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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앤글 Jan 01. 2024

재채기할 때 다리 꼬는 여자

갱년기 요실금

룰루랄라 신나는 주말이다. 드디어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주말이란 말이다. 매일 아침 출근전쟁에서 벗어나 늦잠을 늘어지게 자고 싶은 주말아침이라 이 말이다. 허나 워킹맘의 주말 아침은 평상시와 크게 다르지가 않다. 평일에 늦잠을 자던 아이들은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TV를 켜서 브레드이발소를 보고 있다. 일어나기 싫은 몸을 침대에 파묻고 브레드사장님(브레드이발소라는 어린이 만화의 주인장 이발사)과 강제 굿모닝 인사를 한다.


늦은 아침을 먹고 아이들을 TV에 맡기고 잡음을 피해 안방에서 책을 펼친다. 집 옆 도서관에라도 가고 싶지만 엄마가 주말마저 나가 버리면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그냥 안방으로 피신했다. 아직 엄마의 팬을 자처하는 1학년 둘째 딸이 간간이 들어와서 볼에 뽀뽀를 하고 나간다. 잠깐 읽기가 끊기지만 그런 둘째의 뽀뽀에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주말이 좋다.


"엄마, 심심해요~ 줄넘기하러 나가요~ 네?"

이 애교쟁이 아가씨가 공원에 나가서 줄넘기를 하자고 살살 꼬신다. 날씨도 쌀쌀하고 침대 밖은, 아니 집 밖은 위험하기에 한 발짝도 나가기 싫은 주말이지만 어쩌겠는가 애교를 장착한 둘째가 몸을 베베 꼬고 있는데. 주섬주섬 트레이닝복을 대충 걸쳐 입고 각자의 줄넘기를 챙겼다. 이번에는 가만히 있는 남편과 아들을 구슬려서 운동부족이니 나가서 운동하라고 외출에 동참할 것을 권유(라고 쓰고 명령)한다. 두 남자는 귀찮은 듯 하지만 축구공을 챙겨서 따라나선다.


"역시 나와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니 좋네"

나오기 싫었지만 콧구멍으로 시원하고 상쾌한 공기가 들어가니 내가 제일 신났다. 남편과 아들은 골대가 있는 곳에서 슈팅 연습을 하고 나와 딸은 그 옆에서 줄넘기 자세를 잡았다. 이 엄마가 말이다 소싯적에 줄넘기를 쉬지 않고 끊임없이 하던 줄넘기 여왕이시다 이 말이야! 딸에게 줄넘기 자세 시범을 보이고 막 줄넘기를 하려고 폴짝 뛰는 순간!!!

'앗! 이거 뭐야!'

내 의지와 상관없이 무언가 팍 하고 터진다. 팬티가 살짝 젖은 거 같지만 운동하다 보면 자연히 마르겠지 하는 더럽고 안일한 생각으로 찝찝함을 참고 다시 한번 폴짝 뛰어 본다.


"가인아! 엄마 집에 간다!!!!! 여보!!!!! 가인이 봐!!!!"

"엄마, 왜요?"

"여보~ 갑자기 왜 그래~"

남편과 딸의 부름이 아득하다. 난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 없는 몸이 되었다. 지금 내 팬티가 마르기를 기다릴 수 있는 상태가 아니란 말이다. 오 마이 갓!! 공원에서 집까지 5분거리니 망정이지, 40중반 아줌마가 공원에서 팬티에 오줌 싼 꼴이 되어버렸다.



요실금(尿失禁)

"소변을 보려고 하지 않았는데 소변이 흘러나오고 이것이 개인의 사회생활과 위생에 문제를 일으키는 상태"를 말한다. 요실금은 하나의 증상이고 치료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생명에 위험이 되는 질병은 아니다. 그러나 쾌적한 생활을 방해하고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서 신체적 활동을 제약하며 개인의 자긍심을 손상시킨다는 점에서는 매우 심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요실금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발생하고 남녀노소 모두에게 올 수 있으나, 특히 중년 이후의 여성, 신경 질환 환자, 노인에서 많이 나타난다. 5세에서 14세의 소년, 소녀에서 5~10%, 15세에서 64세 까지의 성인 남자에서는 4% 정도에서 나타나고 있다. 성인 여성에서는 매우 높은 빈도를 보이며, 특히 45~50세를 전후로 증가하여 일반적으로 성인 여성의 35~40%는 요실금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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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을 하지 않은 여성이나 남성은 절대로 모르는 비밀이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여자가 아이를 출산하면 나타나는 증상인데 출산을 반복할수록 더욱 심해진다. 그 이름은 바로 요! 실! 금! 되시겠다.

서른다섯에 첫째 아이를 낳고, 서른아홉에 둘째 아이를 낳았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재채기를 하면 팬티가 찔끔 젖곤 했다. 집에서 그렇다면야 번거로움을 무릅쓰고라도 한 장, 두 장 팬티를 갈아입었지만 문제는 집 밖에서였다.


아이들 손을 잡고 걸어가다 재채기가 나오면 아주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고야 만다. 식구들을 길바닥에 세워두고 후다닥 집으로 달려가야 했고(사실 한 번 풀린 수도꼭지는 조심해서 뛰지 않으면 줄줄 세기도 한다) 외출 시에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팬티라이너를 팬티에 붙이고 다니기도 했다.

그러다 대비책을 발견했으니 그것은 바로바로 다리꼬기이다! 재채기가 나오려는 순간 다리를 대문자 X자로 꼬고 "에이취" 시원하게 재채기를 한다. '앗 안 젖었어, 안 젖었다~~ 만세!'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꼬아버린 다리는 누가 봐도 민망한 자세가 되어 버렸지만 그게 무슨 대수란 말인가 나의 팬티를 지켰는데 말이다.


그 이후로 나는 길을 걷다가 재채기가 나오려고 하면 창피함을 무릅쓰고 다리를 X자로 꼬고 재채기를 한다. 누군가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아이 둘을 낳고 얻은 훈장과도 같은 요실금을 대처하는 나만의 방법이 되었다.

육아맘들 사이에서는 서로의 요실금 무용담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앉았다가 일어난 자리에 나도 모르게 동그란 자국을 보고 부끄러웠다는 사람, 운동 중에 이쁜 레깅스가 물들었다는 사람까지 저마다 안타까운 요실금에 얽힌 사연이 한 두 개씩은 있었다.


친구들의 모임에서 줄넘기하다 젖어버린 팬티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의 요실금 배틀이 벌어졌다. 뭐라도 자랑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아줌마들이다.

"난 이제 괜찮아졌어. 케겔운동을 하고 있거든" 친구 한 명이 모두에게 케겔운동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조용히 할 수 있는 최고의 운동이라면서 말이다. 운동법은 아주 간단하다 그냥 그곳을 힘껏 조이고 풀고를 반복하면 되는 것이다.

"야! 너는 케겔 운동을 온몸으로 하니?" 친구가 나를 툭 친다. 나는 그곳에 신경을 쓰느라 눈썹과 어깨와 다리까지 함께 조이고 있었던 것이다.

"아~ 나도 모르게 그만..." 아무도 모른다는 케겔운동을 나는 모두가 알아볼 수 있게 열심히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좋다는 케겔운동도 아무도 없는 집에서나 해야겠다. 칫 나이를 먹을수록 몸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정신차려! 뇌의 신호를 잘 받아서 수행하란 말이야'

'신호는 제대로 접수했으나 몸이 명령을 따르지 않아요' 몸이 이렇게 말하고 있는거 같다.


재채기에만 반응하던 요실금은 40 중반이 되어 달리기를 하거나 줄넘기를 뛸 때 더 큰 반응이 나타났다. 그냥 뛰지 않는 게 상책이 되어 버렸다.

남편과 손을 잡고 길을 걷다가 다시 다리를 X자로 꼬고 재채기를 하고 말았다. 당연히 함께 걷던 걸음은 멈추었고 남편이 한 마디 한다

"요실금 수술을 하는 건 어때?" 수술을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섣불리 수술을 하기도 내키지가 않는다. 쩍벌을 하고 수술을 할 생각을 하니 수치심과 부끄러움이 몰려온다. 평상시에 줄줄 세는 정도만 아니라면 다리를 X자로 꼬아서 생활을 하는 수밖에 없겠다.


나도 꽃처럼 아름다울 때가 있었고 요실금이라는 단어조차 떠오르지 않던 아가씨 시절이 있었는데,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어 어릴때는 생각지도 않던 몸의 변화가 생긴다는 말인가. 서글프다 어흑.

"이봐, 김씨들! 내 그대들을 낳느라 얻은 요실금이니 엄마에게 효도하거라. 알겠느냐?"






어느 카페에 앉은 여인이 움찔 움찔 움직이는 게 보인다면 모른 척해 주세요. 조용히 케겔운동 중일지도 모릅니다. 어느 골목에서 다리를 X자로 꼬고 재채기를 하는 여인이 있다면 모른 척해 주세요. 고장 난 수도꼭지를 어막기 위한 그녀만의 방법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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