서 독서와 글쓰기 관련 강의를 시작하고자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나는 해 낼 것이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늦었다고 생각했던 40대가 그 어느 때보다 구체적인 계획들로 활력을 찾아가고 있다. 나 자신이 철학자가 되어 내가 해야 할 것을 찾아내고 기획자가 되어 어떤 계획으로 노력을 할지 구체적으로 정리해서 실제로 실행하는 집행자가 될 것이다. 2024년 나의 성장을 위해 나는 더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까짓것 갱년기 니가 내 앞 길을 막을쏘냐! 흐르는 세월에 맞서 싸울 생각은 없지만 세월의 흐름에 물에 물 탄 듯 따라갈 생각도 없다. 누가 뭐래도 내 인생이다. 아무도 책임져 주지 않는 나의 인생을 멋지게 설계해서 만들어나갈 것이다.
마흔일곱의 새 해를 맞이했다. 분명 후회의 시간도 있었지만 46년 세월 결코 헛되이 살지 않았다. 지나온 삶의 모든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나를 성장시킬 밑거름이다.
40대 더 나아가 50대, 60대도 늦지 않았다. 100세 시대 앞으로 살아갈 나의 삶을 타인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때 진정한 삶의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