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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허리가 아프면 다리 길이가 차이 날까

by 라트

허리가 아파서 병원을 방문하면 자주 듣는 말 중에 하나가 '다리 길이가 차이 납니다'이다. 그러면 진짜로 허리가 아파서 다리 길이가 차이 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전에 다리 길이가 차이 나는지 아닌지를 밝히려면 먼저 다리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말하는지부터 분명히 하여야 한다. 인체에서 다리는 골반 아래에서 발 위까지를 말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발까지 포함하여 다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골반 아래에서 발 위까지의 다리를 형성하는 뼈는 어느 것이 있는지 살펴보자. 골반과 발 사이에는 무릎 위쪽 뼈인 대퇴골이 있고 무릎 아래쪽 뼈인 경골과 비골이 있다. 물론 무릎 위를 덮고 있는 슬개골도 있지만 이 슬개골은 길이에 관여하지 않으므로 여기서는 제외시키기로 한다. 비골도 경골 옆에서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 뼈로서 다리 길이를 결정하는데 그다지 관여하지 않는다. 이렇게 정리하면 다리 길이는 대퇴골과 경골의 길이의 합이라고 해도 크게 문제가 없다고 하겠다. 정확히 하자면 대퇴골과 경골이 형성하는 관절 공간의 길이도 포함시켜야 하겠지만 여기서는 이 또한 무시하기로 한다.


6068_6069_1.jpg 다리의 길이를 결정하는 주요 골격은 대퇴골과 경골이다


이것을 전제로 다시 질문을 살펴보기로 하자. 허리가 아파서 다리 길이가 차이 날 수 있을까? 차이 날 수 있다고 한다면 허리가 아프면 대퇴골과 경골의 길이가 줄어들거나 늘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허리가 아프다고 하여 대퇴골이나 경골의 길이가 변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허리가 아파서 다리 길이가 차이 날 수는 없다.


실제로 다리 길이가 차이 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다리가 골절되어 붙는 과정에서 잘 못 붙어서 한쪽 다리의 골격이 길어지는 경우가 있다. 또는 골 성장기에 성장판에 손상을 받아 성장이 둔화되어 한쪽 다리의 골격이 짧아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허리가 아파서 다리의 골격이 짧아지거나 길어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왜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가면 다리 길이가 차이 난다고 하는 것인가. 그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아래 사진을 먼저 살펴보자.


KakaoTalk_20200803_222722913.jpg 키친타월로 가려진 두 개의 젓가락은 오른쪽이 더 길어 보인다


사진은 두 개의 젓가락 윗부분을 키친타월로 가려놓은 사진이다. 어떤 젓가락이 더 긴가? 당연히 오른쪽 젓가락이 더 길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면 다음 사진을 보자.


KakaoTalk_20200803_222721981.jpg 키친타월을 치웠을 때에 두 개의 젓가락은 길이가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은 젓가락 윗부분의 키친타월이 치워진 사진이다. 어떤 젓가락이 더 긴가? 두 개의 젓가락의 길이는 똑같다. 첫 번째 사진의 키친타월로 가려진 젓가락도 실제로는 길이가 똑같았다. 단지 키친타월로 가려져 있고 두 개의 젓가락이 놓인 위치가 다르다 보니 오른쪽 젓가락이 아래로 더 내려와 길어 보였을 뿐이다.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가면 침대에 누워서 다리 길이를 비교해 본다. 이때에 어느 한쪽 다리가 길어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위에서 보여준 젓가락과 같은 원리이다. 실제 다리 길이는 차이가 없지만 두 다리의 윗부분이 놓인 위치가 차이가 있어서 두 다리의 길이가 차이 나 보이는 것이다.


옷걸이 양쪽에 집게로 스타킹을 집어서 빨랫줄에 널어놓아 보자. 옷걸이가 좌우 수평을 이루고 빨랫줄에 걸려있을 때는 스타킹의 길이가 같아 보이지만 옷걸이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스타킹도 기울어진 쪽으로 내려와 길어 보이게 된다.


pelvictilt3.JPG 골반이 기울면 골반에 걸려있는 다리 길이도 달라 보인다 [그림 출처 = low back pain syndrome]


사람의 다리는 옷걸이가 아닌 골반에 걸려있다. 골반이 기울게 되면 기울어진 쪽의 다리가 아래로 쳐 저서 길어 보이게 되는 거다. 그러므로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갔을 때에 '다리 길이가 차이 납니다'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이것을 바로 잡으면 '골반이 기울어져서 다리 길이가 차이나 보입니다'라고 해야 한다. 그러나 사실은 골반이 기울어진 것은 모른 상태에서 다리 길이가 차이 나는 것을 보고 골반이 기울어졌다고 추정하는 것이므로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다리 길이가 차이가 나 보이니 골반이 기울어진 것 같습니다'라고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문제점이 다리 길이에서 골반의 기울기로 옮겨 간다. 다리 길이는 단지 보이는 현상이지 문제점이 아니다.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야 해결 방법도 찾을 수 있으니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물론 병원에서 '다리 길이가 차이 납니다'라고 할 때에는 이러한 의미(위 문단에서 설명한 내용)를 포함한 말이었겠지만 그 말을 듣는 환자 입장에서는 그 내용을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또한 어떠한 이유로 다리 길이가 차이 나 보이는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그 상태의 문제점도 인지하기 어렵고 더욱이 문제 해결을 생각해 볼 수도 없게 된다. 오로지 병원에서 해 주는 대로 의탁할 뿐이다.


병원에서는 간단한 도수치료 몇 번(경우에 따라서는 단 한 번)으로 다리 길이를 맞추어 준다. 마치 마술쇼를 보는 듯한 신비함을 느끼며 병원을 나온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이런 마술 같은 일이 일어나는지는 알지 못한다.

앞으로 이 글에서는 다리 길이가 차이나 보이게 만드는 골반의 기울어짐은 왜 일어나는지와 이 골반의 기울어짐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운동은 무엇이고 골반의 기울어짐이 인체에는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하여 살펴볼 예정이다.


1편에서 7편까지는 척추를 옆에서 보았을 때의 구조와 관련된 내용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다음 편에서는 척추를 앞에서 보았을 때의 구조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 8편의 글도 척추를 앞에서 보았을 때의 구조와 관련된 글이다. 다리 길이가 차이나 보이게 하는 골반의 기울어짐은 척추를 앞에서 보았을 때에 좌우로 기울어짐을 이야기한다. 5편, 6편, 7편에서 다룬 척추를 옆에서 보았을 때에 골반이 앞뒤로 기울어짐에 대하여 말한 것과는 다른 관점의 이야기이다.




살다 보면 문제가 되는 것은 요통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문제가 삶을 어렵고 복잡하게 만든다. 이럴 때 눈에 보이는 부분만 생각하면 문제 해결이 어려워질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려진 부분의 베일을 벗기고 들여다보면 그동안 알지 못하던 점을 알게 되고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누군가에 의해서 의도적으로 가려져 왜곡된 모습이 실제라고 생각하게 되는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베일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며 이러한 혜안은 축적된 지식과 깊은 생각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


- 척추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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