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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야, 미칠까?

아흔세 번째 이야기

by 웅숭깊은 라쌤

학부모님께 들려주고픈 자녀 교육의 비밀

- 아흔세 번째 이야기

<미쳐야 미칠까?>


선생님이란 직업으로 살아가다 보면

분명 내가 어른이고

녀석들은 어른이 되기 전인데!

저보다 훨씬 어른스럽게 느껴지는

그런 친구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뭔가 저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고

고개를 숙..고개를 숙이지는 않았습니다만!

여하튼 참 보고 배울 게 많은 친구들이죠.


한 친구를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이 친구는 사실

1학년 땐 도드라지는 모습을 보였던 건 아니었습니다.

평범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특별하다고도 할 수 없는,

평균보단 높지만 최상위는 아닌,

그런 친구였습니다.


2학년, 3학년을 거치면서

조금씩 선생님들 사이에서

이 학생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했죠.

(바른 생활 태도는 기본이니 넘어가고)

수업 태도도 좋았고

성적도, 많이 올랐습니다.

특히 교내에서 가장 큰 권위를 자랑하는

토론한마당에서의 성과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친구가 자주 거론되었던 이유는

이 친구가 ‘미쳤기’ 때문이었습니다.

정신이 나갔다는 말이 아닙니다.

정말 한 가지 분야에 꽂혀서,

미친 상태였다는 말이죠.


이 친구가 주목한 것은

‘알츠하이머’였습니다.

생활기록부 전체가 알츠하이머로 도배되어 있었습니다.


신약개발연구원이 되어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해내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유의미한 활동들을 했던 것입니다.


교과목 세부능력 특기사항이나

다른 창의체험활동에서

모두 알츠하이머란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었죠.


여기서 오해가 생길듯하여 미리 말씀드리지만,

도배되는 것이 좋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이 친구는, ‘진심으로’ 미쳐있었거든요.

그래서 어떤 활동을 하든

‘이유’가 있었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봉사활동? 아, 이래서 했구나’,

‘주문형 강좌? 아, 이래서 들었구나’,

와 같은 연결고리가 형성될 수 있었고,

그래서 대입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전교과 내신이 2등급이었음에도

당당히 일반전형 수시모집에서 S대에 합격하는 쾌거를 이뤄냈죠.


목표를 대학에만 두면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학 이후의 삶을 그리는 친구들이

늘 대학도 잘 갑니다.


웃긴 급훈으로 유행하던 것 중에

‘SEE FAR’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발음 때문에 웃음을 유발하는 내용이긴 하지만

의미는 정말 좋은 듯합니다.


‘멀리 보라.’


아이들이 멀리 내다보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우린 대학을 위해 살고있는 것이 아니라

삶을, 살아내고 있음을 깨우치도록

어른들이 많이 도와주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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