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 블로그를 기반으로 글을 쓰고 있지만, 브런치라는 플랫폼으로도 글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우연히 듣게 된 강의에서 ‘브런치를 하게 되면 출판하시는 분들이 많이 보실 수 있고, 책을 낼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하여 신청하게 되었는데요. 운이 좋게 잘 돼서 덕분에 작은 잡지에 글을 기고하기도 했고, 정말로 책 출간을 제의받아 조금씩 원고를 써보고 있습니다.
처음엔 ‘그냥 네이버 블로그 처럼 가입만 하면 아무나 쓸 수 있는 거 아냐?’라고 생각했었는데요. 그게 아니었습니다. 나름 브런치 사이트에서 심사(!)를 해서 합격하는 사람에 한해서만 글을 쓸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였습니다.
예전부터 ‘아 브런치란 사이트가 있구나.. 여긴 뭔가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글을 쓰네. 좀 전문적이고..’라는 정도의 생각만 했지, 시험까지 치르면서 사람을 선별하는지는 몰랐습니다. 찾아보니 여러 번을 떨어졌다는 사람도 많았구요.
그래도 일단 신청은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했습니다. 브런치 작가를 신청할 당시에 저는 제가 쓰는 소설을 어떻게든 홍보하고 싶었거든요. 브런치도 그 용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쓰던 소설 몇 편을 올리고 그냥 휙 신청을 했죠. 브런치 작가신청은 간단한 자기소개와 활동 계획, 기존에 썼던 글 3개를 올리도록 되어 있습니다. 신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다보니 나름 긴장이 되더라구요. 며칠 지난 후 날아온 결과는..
낙방이었습니다. 사실 반려 메일은 구체적인 이유가 담겨있지 않습니다. 브런치에서 항상 보내던 메일을 보내거든요. 작가님의 글을 고심하여 검토하였지만.. 이런 식인데, ‘왜 안된거야? 글이 별로인가? 성의가 없었나?’ 등등.. 혼자서 이유를 상상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받았던 거절 메일. 누구에게나 똑같이 보낸다는 걸 적나라하게 알 수 있습니다.
조금 심란해졌지만, 일단 지금까지 블로그에 쌓아둔 글이 많으니까, 조회수가 높은 순으로 몇 번이든 계속 신청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좀 뒤져보니, 7~8번 정도 신청한 것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식의 글이 많더라구요. 한 번 정도 낙방은 아무것도 아니구나 생각하며 일주일 정도 지나서 두 번째 신청을 했습니다.
제 블로그에서 가장 조회수가 높은 글은 ‘벽돌에 대하여’입니다. 현재 시점에서 약 5500여회 정도 되는데요. 정말 이 글을 거의 1달 가까이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글을 필두로 아모레퍼시픽 사옥을 리뷰한 글과 한국건축, 일본건축, 중국건축을 비교한 글 3가지를 올리고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사진도 꽤 많이 첨부했던 글이라 옮겨 적느라 꽤나 귀찮았던 기억이 있네요.
https://brunch.co.kr/@ratm820309n85i/15
한 번 낙방하고 나니 아무래도 긴장이 더 되었습니다. 이것도 시험이라고 며칠을 마음 졸이게 하더군요. 며칠 후에..
다행히도 위와 같은 합격 메일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현재까지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고 있구요.
브런치란 플랫폼은 다른 블로그 등과 다른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일단 위와 같은 심사과정을 거치면서 양질의 필진만 받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한 점. 그래서 다른 블로그와 같이 단순 광고성 내지는 홍보성 리뷰, 포스팅이 거의 없습니다. 사실 저도 일부 네이버 블로그를 보면 사진으로 도배하면서 가끔 이모티콘 섞어주는 글에는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거든요. 물론 그런 포스팅에도 의미가 있겠지만, 블로그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이런 글들은 그야말로 ‘저품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돈을 받고 그런 포스팅을 하는 전문 마케팅 업체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구요. 그런 의미에서 브런치는 ‘순수하게’ 자기 글을 쓰고 싶은 양질의 작가들만 수용하여 뭔가 ‘깨끗한’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수익을 노리는 광고 등도 달 수 없게 되어 있구요.
두 번째는 브런치에서 책을 낼 기회를 적극적으로 마련해 준다는 것입니다. 출판사 기획자들이 작가를 찾기 위해 브런치를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요. 지속적으로 양질의 글을 올린다면 출판사의 눈에 띌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저도 출판사의 컨텍을 받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만, 저는 블로그를 보고 연락을 주신 경우이긴 합니다. 하지만 브런치 쪽을 보고 연락을 받는 작가님들도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브런치에서는 1년에 한번 책을 내주는 ‘출판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선정된 작가 10분의 책을 유수의 출판사를 통해 출판해주는 공모전인데요. 저도 작년에 접수했지만 낙방 했습니다^^; 올해 새로 쓰는 소설로 다시 한번 접수해보려고 합니다. 그 밖에도 윌리의 서재, 윌라 등의 오디오북 업체들과 협업하여 작가들의 출판을 돕는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습니다. 물론 이 공모전의 경쟁률은 굉장히 높기 때문에 통과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제가 심사를 통과했던 개인적인 노하우라고 하면 결국 ‘전문성’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자기소개나 활동 계획을 크게 신경 써서 적은 것 같진 않거든요. ‘벽돌에 대해여’ 같은 글은 건축 분야에 종사하지 않는 이상 쓰기 힘든 글이고, 나름의 깊이있는 취재가 수반된 글이라 남들과는 달라 보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결국 ‘저만의 컨텐츠’가 보였기 때문에, 그리고 그 분량과 성실성에서 남들과 달라 보였기 때문에 합격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 경우가 약간은 특이하기 때문에 좀 더 일반적인 글을 쓰는 분들에겐 도움이 안 되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만 해도 브런치에 ‘오늘 퇴사했다’ 나 ‘나도 나로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류의 에세이 글이 뜨면 제목부터 지겹고 진부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무리 힐링이 대세라지만 너무 다 비슷한 얘기만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저같이 분야가 좀 특별하지 않더라도 삶을 보고 이해하는 자신만의 관점이 있다면 좀 더 유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제가 브런치 작가가 되었던 이야기를 소개해보았습니다.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고자 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음 글은 제가 부크크라는 플랫폼으로 자가 출판을 했던 이야기를 소개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