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 콘크리트에 대하여
건축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노출 콘크리트’라는 공법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보통 콘크리트는 건물의 구조체이자 골조입니다. 건물의 뼈대를 이루어 지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콘크리트 골조의 안과 밖에 단열재와 마감재를 붙여서 마무리하는 게 보통의 공정입니다. 이 마감재를 생략하고 콘크리트 자체로 마감하는 것이 노출콘크리트입니다. 쉽게 말해 뼈대를 바깥에 드러낸 형상인데요. 건축가들이 흔히 건축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낸다고 하여 굉장히 선호하는 공법입니다. 일본의 유명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이 노출콘크리트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겠죠. 그가 지은 수많은 건축물들이 이 ‘노출 콘크리트’로 지어졌습니다.
이 노출콘크리트가 왜 건축가들과 일부 건축주들에게 그토록 인기가 있을까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마감재 없이 ‘순수한’ 건축물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사실 마감재가 이것 저것 덧붙여지면 그것들을 정리하는 것도 쉽지 않고, 마감재끼리 만나는 부분에서의 처리도 고민해야 합니다. 하지만 노출콘크리트로 처리하면 마감재에 대한 고민 없이 순수하게 메스에 집중하여 디자인할 수 있게 됩니다. 콘크리트 특유의 거칠면서도 매트(matt)한 물성이 큰 매력이 되기도 합니다.
잘 타설된 노출콘크리트는 표면에 광택이 돌아서 마치 비단결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이 정도 품질의 노출 콘크리트를 타설하기 위해서는 작업자들의 많은 노고가 필요합니다. 저도 경험이 적을 때는 ‘그냥 거푸집에 레미콘 붓고 타설하면 노출 콘크리트가 되는 것 아닌가?’ 라는 순진한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현장을 몇 번 경험하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선 콘크리트는 본질적으로 마감재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보통의 건물에서 콘크리트는 마감재가 붙는 것을 상정하여 타설하기 때문에 거푸집을 떼어도 그렇게 정리된 상태가 아닙니다. 자갈이 한쪽으로 쏠려서 드러나기도 하고, 반 액체상태의 레미콘을 유로폼(일정 단위로 끊어서 거푸집을 만들 수 있도록 제작된 형틀)에 붓기 때문에 경계부위에서 시멘트 풀이 샌 흔적들이 그대로 보이기도 하죠. 이걸로 끝낼 순 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입니다.
이러한 콘크리트를 우리가 보고, 알고, 원하는 노출콘크리트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선 타설하는 레미콘이 달라야 합니다. 보통 콘크리트는 세 개의 치수로 표현하는데, 굵은 골재 최대 치수 - 호칭 강도 - 슬럼프치 입니다. 골재의 치수는 콘크리트에 들어가는 자갈의 크기를 말하는 것이고, 강도는 콘크리트가 양생되었을 때 하중에 버티는 힘입니다. 슬럼프 수치는 바닥에 레미콘을 엎었을 때 쏟아지는 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얼마나 무른지를 판단하는 기준입니다. 보통 건물에 사용되는 수치는 25- 21 -120입니다. 하지만 노출콘크리트를 한다고 하면 이것이 19 -24 -180 정도로 바뀝니다. 이러면 단가는 10~15% 상승하는데요. 골재가 작아야 하는 이유는 자갈이 한데 몰려 표면으로 드러나는 현상을 막기 위한 것이고, 강도가 높은 것은 마감재가 없는 노출 콘크리트의 장기적인 내구성 확보를 위해서입니다.. 슬럼프치가 높은 것은 좀 더 무른 콘크리트가 거푸집에 잘 밀착되어 균질하고 깨끗한 면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레미콘 차마다 색상 등이 미묘하게 다르기 때문에 이어 쳤을 때 그 경계가 드러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건축가에 따라서 이 레미콘마저도 색상이 비슷하도록 통제하는 분도 계십니다. 레미콘이 현장에 도착하는 시간차가 길어지면 그 경계선이 뚜렷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위화감 없이 이어질 수 있도록 잘 관리해야 합니다. 레미콘 단계에서 색상을 첨가하거나 타설 후에 특정 색깔의 스테인을 바르는 방법도 있는데, 가격이 비싸집니다.
다음은 콘크리트를 양생될 때까지 붙잡아두는 거푸집이 중요한데요. 일반적인 유로폼은 여러 현장을 돌면서 재사용되기 때문에 표면이 거칩니다. 따라서 노출콘크리트에 쓰이는 거푸집에는 ‘코팅 합판’ 혹은 태고 합판’이라고 불리는 특수 자재가 사용됩니다. 합판 표면을 특수 코팅하여 습기가 흡수되지 않도록 한 제품인데요. 이것에 내수합판을 덧대서 타설시 레미콘 자중으로 인한 측압을 버티도록 합니다. 그리고 이 거푸집을 양쪽으로 벌어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철물이 폼 타이 (form tie)입니다. 일정간격으로 이 폼 타이를 설치하게 되는데, 이것이 합판과 결속되는 부분에 콘 구멍이라고 불리는 둥근 자국이 남게 됩니다. 안도의 노출 콘크리트를 보면 직사각형 모향의 매지 위에 둥근 구멍들이 일정간격으로 배치된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직사각형 매지는 합판의 흔적이 남은 것이고 (1200 x 2400 정도의 크기입니다) 둥근 구멍이 콘 구멍입니다.
이 합판들 사이를 촘촘 하게 잘 메꿔서 시멘트풀이 새어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노출콘크리트 시공 품질의 관건입니다. 이 부분에서 인건비가 많이 드는데요. 송판무늬 거푸집 이라고 하여 나무 무늬결을 살리는 거푸집으로 시공하는 곳도 있습니다. 횡 또는 종으로 나무결을 살리는 공법인데요. 다소 밋밋하다고 보일 수 있는 노출콘크리트 면에 자연스러운 패턴을 입히는 공법으로 인기가 많습니다. 코팅합판을 쓰지 않고 일반적인 유로폼으로 노출콘크리트를 하는 곳도 많습니다. 유로폼에 쓰이는 플랫 타이를 제거하고 시멘트 풀이 샌 곳을 그라인더 등으로 다듬는 최소한의 추가 작업만 하는 것인데요. 저희 지도교수님(최문규 교수님)의 책에서는 ‘노출 콘크리트’가 아니고 ‘콘크리트 노출’이라는 표현을 하셨습니다. 쉽게 말해 거푸집은 일반적인 방식 그대로 쓰고, 레미콘 품질만 높여서 노출콘크리트 효과를 내는 공법인데요. 이 때도 여러 번 쓴 유로폼은 마감 품질이 좋지 않기 때문에 ‘신재’라고 해서 새 상품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유로폼도 처음 쓰는 제품은 반질 반질 윤이 나기 때문에 아무래도 마감 면이 훨씬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공법은 ‘노출콘크리트 면처리’ 혹은 ‘면보수’라고 불리는 공법입니다. 사실 노출 콘크리트를 아무리 정성스럽게 잘 타설한다고 해도 거푸집을 떼어 내면 어딘가 보수해야 할 곳이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레미콘이 밀실하게 채워지지 않아 창호 하부가 조금 떠 보인다던지, 골재가 쏠려서 표면으로 드러난다던지, 마감면 완전히 균질하지 않아 표면이 더러워 보인다던지 하는 현상들이 일어납니다. 이것을 보수하는 것이 면처리라는 작업인데요. 콘크리트 표면을 갈아내고 특수 시멘트를 도포한 후 연마 등의 사후 처리를 통해 주변과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용산의 아모레 퍼시픽 사옥, 동대문 ddp 등 유명 건물의 노출콘크리트도 모두 이 면처리 과정을 통해서 시공된 건물입니다 (나눔테크 홈페이지 참조). 이 면처리는 처음에는 노출콘크리트의 불완전한 부분을 말그대로 보수, 개선하기 위해 등장한 공법인데, 이것이 점차 의미가 확장되어 이제는 콘크리트가 아닌 부분도 노출콘크리트 처럼 보여주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시멘트 벽돌 등으로 시공된 부분에 몰탈로 미장을 하고 콘크리트 면처리 시공을 하면 일반인이 보기에 그냥 노출콘크리트처럼 보일 정도가 됩니다. 석고보드 위에도 퍼티 처리를 하면 면처리 시공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물론 어느 정도 패턴이 반복되기 때문에 신경써서 보면 마치 벽지를 발라놓은 것 처럼 약간 부자연스러운 것이 느껴지긴 합니다. 스토(sto) 같은 외단열 마감재에도 노출콘크리트와 흡사한 질감으로 처리하는 공법이 있습니다. 노출 콘크리트의 인기가 워낙 높다 보니까 이러한 유사 공법들이 계속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쉽게 표현하자면 콘크리트의 순수한 얼굴이 아니라 정성스럽게 화장한 얼굴이라고 할 수 있겠죠.
본래 노출콘크리트라는 것이 콘크리트의 순수한 물성을 그대로 드러내자고 하여 등장한 공법인데, 그 인기로 인해 역으로 다른 마감재를 콘크리트로 둔갑시키는 공법이 등장하고 있으니 아이러니 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건축에서의 키치(kitsch)를 보여주는 것이 있다면 이 노출콘크리트 공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노출콘크리트는 단열이나 결로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하자를 발생시킬 우려가 높아 현장에서 그다지 선호하는 공법은 아닙니다. 많은 시공자들이 특히 강원도 등의 추운 지방에서 노출콘크리트를 시공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내외부 모두 노출을 원하는 건축주가 있을 경우 콘크리트 중간에 단열재를 심는 소위 ‘중단열’을 하기도 하는데, 제가 봐도 ‘멋진 건물’을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희생하는 공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건비와 노력은 너무 많이 드는데, 그에 반해 하자 요인은 너무 많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노출콘크리트는 외부 마감재가 따로 없기 때문에 그만큼 시공비를 아낄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일반 콘크리트 골조보다 비용이 2.5~3배까지 더 들기 때문입니다. 사실 안도와 같이 높은 퀄리티를 원하면 원할수록 그 비용은 더욱 올라간다고 합니다. 안도가 그만큼 안심하고 마음껏 노출콘크리트를 사용했던 것은 그가 오사카 등 남쪽에서 주로 활동한 건축가라는 측면이 큽니다. 기후가 따듯하기 때문에 단열에 신경을 덜 써도 되었던 것이죠. 그리고 일본의 시공기술과 장인정신이 워낙 뛰어났던 탓도 있습니다. 아마 중국이나 다른 나라였다면 그 시절에 그 정도 퀄리티가 나오지 못했겠죠. 노출콘크리트의 인기는 여전하지만, 건축가에게 여러 가지 고민을 던져주는 공법임에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노출콘크리트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이 글은 제 경험이나 지식도 들어 있지만, 전승희 소장님이 쓰신 ‘건축주가 알아야 할 집짓기 체크포인트’의 노출콘크리트 부분을 많이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노출콘크리트를 시공하고자 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저는 오픈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김선동 건축사라고 합니다. 건축 문의, 상담이 필요하시거나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시면 아래 연락처로 언제든지 편하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열린 설계와 소통으로 건축주, 시공사와 함께하는 건축을 만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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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서적 - 건축주가 알아야 할 집짓기 체크포인트: 전승희 저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8894617
참고 사이트 - 나눔테크 (노출콘크리트 면처리 업체)
참고사이트 - 스토 (외단열 업체)
http://www.stoanc.com/index.html
이미지 출처
https://m.blog.naver.com/baeka/221798563277
https://m.blog.naver.com/lo8255ve/221539117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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