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두 번째 이야기
학부모님께 들려주고픈 자녀 교육의 비밀
- 여든두 번째 이야기
민원.
학교엔 끊임없이 민원이 쏟아집니다.
상식적인 선에서 이해되는 민원이 대부분이지만,
‘도대체 이런 요구를 어떻게 할 수 있지?’
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황당한 민원도 적지 않습니다.
시험을 치르고 결과가 나왔을 때,
내 아이의 점수가 좋지 않으면
‘왜 시험을 어렵게 내느냐’
라는 민원이 들어옵니다.
수행평가 점수에서 감점이 생기면
다짜고짜 학교에 전화를 걸어
‘왜 수행평가를 이런 식으로 하느냐’
라는 민원도 들어오죠.
평소 수업하는 모습을 찍어서 보여드리고 싶은
아주 애타는 심정이 들곤 합니다.
평소 바르고 모범적인 태도로 수업에 임하는
대부분 아이의 학부모님들은
그런 민원을 제기하지 않거든요.
게다가 또 궁금해지는 건
‘이 정도는 아이가 직접 물어볼 수 있지 않나?’
하는 것입니다.
정말 당황 혹은 황당했던 민원은
‘왜 급식에 유기농 반찬을 쓰지 않느냐’
라는 것이었습니다.
본인 가정에서는 늘 유기농만 먹는데
어떻게 그런 급식 메뉴를 제공하느냐는 것이
민원 내용이었죠.
네, 뭐, 그랬습니다.
모든 민원의 핵심은
‘내 아이를 위해 무언가를 해달라’
는 것입니다.
단언컨대,
그럴 거면
학교에 보내지 말아야 합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아도
빠르게 검정고시를 패스하여
심지어 남들보다 일 년 먼저
대학에 입학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요즘은 홈스쿨링이라고 하여
교육과정에 얽매이지 않고
진정한 의미의 교육을 실현코자 하는
그런 가정들도 늘어나고 있고요.
굳이 왜 학교에 보내십니까?
자녀를 학교에 보낸다는 건
학부모님도,
학교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가치에 대해
이미 알고 있음을 전제로 할 것입니다.
놀랍게 여기실 수도 있지만,
이 학교라는 작은 공간 안에도
십 대 청소년의 사회 안에도
정치가 있고, 문화가 있고,
나름의 생존 원리가 존재합니다.
‘작은 사회’라는 표현이,
정말 맞습니다.
실패하고 좌절하는 경험도
분명 겪게 해주셔야 합니다.
경쟁에서 승리하길 원한다면
학부모의 직접적인 개입은
최소화해야 합니다.
스스로 싸워 이겨낼 힘을 키워주는 것이
진정한 교육일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들 아시잖아요?
성인이 되고 만나는 사회에는
정말 상식 밖의 일들이
무수히 많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대단히 깨끗할 줄 알았던 교사 집단에도,
불합리하고 더러운 일들이 정말 많습니다.
군대에 간 아이가 징징거릴 때
직접 사단장에게 전화를 거실 건가요?
나중에 혼인하여 배우자에 대해 불평을 할 때
사돈어른에게 그 불평을 고스란히 전하실 건가요?
아이의 삶 내내
민원과 함께 하실 생각이 아니라면,
무엇이 내 자녀를 위해
올바른 선택이 될 것인지
멀리 내다보는 힘을 키우셨으면 좋겠습니다.
진정한 교육이 무엇이라 단언할 순 없지만,
적어도
아이가 부모에게 의존하게 하는 것은
결코 옳은 교육은 아닐 것입니다.
의존하는 것과 의지하는 것은
분명 다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