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은 마른 나뭇가지들이 서로 부대끼다가 나기도 한다.
라이터도, 부싯돌도 번갯불도 없지만, 그렇게 서로 부대낀다는 것만으로도 산불이 날 수 있는 것. 나는 가끔, 우리가 부대낀다면, 분명 산불을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만난다. 어느 깊은 곳에서든, 닮아있다. 위험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화약냄새가, 혀를 날름거리는 불의 입냄새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마치 나무와 같이 한 자리에 뿌리 박혀 있다. 가지를 맞부딪힐 수 없다. 우리의 몸이 수족을 자유로이 놀려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잡을 수 있다 한들, 우리의 내면이 지닌 풍경은 분명 숲이고 우리가 가진 것은 나무의 몸이다.
우리는 양분을 흡수하고, 안정적으로 자라날 수 있는 대신 그 자리에 뿌리내린 채로 한 발자국도 다가갈 수 없다. 알고 있다. 뿌리가 없는 사람은, 그리하여 그것을 통해 자라날 수 없는 사람에게는 애초에 끌리지도 않았으리라는 것을, 그렇기에 결국 우리가 피워내지 못한 산불은, 처음부터 이토록 당연한 것인데도 마치 불 붙는 구름을 보고 있는 듯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우리가 - 성장을 시작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곳이 - 애초에, 조금만 더 가까웠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