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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trea May 18. 2019

5. 캄보디아가 싫어지면서 배우는 것들

4년 차 캄보디아 NGO 현장활동가

이제는 캄보디아를 싫어하고, 좋아하고 할 그런 기간들이 지났다. 그냥 익숙해졌으며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내 집 같은 곳이 되었고 싫고, 좋고의 의미가 없어진 곳이다. 하지만 싫어졌던 그때, 캄보디아를 떠났던 그때 써둔 글을 함께 나눈다.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캄보디아가 싫어지면서 배우는 것들이 생겼다.
캄보디아를 다시 좋아해야겠다고 마음먹지도 않았다.
그냥 이대로 시간이 흘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나는 캄보디아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캄보디아가 싫어진 이후부터 이해가 아니라 참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참고 있다는 말은 "나는 맞고, 그들은 틀렸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NGO 일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그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아니 NGO에서 일하지 않더라도 어느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내 편견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
늘 그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고,
몇 차례의 해외 경험으로 나는 그들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심지어 내 자소서에는 늘 나는 그들을 이해하고 있다고 써댔다.
 
그런데 갑자기 오늘따라 그 자소서를 갈기갈기 찢고 싶은 이유는 뭘까.
그 자소서를 본 이들에게 난 그동안 엄청난 거짓부렁을 한 것이다.
이해는 개뿔. 어쩌면 나는 진짜 그들을 만나지 못했고, 나 스스로조차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단 생각이 든다.
나는 그동안 역지사지로 생각하자고 늘 입에 달고 살았지만 정작 그러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해하는 척, 그들을 위하는 척을 했을 뿐이다.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아주 조금.
나는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나는 편견으로 가득 찬 사람이라는 것도.
그게 어쩔 수 없는 나란 사람이라는 것이다.
 
내가 무어라고 그들을 이해하려고 하는 걸까.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건데 말이다.
 
비록 오늘도 캄보디아 지부장님을 보며, 너무 답답해 미칠 것 같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나를 보았지만
우선은 그 또한 나인 것이다.
아직 그대로 바라본다는 게 어떤 건지, 편견을 가지지 않고 바라본다는 게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고무적인 것은 나를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데서 나 스스로를 대견하다고 생각해본다.
당분간은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 포장하지 않는 나를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 시간이 꽤 길어질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 후에는 또 다른 깨우침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한다.
 
문득 이 글을 쓰며,
처음으로 인생 참 재밌구나 라는 생각을 해본다.
다 내어 놓으니 조금씩 보여주는 것 같다.
역시 배움의 대가는 혹독한 것이구나 싶다.
 
문득 그런 생각도 든다.
어쩌면 진짜 캄보디아가 좋아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
배움의 공간이 되는 곳을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나는 나를 이 곳에서 점점 더 깨우쳐갈 예정인가 보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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