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직장을 잡은 곳이 울산이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대학생활을 마칠 때까지 서울을 벗어난 적이 거의 없던 나로서는 울산으로 직장을 잡아간다는 거는 마치 해외 취업이라도 하는 느낌이었다.
처음 일을 시작하게 된 곳은 울산에서 유명한 정형외과 병원이었다. 명의로 알려진 원장님 덕분에 환자가 끊임없이 밀려들어오는 바람에 쉴 틈 없이 치료를 하느라 하루 종일 치료실에 박혀 살아야 했던 거로 기억한다. 아침에는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매일 1시간 동안 치료실 선생님들이 모여 스터디를 하는 타임이 있었다. 처음 입사한 나는 이 스터디 타임을 준비하기 위해서 하루 치료가 끝난 뒤에도 공부를 해야 했다. 특히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있는 케이스 스터디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만 했다. 케이스 스터디에서는 원장님부터 담당 의사, 치료사, 간호사까지 모두 모여 한 명의 환자를 케이스로 선정하여 분석하고 토론하며 치료 계획을 세워나가는 시간이었다. 신입인 나는 주로 듣는 입장에 있었지만 문득문득 들어오는 질문에 답변을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준비를 하여야 했다. 알아도 말할 기회는 거의 없었으나 물어보았을 때에 대답을 못하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스터디 타임을 준비하기 위해서 나는 월급의 상당 부분을 책을 구입하는 데 소비하여야 했다. 특히 원서 가격이 엄청 비쌌던 터라 책 값 부담이 상당하였다. 그 당시 사 모았던 책들이 아직도 나의 서재 책장에 가득 꽂혀 있다.
아침 스터디 타임이 끝나면 본격적인 치료가 시작된다. 환자는 항상 넘쳐 나는 상태여서 보통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약 2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였지만 대학에서 책으로만 배웠던 지식을 직접 환자에게 적용하여 치료한다는 데에 보람을 느꼈던 시기이기도 했다. 환자도 서울에서 온 젊은 선생이 치료하는 거를 보며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했다. 나의 말 끝이 올라가는 억양을 가지고 서울 사투리를 쓴다고 하곤 하였다. 나는 거기서 완전 서울 촌뜨기가 되어 있었다.
나 역시도 환자의 사투리 억양과 표현에 적응이 쉽지 않았다. 특히 치료에 영향을 주는 표현이 있었는데 그것은 '우리하게 아파요'였다.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아픈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데 그 방법 중 하나가 어떻게 아픈지를 알아야 하는 거다. 그러기 위해 어떻게 아픈 지를 물어보면 많은 환자로부터 돌아오는 대답이 '우리하게 아파요'이다. '우리하게 아파요'라니 그게 어떻게 아픈 건데. 서울에서는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 표현 '우리하게 아파요'를 어떻게 알아들을 수 있단 말인가. '뻐근하게 아파요?'하고 되물으면 아니 '우리하게 아파요'라고 다시 대답한다. 어쩌란 말인가. 나는 지금도 우리하게 아픈 느낌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다만 나는 해석하기를 찌르듯이 따끔따끔하게 아픈 거는 아니고 뻐근한 거 같으면서도 전체적으로 퍼져있는 통증 정도로 이해하고 치료하였다. '우리하게 아파요'의 정확한 느낌을 표현하실 수 있는 독자분이 계시면 댓글로 알려주시기 바란다.
요통도 아픈 원인에 따라 통증의 느낌이 다르다. 치료를 하다 보면 내가 환자의 몸이 되어 환자가 표현하는 아픈 느낌을 내 몸속에서 상상으로 느껴 본다. 이런 느낌은 어떠한 원인에 의해서 나타나겠구나. 그러한 원인으로 통증이 나타나면 이러한 느낌을 느낄 수 있겠구나 하는 식이다. 그러면 환자의 통증의 원인이 좀 더 가까이 다가오고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된다.
환자의 통증의 느낌을 크게 두 가지로 분리하면 첫 번째는 날카롭고 따갑고 찌릿찌릿한 단발적인 통증의 느낌이고 두 번째는 묵직하고 뻐근하고 우리하고(?) 둔한 지속되는 통증의 느낌이다. 이 외에(번외로) 당기는 듯한 저리저리한 통증도 있다.
통증은 주관적인 감각이므로 환자 개개인의 느낌이 다르고 표현 방법도 다르지만 대개의 경우는 통증의 느낌은 다음과 같은 원인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첫 번째의 단발적인 통증의 느낌은 대부분 요추 부위(허리의 심층 요추 부위)에서 신경이 자극을 받아서 나타나는 증상이고 두 번째의 지속되는 둔한 통증의 느낌은 요부(허리의 중층 또는 표층 부위)에서 근육의 긴장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그 외의 당기는 듯한 저리저리한 통증은 허리 부위가 아닌 골반부터 다리와 발 부위에서 보통 나타나는 데 이것은 허리 부위에서 신경이 눌려서 생기는 연관통이나 방사통인 경우가 많다.
연관통이나 방사통의 경우는 완전히 허리를 벗어난 부위에서 나타나는 통증이므로 일반적으로 분리하여 생각하고 있으나 첫 번째와 두 번째의 통증은 같은 허리 부위에서 나타나는 통증이다 보니 구분을 하여 생각하는 경우가 드물다. 첫 번째와 두 번째의 통증은 원인부터 다르므로 치료 계획도 달리 세워야 하므로 반드시 분리하여 다루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첫 번째 통증을 '요통'이라 칭하고 두 번째 통증을 '요부통'이라 구분하여 칭하기로 한다. 혹시라도 호기심 많은 독자분께서 포털 사이트나 의학사전에서 '요통'과 '요부통'의 뜻을 찾아서 두 통증의 차이를 확인하려 하지 마시기를 바란다. 이 두 단어는 내가 이 글에서만 구분하여 사용하는 용어이므로 다른 곳에서는 그 정확한 뜻을 찾을 수 없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나 다른 곳에서 '요통'과 '요부통'이라는 단어는 나오고 있으나 그곳에서는 거의 같은 뜻으로 사용되고 있으므로 이 글에서 사용하게 될 '요통'과 '요부통'의 의미와는 다른 뜻의 단어이다.
요통의 경우는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발생된 통증으로 잘못된 구조를 바로 잡아 주어야 해결되는 통증이고 요부통은 주로 근육의 긴장으로 나타나는 통증이므로 근육과 근막을 이완시키고 풀어 주면 해결되는 통증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요통과 요부통이 함께 오는 경우가 많다. 요통으로 시작된 통증이 치료가 지연되면서 요부통을 동반하는 경우와 반대로 요부통으로 시작된 통증이 오래 지속되면서 요통으로 발전하는 경우이다. 오래된 만성 요통의 경우에는 요통과 요부통의 구분이 무의미해 보일 수 있지만 치료적 접근 방법에서는 여전히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하여야 한다.
요통으로 시작되는 통증은 이글의 1부 내용과 앞으로 소개될 허리에 부담을 줄여주는 자세와 동작 등을 적절히 적용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며 요부통으로 시작되는 통증은 찜질이나 마사지 근이완제 등을 적용해 보면 좋을 거라 본다. 구체적인 적용 방법에 대해서는 이후의 글에서 알아가도록 한다.
다음 편에서는 통증이 나타나는 부위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한다. 요통은 허리가 아픈 거를 말한다고 했는 데 허리가 아픈 게 다 요통은 아니다. 통증이 어느 부위에서 왜 나타나는지 안다면 통증을 해소하는 방법으로의 접근도 수월해 질거라 생각한다.
내 머릿속에서 다양한 글감이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로 자기를 먼저 글로 써 달라고 싸우고 있는 거다. 그중에 가장 불만이 많은 글감이 '디스크'이다. 이번 글이 벌써 14편이다. 다음 15편에서도 디스크가 주제로 선정되지 못했으니 디스크의 불만도 이해는 된다. 대부분의 요통 관련 글에서는 디스크가 단연 최우선으로 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글의 디스크는 작가를 잘 못 만나서 완전 왕따를 면치 못 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요통 하면 제일 먼저 떠 올리는 게 디스크일 정도로 디스크는 요통의 주요 원인으로 알고 있으나 디스크가 요통의 원인 중에 하나이기는 하지만 전체 요통의 범주에서 디스크의 영역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도로 크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통에서 디스크의 역할은 분명히 존재하므로 16편에서는 디스크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한다.
창조의 과정은 험난하다. 맞춤법 검사를 하는 데 '우리하다'와 '요부통'이 계속 걸린다. 없는 단어를 만들어 넣다 보니 맞춤법에 계속 걸리고 있다. 맞춤법 검사에서 '우리하다'가 '욱신욱신하다'로 나오는 데 '욱신욱신하다'의 느낌이 '우리하다'의 느낌과 정확히 맞는지 아시는 분은 알려주시기 바란다. '욱신욱신하다'가 맞다면 이것은 퇴행성 관절염으로 인한 쑤시는 통증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