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섹남? 요리하면 신나는 남자,
요신남!(2)

-무언가가 ‘고프다’는 것에 관하여-

by 웅숭깊은 라쌤

<혼자서도 잘 놀아요-인프피 그 남자의 은밀한 취미생활>


요섹남? 요리하면 신나는 남자, 요신남!

-무언가가 ‘고프다’는 것에 관하여-


(2) 내게 온 그가 전해주었다


<냉장고를 부탁해>.

2014년 11월 첫 방송을 시작으로 쿡방의 전성기를 알린 전설 같은 JTBC 예능 프로그램. 누구도 성공을 예견하지 않았지만 셰프들의 출연은 꽤 신선했고, 무엇보다 화려했다. 우아하고 날렵한 손놀림, 볶고 굽기밖에 모르던 일반인들에게 전해지는 새로운 조리법, 게다가 MC 김성주와 정형돈의 날카로운 입담까지 더해져 프로그램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치솟았다.

내가 처음 <냉장고를 부탁해>, 줄여서 <냉부>를 접한 당시 출연자는 한혜진, 이현이 두 유명 모델이었고, 그 중 이현이의 냉장고 속 재료를 가지고 샘킴 셰프와 김풍 작가의 15분 요리 대결이 펼쳐지려 하고 있었다. 샘킴 셰프는 이탈리안 정통 셰프답게 아란치니라는, 치즈와 밥을 섞어 빵가루를 입혀 튀겨내는 요리를 계획했고, 우리의 김풍 작가는 프리타타, 그러니까 이탈리아식 오믈렛을 준비했다. 그리고 마침내, 긴장감 넘치는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되었다.

샘킴은 역시나 샘킴이었다. 그가 만드는 이탈리안 요리는 본토 장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하는데, 정말이지 그 과정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노라니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내가 내 침 맛을 그렇게 많이 맛봤던 적이 있었던가. 4D TV가 개발되어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요리의 냄새만이라도 맡고 싶단 생각을 했을 정도니. (사실 코를 킁킁거리긴 했다.) 알맞게 튀겨진 아란치니가 기름 밖으로 자기 몸뚱아리를 드러냈을 땐 모든 출연자가 탄성을 자아냈다.

반면 김풍 작가는, 엉망진창이었다. 내가 그토록 실망했던 ‘없어 뵈는’ 요리를 하고 있었다. 채소들도 대충대충 썰어 넣었고 그 넣는 재료들도 뭔가 조화롭지 않았다. 팬에 갖은 채소를 다 때려 넣고 그 위에 달걀물을 부었는데, 과연 시간 안에 익을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결국 15분이 다 되도록 익지 않아서 쿠킹포일로 덮어 놓았던 오믈렛을 직접 토치로 지지는 강수까지 두고 있었다. 누가 봐도 이건 샘킴 셰프의 압승. 그 예상대로 게스트 이현이는 샘킴의 요리를 맛보자마자 매우 만족하는 표정을 지었고, 이와 상반되는 실망스런 김풍의 얼굴도 함께 스쳐 지나갔다. 허나 잠시 뒤, <냉부>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명장면이 탄생한다.

브로콜리를 처음 씹는 불안한 어린아이의 표정을 지으며, 이현이는 스푼에 뜬 김풍의 프리타타를 입 안에 가져갔다. 그리고, 그녀는 씹자마자 예상치 못한 감동의 신음을 내뱉고 만다.


“히잉”

히잉인지 잇힝인지 모를 콧소리 섞인 신음과 감탄. 놀라울 반전이었다. 부드럽게 입 안에서 녹아내린 김풍의 프리타타는 완벽, 그 이상이었다. 이탈리안 셰프가 만든 아란치니와는 비교도 안 될 감동이, 그녀에게 전해졌던 것. 바야흐로, 배달 음식과 일평생을 함께 보낼 생각만 하던 자취남의 심장에도 요리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움트는 순간이었다.

다음 날 자취방 근처 하모니마트에서 김풍 작가의 프리타타 재료들을 고스란히 사 온 후, 당장 실행에 옮겼다. 버섯과 채소들을 잘게 썰어주고, 기름에 살짝 볶아주고, 거기에 달걀물을 풀어준 후, 쿠킹포일을 덮어 약불로 천천히 익혀주면 끝. 그렇게 완성된 첫 자취 요리, 프리타타. 나 역시 콧소리를 뿜어내며 맛과 희열을 만끽했다.


그렇게 냉부가, 김풍이, 요리가 내게 왔다.

keyword
이전 02화요섹남? 요리하면 신나는 남자, 요신남!(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