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게 뭐야'라고 하면 두 가지 의미로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이제까지 한 번도 아파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하는 '아픈 게 뭐야'이다. 자신은 지금까지 한 번도 아픈 적이 없어서 아픈 게 뭔지 모르고 살았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내 사전에 통증이란 없다'쯤 된다고 하겠다. 두 번째는 아픈 적은 많지만 아픈 게 정말로 뭘 의미하는지 몰랐을 때 하는 말이다. 이번 편에서는 두 번째 의미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아픈 게 뭔지 잘 알고 관리하여 첫 번째 의미인 '아픈 게 뭐야'하고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그럼 진짜 아픈 게 뭘까. 아픈 거는 대뇌의 통각을 담당하는 부위에서 느끼는 감각이다. 지난 편부터 너무 거창하게 예고한 거에 비하면 답이 너무 간단하고 싱겁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 싱거워 보이고 간단한 내용을 잘 살펴보면 심오하고 중요한 의미가 숨어 있고 이 의미를 잘 파악하면 통증(아픈 거)을 관리할 수 있다.
걸어가다가 발목이 삐끗하여 삐었을 때 발목에 통증을 느낀다. 이것은 발목이 손상을 받으면서 생긴 자극이 구심성 통증 전달 신경을 타고 올라가 대뇌의 통각을 담당하는 부위에 전달되어 통증을 느끼게 되는 거다. 발목을 삐었다 하더라도 그 자극이 대뇌의 통각을 담당하는 부위까지 전달되지 않는다면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
하반신 마비 환자가 겨울에 휠체어에 앉아 난로를 쪼이고 있다가 어디선가 타는 냄새가 나서 부인을 불러 '타는 냄새'가 난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자신의 다리가 타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척수마비로 인하여 자극을 대뇌로 전달하지 못하다 보니 자신의 다리가 타고 있어도 느끼지 못했던 거다.
반대로 다리가 절단되어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현재 절단되어 있지도 않은 다리의 통증을 호소할 때가 있다. 이것은 통증이 유발될 수 있는 부위가 존재하지도 않는 상황인데도 대뇌에서 환상에 의해 통증을 느껴서 발생되는 통증으로 이를 환상통이라 한다. 이럴 경우에는 현재 존재하는 다른 다리의 같은 부위를 치료해 주면 통증이 사라지곤 한다. 대뇌와 나의 수 싸움 정도로 보면 될까. 있지도 않은 통증을 느끼는 대뇌와 '이게 그 통증의 원인이다'하고 엉뚱한 부위를 치료하면서 대뇌를 속이는 게임과 같은 상황이다.
위에서 발목이 삔 경우를 예로 든 것처럼 항상 말단에서 통증을 유발하는 상황이 발생되어야 통증을 느끼는 게 아니라는 거다. 통증은 말단의 상황과는 별개로 대뇌의 통각을 느끼는 부위에서 느끼는 감각이라는 말이다. 요즈음 종종 이야기되고 있는 '심인성 통증'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통증을 유발하는 특별한 상황을 발견할 수 없음에도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이다. 결과적으로 통증이란 대뇌의 통증을 담당하는 부위에서 느끼는 감각이며, 통증을 관리하는 방법은 대뇌의 통증을 담당하는 부위에서 통각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거다.
이 글에서는 환상통이나 심인성 통증과 같이 통증을 유발하는 상황이 발생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타나는 통증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통증을 유발하는 상황이 발생되어 그 자극이 대뇌에 전달되어 나타나는 통증을 관리하는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제일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으로는 대뇌의 통각을 느끼는 부위를 제거하는 거다. 근본적으로 통각을 느끼는 부위가 사라진다면 통각 자체를 느낄 수가 없을 테니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현실적으로 전혀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방법은 무엇이 있겠는가. 그러한 방법으로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통증을 유발하는 상황을 제거하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이미 유발된 통증 자극이 대뇌까지 전달되지 못하게 하는 거다.
'허리는 안녕하신가요' 1부에서 다룬 내용은 첫 번째 통증을 유발하는 상황을 제거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으로 대표적인 것은 진통제를 복용하는 거라 할 수 있다. 진통제를 복용하면 말단에서 발생된 자극을 대뇌의 통각 담당 부위에서 느끼지 못하게 해 준다. 또한 저주파 치료를 하는 거도 두 번째 방법에 해당된다. 저주파 치료를 하게 되면 전기 자극이 통증을 전달하는 구성성 a-델타 신경섬유를 차단하여 자극이 대뇌에 전달되지 못하게 해 준다. 진통제를 복용하는 게 화학적 방법이라 한다면 저주파 치료는 물리적 방법인 거다.
앞으로 이 글, '허리는 안녕하신가요' 2부에서는 통증을 관리하는 이 2가지 방법에 대해서 알아 가도록 한다.
다음 편에서는 통증의 종류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한다. 통증을 유발하는 자극이 발생되고 그 자극이 대뇌에 전달되어 통증을 느끼는 기전은 같더라도 실제 느끼는 주관적인 통증은 다르게 느껴진다. 아픈 감각(통각)이 다르게 느껴지는 거는 통증 발생 원인이 달라서 그렇다. 이러한 차이를 구별하는 데 관심을 가지면 좀 더 정확한 통증 관리가 가능해진다.
지난 편까지의 글을 모아 브런치 북 '허리는 안녕하신가요 1'을 출간한 후에 하루 접속자 수가 2,729까지 치솟으면서 세상에 작은 족적을 남겼다는 만족감과 보람을 느낌과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을 느끼고 있다.
어제는 딸로부터 신랄한 비판의 말을 들었다. 고등학교 선생인 딸이 자신의 주장을 펴며 이야기할 때는 나와 아내는 착한 학생이 되어 아무 대꾸 없이 얌전히 듣고 있어야 한다. 차근차근 논리를 펴가며 하는 말에는 어떠한 반박도 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딸이 비판한 내용의 요지는 이렇다. 아빠가 쓰는 이 글에서 소개하는 운동을 허리가 아픈 모든 사람이 아무런 위험 부담이 없이 할 수 있는 거냐는 거다.
딸의 비판 내용에 대한 나의 대답은 이렇다. 이 글은 허리가 아픈 사람에게 참고서나 안내서 같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글이 허리가 아픈 모든 사람을 치료할 수 있는 거는 아니다. 내가 요통교실 첫 번째 강의에서 하는 말은 '허리가 아픈 분은 반드시 병원을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으시라'는 거다. 요통의 원인과 상태는 매우 다양하다. 그 다양한 환자가 이 글 만을 믿고 병원에 가지 않는다면 매우 위험한 일이다. 독자분께서도 허리가 아프면 먼저 병원을 방문하여 자신의 정확한 상태를 진단받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 글은 단지 안내서로 만 참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