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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건축가 Feb 24. 2022

수눌당, 승효상







저번에 했던 수백당에 이어 수눌당이다.



역시 승효상의 주택 작업이다.





이로재 홈페이지에 있는 설명 글을 읽어보면 



주변 풍광이 워낙 좋아 그것을 최대한 해치지 않는 배치, 건축을 하였다고 적고 있다.



솔직히 상당히 식상한 개념이다.



그러면서도 반박하기 힘든 개념, 논리이기도 하다.



거의 대부분의 건축가들이 주변 환경을 해치지 않는 건축,



풍경에 녹아드는 건축, 지형을 존중하는 건축, 순응하는 건축...



등등의 단어를 써서 자신의 건축을 설명한다.





이 건물도 비슷한 생각을 한 것이 확실해보인다.



사진으로 얼핏 봐도 주변 풍경이 상당히 좋다.



기단부를 노출콘크리트로 포디움 처럼 구성하여 최대한 넓게 깔리도록 했다.



그 기단 위에도 조경을 해서 건물이 땅에 묻혀있다는 느낌을 더욱 강조했다.



2층 메스만 목재로 하여 콘크리트 기단 위에 얹었다. 지붕 형태에서 사선형의 절제된 조형 언어를 첨가했다.



약간의 사선은 긴장감을 주면서 전체적으로 심심할(?) 수도 있는 건물에 포인트가 되고 있다.






내부 평면에는 다수의 중정이 있다. 역시 건축가의 주택 작업인데 중정이 빠지면 섭섭 하다.



이로 인해 평면이 상당히 복잡하다. 지하에도 다수의 시설이 있는 듯 한데, 건물 자체를



묻혀있는 형식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시설을 지하로 보낸 듯 하다. 



DA 가 여러 개 있는 것을 보니 그렇다.



중정이 많은 복잡한 평면 형식에서 김영준의 냄새도 조금 난다.  





보통의 건축가와 시공사, 예산 정도였다면 이 지하시설을 지상으로 올렸을 것이다.



지하의 공사비는 보통 지상 공사비의 2배 정도를 보는 데다가, 지하의 거주 환경 역시 좋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 풍광을 해치지 않아야 된다는 명제를 위해, 굳이 지하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지하 시설들이 쾌적하게 잘 이용되고 있는지는 건축주만이 알 수 있는 사항이지만, 쉽진 않으리라 생각된다. 




건축가는 이 건물을 '결국 조경을 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건축을 한 게 분명한데 조경을 했다?


건물을 최대한 주변 환경에 녹아들도록 했다, 풍경을 해치지 않고 자연스러운 건축을 했다.. 이런 걸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건축은 건축이다. 건축은 본질적으로 자연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고서는 건물을 지을 수가 없다.


건축을 하면서 자연을 전혀 훼손하지 않았다고 하면 '자기모순'이다. 이 와중에 최소한으로 건드리면서


주변을 고려했다고 하는 정도가 진실일 것이다.





건축가의 의도는 알겠다. 하지만 지하를 엄청나게 파서 건물을 집어넣은 것은 '훼손'이 아닌가?



오히려 지상으로 건물을 올려 굴토량을 최소화하고 건축주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것은 아닌가?



물론 건축가는 설계를 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인 측면, 차후 관리차원에서 합리적인 해법보다 단지 심미적인 해법에 너무 과몰입한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것은 승효상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건축가들이 균형을 잃고 있는 지점이다.



하지만 이것도 너무 반대 극단으로 가면 그냥 '집장사' 집이 된다는 문제가 있다.





수눌당은 승효상의 주택 작업 중에서도 상당히 퀄리티 있는 작업이다. 



2004년 준공으로 나와있으니 거의 20년이 되어간다. 



그 시대 건축 담론의 흐름을 잘 느낄 수 있다.



새 시대의 새로운 담론은 어떤 것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열린 설계와 소통으로 건축주, 시공사와 함께하는 건축을 만들어갑니다.

OPEN STUDIO ARCHITECTURE

글쓰는 건축가 김선동의 오픈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김선동

Kim Seondong

대표소장 / 건축사

Architect (KIRA)

M.010-2051-4980

EMAIL ratm820309@gmail.com

blog.naver.com/ratm82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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