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섹남? 요리하면 신나는 남자,
요신남!(1)

-무언가가 ‘고프다’는 것에 관하여-

by 웅숭깊은 라쌤

<혼자서도 잘 놀아요-인프피 그 남자의 은밀한 취미생활>


요섹남? 요리하면 신나는 남자, 요신남!

-무언가가 ‘고프다’는 것에 관하여-


(1) 그가 내게로 왔다


2014년, 내게도 직장이란 게 생기고 말았다. 이것은 좋은 일이다. 좋은 일인데, 어찌 보면 또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이등병은 어딜 가도 어리바리하며, 바보짓을 일삼기 마련이니까. 그런 꼴을 보이지 않으려면 언제나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한다는 것쯤은 나도 이미 알고 있었다.

첫 일 년은 정말 ‘피폐’라는 단어가 딱 들어맞는 시간이었다. 일이 느리다 보니 매일 같이 남아서 밀린 업무를 처리해야 했고, 이등병을 데리고 회식하길 좋아하는 선임들이 계셨고, 술을 마신 다음 날엔 늘 컵라면으로 아침 해장을 해야 했고, 자연스레 건강은 망가져만 갔다. 정신을 차릴 틈이 없던 한 해였다.

인간은 후회의 상징과도 같은 동물이다. 늘 겪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곤 하니까. 위궤양이란 병명을 말하니 선임들은 이등병을 풀어주었다. 의가사 전역이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입사한 지 근 일 년 만에 처음으로 건강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아파야 건강을 챙기는 이 미련하고도 역설적인 인간의 삶. 인간이 곧 살아있는 시詩라는 걸 당신도 알고 있을까?

건강의 시작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이라는 위대한 사유를 나는 어디선가 들은 게 분명했다. 잘 먹을 생각부터 하고 있었으니. 이 세 가지는 분리된 것이 아니다. 나름의 인과관계를 가진 연결고리가 있다. 이는 결코 어려운 말이 아니다. 잘 먹어야 잘 싸고, 잘 싸야 잘 잘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일단은 잘 먹기로 한 것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잘 먹기 위해 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 답은 스스로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나올 수 있는 부류의 것이 아니었으므로, ―당신이 그러하듯― 자연스레 초록창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쉬운 요리, 남자 자취 요리 등등. 검색 결과는 좀… 성에 차지 않았다. 적합한 단어를 아무리 고민해봐도 ‘없어 뵌다’ 보다 나은 게 없는, 확실히 좀 없어 보이는 것들 뿐이었다. 아무리 자취 요리라고 해도 기왕이면 예쁘게, 먹음직스럽게, 그렇게 요리할 순 없단 말인가. ―그나저나 나는 왜 이런 시각적인 것에 얽매이고 있었을까― 자취의 본질에 ‘한계’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단 말인가. 며칠을 꼬박 검색에 매달렸지만, 그닥 성과는 없었다. 나는 그렇게 없어 뵈는 요리를 시작하거나, 있어 뵈는 ‘배달 음식’으로 연명하는, 두 가지 선택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민은 쉽게 마무리되지 않았다. 애초에 요리를 하고자, 잘 먹고자 했던 이유는 무엇보다 ‘건강’이 핵심이지 않았던가. 둘 중 어느 하나도 건강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내가 이토록 까다로운 인간이었나 싶어 어떻게든 결단을 내리려던 찰나, 소리가 죽은 자취방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한 목적으로 늘상 틀어놓기만 했던 TV에서, 조금 경박스럽지만 그러는 가운데 진지함이 느껴지는, ―역시나 시詩와 닮은― 그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가 출연한 프로그램은 <냉장고를 부탁해>였고 그의 이름은,

‘김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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