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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숭깊은 라쌤 Jun 28. 2022

10분은 얼마나 긴 시간일까?

백열일곱 번째 이야기

학부모님께 들려주고픈 자녀 교육의 비밀 

- 백열일곱 번째 이야기 

<10분은 얼마나 긴 시간일까?>     

     

교사로 근무하다 보면

아이들에게 감사 편지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대표적인 날은 아무래도 스승의 날이겠죠.

그땐 정말 감사의 메시지만 받는데,

일 년에 한 번,

감사와 비난이 혼재하는 날도 있으니, 

이름하여 ‘교원평가’!     


아무래도 익명으로 메시지를 적다 보니

평소 하지 못했던 말(?)까지

아주 적나라하게 적어놓곤 합니다.

그리고 그 적나라함이 

해가 갈수록 더 정도가 심해지곤 하죠.     


그런데 정말 또 아이러니한 것이,

감사의 메시지에도

깊이있게 들여다보면

그게 또 감사가 맞는지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는 것!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쌤은 수업을 빨리 끝내줘서 좋아요!”     


이것은 욕인가, 칭찬인가.

수업 똑바로 하라는 비난인 건 아닌가…          


실제로 저는 수업은 꽉 채우는 적이 없습니다.

적어도 종 치기 5분에서 10분 전에는

꼭 수업을 마치려고 애쓰는 편이죠.

그런데 정말 제가, 

수업을 대충하는 건 아닙니다!          


시험을 눈앞에 앞둔 기간,

진도를 다 나간 학급에선

자율학습을 진행하곤 합니다.

어제도 어느 학급에서 자습을 진행하는데,

아니, 한 시간 내내 학생들이 질문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질문이 참, 

놀라울 따름이었죠.     


“선생님, 이거 제가 왜 이렇게 적은 걸까요?”

“선생님, 이 화살표는 왜 이쪽으로 간 거예요?”     


수업 시간에 판서를 하거나 멀티미디어 자료를 보여주면,

그걸 그대로 베껴 적는 것만 해왔던 것입니다.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필기만 빽빽하게 했을 뿐이죠.     

더 심각한 질문도 있습니다.


수업 시간에 설명하지도 않았던 부분을 공부해와선     


“선생님, 여기는 설의법이 쓰인 게 맞나요?”

“이 한자, 이런 뜻 맞아요?”     


저는 수업 시간에 특정 작품을 가지고

주제적인 면을 다루거나

문학사적으로 어떤 의의를 갖는지에 관해 설명했는데,

아니 이 녀석들은 아예 작품을 쪼개고 쪼개서 

공부를 해왔던 것입니다.

학원에서 나눠준 학습자료를 들고선 말이죠.          


평소 아이들은 “자, 오늘 수업 여기까지!”

라는 말과 동시에 책을 덮어버립니다.     

그러니 학원에 의존하게 되고,

잘못된 학습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죠.

시간, 낭비입니다.          


물론, 정상적인(?) 혹은 이상적인 

모습을 보이는 학생도 있습니다.     

10분 정도 남기고 수업을 마치면

스리슬쩍 교탁 앞으로 나와

그날 수업 내용 중 이해되지 않았던 내용을

자신의 언어로 질문하는 친구도 있죠.

그 친구는 시험에 임박해서는

예리하고 날카로운 질문만 합니다.

속으로 뜨끔할 정도로 

출제자의 의도를 명확히 파악해내는 것이죠.          


학교 수업을 들어야 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출제자 직강’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출제자의 의도나 성향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선

수업이 끝나자마자 

‘질문’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복습’을, 해야 합니다.     


에빙하우스 망각곡선

잘 아시겠지만,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재빠르게 전환하지 않으면

대부분의 기억들은 망각으로 이어지고,

부호화를 통한 인출이 아예 불가능해집니다.     


이러한 뇌의 복잡한 작업에 관하여

딱히 설명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아는 사실이죠.          


그 10분이,

100분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아이들은 알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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