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는 괜찮다고 한 거고?
"너가 가고 싶다고 꼬셨지?
"거길 왜 가? 봉사활동 하러 가?"
청첩장 모임에서 만난 친구들이 내게 줄곧 했던 질문들이다. 해외 봉사활동에서 만났기에 봉사활동 하러 가냐는 질문이 웃기기도 했다. 대부분 결정이 민주적으로 이루어지는 우리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내가 잔뜩 우겨서 내려진 결정인 것처럼 보이고, 와이프는 강제로 나의 판타지를 위해 끌려오는 강아지처럼 보였나보다.
우리에게는 큰 이유 없이 선택했던 신혼여행지가 이렇듯 모두에게는 의문의 여행처럼 비춰졌다. 우리는 큰 뜻을 품고 신혼여행을 선택하지 않았다. 우리가 신혼여행지에 대해서 생각했던 조건은 다음과 같다.
휴양도 좋지만 돌아다니는 것도 좋아. 너무 휴양은 싫어
길게 갈 수 있는 여행지였으면 좋겠어. 되도록 먼 곳으로.
기왕이면 안 가본 곳으로 가자.
이 세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곳은 다음과 같았다. 요즘 유행인 칸쿤&뉴욕, 아프리카, 남미. 그 중 우리는 아프리카를 선택했다. 다른 여행지들도 좋았지만 나중에 나이들어서 여행갈 때 가장 꺼릴 거 같은 곳. 그리고 그 중 가장 super이끌림을 보였던 곳. 목적지가 설정되고 각자의 부모님께 우리의 목적지를 알렸다.
와이프(이 다음부터는 N이라고 부를 거다. 아직은 와이프보다 이름부르는 게 더 좋은 나다. 사실 처음 꼬실 때도 이름이 예쁘다고 접근해서일까? 이름이 더 좋다. 아무튼.)의 부모님은 흔쾌히 지지해주셨다. 지금도 그렇지만 우리의 결정을 전적으로 동의해주시는 편이다. 문제는 나에게 있었다.
"왜 남들 가는 유럽 같은 곳을 가지. 아프리카에 가니?"
아프리카 소리를 듣자마자 질색을 하시며 가지 말라는 직접적인 언급도 꺼내셨다. 충청도 부모님이 직접적으로 말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데, 아직 대륙만 말했을 뿐인데 생각도 하지 못한 반대가 당황스러웠다. 대학시절 혼자 인도여행을 간다고 할 때도 잘 갔다오라고 했던 부모님이 갑자기 반대하다니. 만약에 말을 잘 듣는 아들이었으면 이 말에 흔들렸을까?
하지만 나는 효자가 아니었다. 원래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뭐 반대가 있지만 다 큰 성인이 내돈내산으로 간다는 데 어쩌겠냐. 이미 새로운 도전의 설렘이 달콤한 초콜렛 냄새처럼 나를 매료시킨 상태였다.
아프리카에 가기로 한 후, 우리가 계획한 휴가 기간은 적어도 2주였다. N의 회사는 신혼여행 갈 때 이주일의 휴가가 일반적인 경우였지만 나의 회사는 그렇지 않았다. 고객을 만나는 서비스직의 운명이라고나 할까나? 빈 자리임에도 몰려오는 손님은 기본값으로 변하지 않기에 대부분 일주일 휴가를 쓰곤 했다.
그렇기에 나는 비행기 예약까지 다 마치고 2주 휴가를 다이렉트로 올렸다. 평소에는 일정을 먼저 동료들에게 말하고 양해를 구하곤 하는데, 신혼여행이지 않는가? 인생에 한 번. 많아도 2번. 신혼여행이다. 회사 생활할 때 남에게 피해를 안 끼치고 끝까지 일할 자신이 있었던 나는 예약취소가 안된다고 해야지 라는 뻔뻔함으로 무장하고 팀장님께 갔다.
"저.. 3월 25일에서 4월 5일까지 없습니다"
"왜요??"
"아 저 그때 신혼여행 가기로 해서 비행표 예약 다 해서요"
"응 알겟어요"
그렇게 우리 여행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